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32년 만에 요양병원에 대한 대규모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평균의 약 9배에 달하는 과잉 공급을 줄이겠다는 취지로, 국내 요양병원 산업에 대한 첫 본격적인 구조 개혁을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부실 병원 퇴출이라는 명목이지만, 현장에서는 다른 우려들이 나오고 있다.
정부 계획은 이렇다. 중환자 치료 역량을 갖춘 '의료 중심' 요양병원 약 500곳의 수가(건강보험공단이 지급하는 진료비)를 올린다. 반대로 치료 역량이 낮다고 평가된 '생활형' 요양병원 약 800곳의 수가는 삭감한다는 것으로 보인다. 직접적인 폐지 명령이 아니라 수가 조정이라는 간접적인 방식을 택했지만, 요양병원이 경영의 거의 전부를 공단 수가에 의존하는 산업 특성상 삭감된 병원들은 시장에서 생존하기 매우 어려워진다. 사실상 시장에서 퇴출되도록 유도하는 정책이라는 업계 평가도 있다.
여기서 놓치기 쉬운 부분이 있다. 요양병원에 입원한 환자 대다수는 자택에서 혼자 지낼 수 없는 고령층인 것으로 보인다. 자녀들과 함께 살면서 돌봐줄 형편이 안 되는 처지의 사람들이 대부분인 것으로 보인다. 이들이 요양병원에서 받는 의료 서비스는 콧줄, 수액, 재활, 투석 같은 의료 행위를 포함한다. 하지만 더 근본적인 목표는 '치료'라기보다 '유지'다. 적극적으로 질병을 완치시키기 위한 의료 개입보다는, 남은 여생을 안정적으로 보내도록 돕는 '생활 지원 공간'으로 오래전부터 기능해온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이러한 환자들을 받는 기관을 '치료 역량 부족 = 부실 병원'이라는 프레임으로 재단하고 있다. 그런데 치료가 필요한 환자와 돌봄이 필요한 환자는 처음부터 다르다. 같은 의료 기준으로 평가하려니 생기는 모순인 것으로 보인다. 요양병원은 제도적으로는 의료기관이지만, 현장에서는 수십 년에 걸쳐 생활 지원 시설로서의 역할을 해왔다. 이 이중적 성격을 제대로 인식하지 않고 순수 의료 역량만을 잣대로 삼으려는 데서 정책의 한계가 드러난다고 할 수 있다.
만약 이 정책이 그대로 진행되면, 수가 삭감으로 인한 경영 악화를 피할 수 없는 병원들이 속속 문을 닫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면 의료 수준이 높아진 '의료 중심' 병원 500곳이 모든 환자를 수용할 수 있을까. 기존 요양병원들이 받고 있는 환자 규모만 해도 충분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결국 입원할 곳을 찾지 못하는 고령 환자들이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현장의 우려가 제기되는 이유다. 정부의 정책 취지는 이해하지만, 그 과정에서 갈 곳 없는 사람들이 생기지는 않을까 하는 현실적 불안감이 남아있다는 반응이 나온다.
📌 원문 발췌
정부는 중환자 치료 역량을 갖춘 '의료 중심 요양병원' 500곳의 수가는 올리고, 치료 역량이 낮은 '생활형 요양병원' 약 800곳의 수가는 삭감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요양병원은 수가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수가가 내려가는 병원은 시장에서 살아남기 힘든 구조다.
원본 출처: 클리앙 모두의공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