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리그 오브 레전드) 커뮤니티에는 특정한 풍경이 반복된다. 주로 새 패치가 나올 때마다, 혹은 특정 챔피언이나 메타가 강해질 때마다 게이머들이 일제히 '탈출 선언'을 한다는 것으로 보인다. "이제 진짜 그만두겠다"는 외침. "다른 게임으로 옮겨야겠다"는 결의. 하지만 그 선언들은 대개 24시간도 채 못 간다. 여기 한 유저의 글을 보면 그 아이러니가 더욱 극명하게 드러난다.
"그만해. 그만해 진짜로." 이것이 화자의 첫 반응인 듯하다. 멘해라 패치가 예정되었다는 소식에, 마치 자신이 다시 그 악순환에 빨려들 거라는 걸 미리 예감하는 것 같다. 실제로 글에 "너무 힘들어"라는 호소가 뒤따른다. 게임이 자신을 짓누르는 건 명백해 보인다. 패치 때문에, 메타 때문에, 아니면 자신의 약한 의지 때문에 그런 건지는 모르지만, 분명히 힘들다.
그런데 이 지점이 흥미롭다. 동일한 화자가 바로 그 다음 문장에서 "근데 존나 재밌긴 하다"고 말한다. 그것도 인정의 어조로. 그리고 여기서 가장 묘한 부분이 나온다. 화자는 자기 자신의 이 모순을 명확하게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걸 보고 재밌다는 내가 유머다"라는 발언은, 결국 '나도 이 상황이 터무니없다는 걸 안다'는 자기객관화로 읽힌다. 자신의 약함, 자신의 중독, 자신의 속절 없는 복귀를 바라보면서 웃음으로 거리를 두려 하는 순간인 것으로 보인다.
'멘해라'는 롤 커뮤니티에서 특정 챔피언이나 메타 변화를 지칭하는 용어인데, 시간이 지나면서 단순한 게임 용어를 넘어 하나의 문화 코드가 되었다. 멘해라가 나올 때마다 벌어지는 일이 이미 정형화되어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첫 번째 단계는 충격과 공포다. "이건 너무 심하다, 정말 게임을 그만둬야겠다"는 반응이 나타난다. 두 번째는 미묘한 변화다. 처음의 절망감에서 조금씩 웃음이 섞인다. "진짜 이건 아니다"에서 "이건 진짜 웃기긴 하네"로 톤이 바뀐다. 세 번째는 무의식적 복귀다. 게임을 다시 켠다. 패치 노트를 읽고, 유튜브에서 공략 영상을 본다. 챔피언 빌드를 검색한다. 다시 나락으로 빨려든다.
이 구조가 왜 반복될까. 게임이 유저를 고통스럽게 하는 건 맞는 것 같다. "사람이 죽는다"는 표현도 그렇고, 신경전과 좌절감은 실제다. 그래서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말로. 하지만 동시에, 그 고통 속에서도 웃음이 나온다. 자신의 약한 의지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해학. 이미 패배를 알면서도 다시 게임에 입장하는 자신의 터무니없음. 알고 있으면서도 당하고, 당하면서도 웃는 것. 바로 이것이 이 커뮤니티의 특이한 정서로 읽힌다.
멘해라가 또 온다. 그러면 다시 "그만해"라고 외칠 것이고, "근데 재밌네"라고 웃을 것이고, 결국 다음 게임을 켤 것으로 보인다. 어쩌면 그 악순환 자체가 최고의 오락이 되어버린 건 아닐까. 게임 자체보다는, 게임을 하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그 다짐을 저버리는 자신의 모습을 보는 것이. 이 구조를 인식하면서도 거기서 벗어나지 못하는 무력함. 그리고 그 무력함을 웃음으로 대응하는 것이 바로 롤 커뮤니티의 언어가 된 것이라는 반응인 것으로 보인다.
📌 원문 발췌
그만해. 근데 존나 재밌긴 하다.
원본 출처: 루리웹 베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