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과 콘서트 표를 사고 싶어서 친구한테 물었다. 치과대학을 다니는 친구였는데, 답은 "올해는 너무 마음의 여유가 없다"는 거였다. 약속을 거절당한 건 처음이 아니지만, 이번엔 뭔가 더 절실한 이유가 있는 것 같았다. 왜 그럴까. 솔직히 시간이 아예 없는 것도 아닐 텐데.

친구의 국시 일정을 들어보니 그 이유가 조금씩 보이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진다. 9월에 실기고사를 본다. 그 2개월 뒤 11월엔 2주 동안 과정평가를 받는다. 그 다음 1월에는 필기시험. 총 4개월에 걸쳐 끝도 없이 시험만 이어진다. 각각이 합격선을 넘어야 다음 단계로 갈 수 있는 구조이기도 하다.

그런데 정말 이상한 건, 시간만 봐서는 친구의 말이 완벽히 맞지 않는다는 점인 것으로 보인다. 각 시험 사이에 쉬는 기간도 있고, 지금부터 1월까지의 시간을 계산하면 '하루 정도는 여유 있게 놀 수 있을 텐데?'라는 생각이 든다. 글쓴이의 의문도 그렇고, 물리적 시간만 보면 그럴 수 있다는 생각이 자연스럽다.

하지만 이 생각은 국시라는 시험의 특성을 모르기 때문으로 보인다. 국시는 시험을 보는 그날만의 문제가 아니다. 9월 실기를 치른 뒤에도 "떨어진 건 아닐까" "합격선을 넘을 수 있을까"라는 불안감이 계속된다. 11월 과정평가를 마쳐도 마찬가지다. 최종 합격이 확정되는 1월 필기고사까지, 수개월간 끝나지 않는 심리적 긴장이 일상을 점령한다. 이건 '시간이 없음'의 문제가 아니라 '심리적 여력이 소진됨'의 문제라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태에서 여행을 가거나 콘서트를 즐긴다고 생각해보자. 물론 신체는 그 장소에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마음은 계속 불안감에 붙잡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친구가 "마음의 여유가 없다"고 한 말은 바로 이를 의미하는 것 같다. 단순한 핑계가 아니라, 자신의 정신 상태를 매우 정직하게 표현한 것일 수 있다는 뜻인 것으로 보인다.

물론 약속을 거절당한 쪽의 서운함도 충분히 이해가 된다. 함께 경험을 나누고 싶었을 것이고, 친구의 졸업을 축하해주고 싶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상대 입장에 서 보면, 그리고 국시라는 시험의 무게를 생각해보면, 친구의 선택이 얼마나 필사적인 것인지 느껴진다고 할 수 있다. 약속을 지키되 불안감을 견디는 것보다, 차라리 솔직하게 거절하는 쪽이 두 사람 모두에게 나을 수 있다는 판단이었을지도 모른다.

국시 시즌에는 이런 상황들이 반복된다. 의대, 치대, 로스쿨, 사법시험 등 오랜 준비가 필요한 시험들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있고, 그들의 곁에는 이 긴 시간을 함께 견뎌내는 친구들이 있다. 약속을 거절당하는 것도, 그래도 상대를 응원하는 것도 그들의 일상이 되곤 한다.


📌 원문 발췌

자기가 올해 너무 마음의 여유가 없대. 시간이 아예 없는건 아닐텐데 마음이 여유가 없을수가 잇나..?

원본 출처: 인스티즈 익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