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럴림픽 트랙 위에 한 선수가 서 있다. 히잡으로 머리를 감싼 인도네시아 선수는 다른 참가자들처럼 출발선을 응시한다. 100미터 경주. 그런데 이 선수는 보조기구를 하고 있지 않았다. 탄소 소재의 의족을 착용한 다른 선수들과 달리, 이 선수의 다리는 인공기구 없이 맨몸 그대로였다.

신경근장애. 이 선수가 안고 있는 진단명은 귀에 생소할 수 있다. 팔과 다리는 외형상 온전해 보인다. 손가락도 발가락도 있다. 하지만 뇌와 신경계, 근육을 잇는 신호 전달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마치 사지가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고 한다. 그런 상태에서 간신히 일어서고, 극도의 집중력으로 한 발 한 발을 내디딘다. 일상의 보행마저 기적에 가까운 노력을 요구하는 장애 유형인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왜 탄소 의족을 쓰지 않았을까. 신경근장애는 이러한 보조기구가 적용되지 않는 장애라고 전해진다. 의족은 신체 일부가 없을 때 그 기능을 보충하도록 고안되었다. 하지만 사지는 온전한데 신경 신호가 전달되지 않는 이 경우, 기계 보조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탄소 의족으로 무장한 다른 선수들이 각자의 보철로 다리를 밀어붙이는 동안, 이 선수는 맨몸으로 출발해야 한 것으로 전해진다. 패럴림픽 경기장에서도 이례적인 참가 방식으로 평가되는 이유다.

훈련장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느껴지지 않는 다리를 움직이기 위해 이 선수는 반복과 '믿음'에 기댔을 것으로 전해진다. 감각 피드백이 없으니 동작의 정확함을 느낌으로 확인할 수 없다. 대신 매번의 반복 훈련을 통해 신체에 동작을 각인시키고, 그 동작이 올바를 거라는 확신을 만들어 나간 것으로 보인다. 몸이 센서 역할을 할 수 없으니 마음이 그 자리를 채워야 한 것으로 전해진다. 정신력으로만 이루는 러닝 훈련, 그것은 보통의 스포츠 정신론과는 차원이 다른 것이었다.

결과는 은메달이었다. 100미터 경주에서 두 번째의 영예를 차지했다는 사실만으로도 놀랍다. 기록의 수치 자체보다, 그 메달을 얻기까지의 과정이 더 무겁게 느껴진다. 의족도 없고, 신경 감각도 없는 상태에서, 오로지 훈련 과정에서 만들어낸 신체 기억과 그것을 믿는 마음만으로 완주한 것으로 보인다. 메달의 색깔과 상관없이, 출발선에서 결승선까지 도달했다는 사실 자체가 승리라는 뜻인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은 한 가지 질문을 남긴다. 장애의 극복이란 무엇인가. 흔히 우리는 극복을 '원래 상태로 돌아가기' 또는 '남들처럼 되기'로 생각한다. 하지만 이 선수의 경우는 다르다. 신경 신호는 돌아올 수 없고, 의족도 쓸 수 없는 신체 조건 속에서, 그것을 인정하면서도 경기장에 선다. 가능하지 않은 것을 억지로 만들지 않고, 주어진 조건 속에서 최선을 다하는 방식의 극복인 것으로 보인다. 그것이 은메달이라는 객관적 성과로 나타났을 때, '극복'이라는 단어의 의미가 조금 더 넓어진다.


📌 원문 발췌

손과 다리에 신경근장애가 있음. 손과 다리가 있지만 없는 것으로 느껴진다. 탄소의족을 낀 선수들 사이에서 느껴지지 않는 다리를 잘 가고 있다는 믿음과 훈련으로 달려서 은메달 땀.

원본 출처: 루리웹 베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