대학 3학년인 여자와 28살 직장인 남자. 이 커플은 데이트 통장을 운영하고 있다. 매달 여자는 5만 원, 남자는 30만 원을 적금한다. 6배 차이가 나는 분담 비율인 것으로 보인다. 대학생과 직장인의 경제력 차이를 반영한 구조라면 충분히 현실적인 선택인 것으로 보인다. 통장은 카페, 영화, 외식처럼 함께하는 데이트 비용으로 쓰이는 것으로 보인다. 처음엔 이 방식이 나름 공평하다고 느껴졌을 수도 있다.
그런데 여행 계획에서 갈등이 터졌다. 일본 4박 5일 여행을 기획했는데, 통장 잔액이 충분하지 않다는 게 드러났다. 여행사 예약비, 항공료, 숙박비, 현지 식사비 등을 모두 합치면 당초 모아둔 통장 잔액으로는 모자란 셈인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남자가 여자에게 "추가로 더 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진다. 여자는 학생이라 여유 자금이 없다고 거절했지만, 남자의 입장에서는 여행 계획을 포기할 수도 없고 비용 갭을 어쩔 수 없다고 본 것 같다. 결국 여자에게 요구가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이 지점에서 여자는 심각한 의문을 품게 됐다. "나를 정말 연인으로 보는 건가, 아니면 그냥 '가성비'로만 생각하는 건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문제는 훨씬 복잡하다. 여자가 지적한 부분을 보자. "데이트할 때 화장품도 사야하고 옷도 사야한다"는 것으로 보인다. 이건 중요한 포인트다. 데이트 통장 5만 원은 카페에서 음료를 마시거나, 영화표를 사거나, 밥을 먹을 때 쓰인다. 하지만 데이트 전에 새 옷을 사거나, 화장품을 사거나, 머리를 손질하는 비용은 어디서 나올까? 그것도 자신의 주머니에서다. 통장 밖의 영역인 것으로 보인다. 즉, 여자는 이미 두 겹의 비용을 감당하고 있는 셈인 것으로 보인다. 통장 5만 원 + 데이트 준비 비용(화장품, 옷, 미용) = 실제 데이트 비용.
이제 통장 부족분을 자신에게 전가하는 요청이 얼마나 부당한지 보인다. 여자 입장에서는 이미 통장 밖에서 충분히 투자하고 있는데, 통장 안에서도 더 내라는 건 분담의 개념을 무너뜨리는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여자는 학생인 것으로 보인다. 학생이 추가로 돈을 마련하는 건 직장인이 30만 원을 추가로 내는 것과 다르다.
근본적인 설계 문제를 짚어야 한다. 처음 데이트 통장을 만들 때 누군가는 이런 가정을 했을 것으로 보인다. "매달 정기적으로 모으면, 년 60만 원과 360만 원이 모여서 연 4백만 원 정도가 된다. 이 정도면 작은 여행이나 데이트 비용은 충분하지 않을까?" 하지만 실제 여행은 예상보다 비쌌다. 이때 생길 수 있는 질문이 있다. "통장에 모인 비용이 부족하면 어떻게 하지?" 그 답이 처음부터 정의되지 않은 것 같다. 혹은 정의됐어도 "모자르면 더 낸다"는 식으로 모호하게 남겨둔 건 아닐까.
수입 차이를 반영한 분담 비율을 정하는 것은 많은 커플이 택하는 합리적인 방식인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그 비율의 의미를 명확히 정의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 비율이 "최소한의 기준"인지, 아니면 "더 이상 내지 않아도 되는 천장"인지가 처음부터 확실하지 않았다는 뜻인 것으로 보인다. 만약 5만 원과 30만 원이 기본 납입액이라면, 부족 시 추가 비용도 그 비율(약 1:6)대로 더 물어야 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그게 맞는지, 아니면 통장 안의 비용은 정해진 액수만 쓰고 부족분은 다른 방식(다음 달 연기, 계획 축소, 각자 추가 부담 협의)으로 해결해야 하는지가 결정되지 않았다는 뜻인 것으로 보인다.
여자의 의심 "가성비 여친"은 표면적인 느낌으로 보인다. 진짜 문제는 설계 단계에서 누락된 규칙 때문에 자신이 일방적으로 책임을 지게 된 건 아닌지 하는 의문이 든다는 점인 것으로 보인다. 상대방에게 지속적으로 비용을 요구하고 있는 건, 그 상대가 저렴하다고 생각해서라기보다는 자신의 선택지가 부족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이 상황을 풀려면 "더 낼 거냐 말 거냐" 하는 식의 이분법적 질문이 아니라, "데이트 비용을 앞으로 어떻게 공평하게 분담할 것인가"를 처음부터 다시 정의하는 대화가 필요해 보인다.
📌 원문 발췌
데이트 통장 비용이 좀 모자른데 저보고 좀 더 내달라고... 전 학생이라 돈 없고 오빠 만날때 화장품도 사야하고 옷도 사야하고
원본 출처: 네이트판 톡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