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과 영남. 같은 한반도에 속한 지역이지만, 일상에서는 거의 다른 세계다. 특별한 계기 없이는 만날 일이 거의 없다. 군 복무, 서울 생활, 혹은 해외라는 특별한 상황에서만 비로소 두 지역의 사람들이 만나고 섞인다.
한 누리꾼은 해외에서 호남 남성이 영남 여친을 만나게 된 상황을 공개한 것으로 전해진다. 두 사람은 각각 자신의 지역에서만 살아왔다. 남성은 한국을 떠나기 전까지 호남에만 있었고, 여친은 순수한 영남방언 환경 속에서만 자랐다고 밝혔다. 외지인 앞에서 두 사람 모두 표준어를 쓰려 한 것으로 전해진다. 물론 억양은 남지만 말인 것으로 보인다. 마찬가지로 여친도 시간이 흐르면서 서울말에 점차 방언을 섞기 시작했으나, 여전히 대부분은 표준어 기반이었다고 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런데 여친이 자신의 가족, 친구들과 대화할 때는 달랐다. 그 순간 '-노'가 자연스럽게 튀어나왔다. '-노'는 영남방언에서 의문이나 감탄을 표현하는 문법 형식인 것으로 보인다. 말 그대로 방언의 일부, 지역 언어 특성인 것으로 보인다. "맛있네?", "이쁘네?"처럼 던지는 의문, 혹은 "뭐 먹노?"처럼 상대방의 행동을 묻는 질문에서다. 어르신부터 젊은이까지 모든 세대가 자연스럽게 그렇게 쓴다. 특별한 의도나 악의 없이 말인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특정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사용되는 '-노'는 왜 다를까. 그곳에서의 '-노'는 무분별하게 튀어나오고, 종종 혐오와 짝을 이룬다. 문맥 따위는 무시하고 마구잡이로 쓰인다. 반면 영남방언 화자들의 '-노'는 순수한 표현 형식일 뿐인 것으로 보인다. 겉은 같지만 내면은 완전히 다른 것들인 것으로 보인다. 이런 구분이 필요한데, 현실에서는 그 차이를 무시하는 일이 빈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한 연예인이 방언으로 '-노'를 사용했다는 이유만으로 논란이 됐다. 아마도 자신의 지역 방언을 자연스럽게 드러낸 것일 것으로 보인다. 혹은 방언권 친구와의 대화에서 무의식적으로 표현한 것일 수도 있다. 그런데 곧바로 특정 커뮤니티의 혐오 표현으로 낙인찍혔다. 방언 화자 전체가 문제적 집단으로 오인되는 일이 벌어진 것으로 보인다.
사실 이 모든 것 뒤에는 표준어 우월주의가 깔려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에서는 오랫동안 표준어를 '올바른' 언어로, 사투리를 '교정 대상'으로 봐왔다. 서울말 기반의 표준어가 언어의 정점이고, 지역 방언은 한 단계 아래로 위치한다는 무의식이 사회 깊숙이 자리 잡고 있다. 해외 거주자나 인터넷상에서는 이런 경향이 더욱 두드러진다고 한다. 사투리를 말하는 사람의 위치나 격을 무언의 시선으로 낮게 평가하는 무의식 말인 것으로 보인다.
방언을 교정해야 할 대상으로 보는 일은 단순한 언어 규정이 아니다. 한 지역의 언어 문화, 나아가 그 지역 사람들의 정체성을 무시하는 행위와 다르지 않다. 호남과 영남이라는 공간적 거리가 있었기에, 그리고 그 둘이 한 커플이 됐기에 드러나는 언어 차이와 그에 대한 반응들. 이는 우리 사회에 깊이 박힌, 무의식적 차별 구조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창문이 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 원문 발췌
일명 ***식 -노는 정말 시도 때도 없이 튀어나오고, 엉망진창으로 쓰는데 영남방언화자들이 -노를 쓸 때는 굉장히 자연스럽게 사용이 됩니다.
원본 출처: 클리앙 모두의공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