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동네의 오래된 은행나무. 100년에서 200년 사이의 수령으로 추정되는 이 나무는 서울 시내 거리를 지켜온 살아있는 역사였습니다. 몇 세대가 그 그늘 아래서 자라났을 것이고, 계절마다 다른 모습으로 주민들에게 익숙한 풍경이었을 겁니다. 그런데 올해 봄, 그 나무가 사라질 위기에 처했습니다.
***의 담장 때문이었습니다. 뿌리가 확장되면서 담장을 밀어낸다는 우려에, 지난 4월 조경 전문가를 투입해 나무 밑동 주변에 10개 이상의 구멍(약 13센티미터 깊이)을 뚫고 제초제를 주입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는 나무를 의도적으로 고사시키려는 조치로 보입니다.
***은 담장이 무너지면 지나가는 주민들에게 안전 위험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했습니다. 초기에는 악취 때문이라는 설명도 나왔지만, 환경단체의 확인 결과 해당 나무는 냄새가 나는 열매를 맺지 않는 수나무였다고 전해졌습니다. 그 명분은 타당하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되었습니다. 물론 담장 훼손 자체는 현실적인 문제일 수 있습니다. 다만 그것이 나무를 죽이는 것이 유일한 해결책은 아니었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 결정에는 상당한 역설이 있습니다. *** 화백의 호는 '***'로, 글자 그대로 '나무와 대화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었습니다. 자연을 깊이 있게 사랑했던 그 미술가의 철학과 예술을 기리기 위해 존재하는 기관이, 정작 거리의 오래된 나무를 제거하려 했다는 것입니다. 이는 단순한 모순을 넘어 거의 모욕에 가까워 보입니다.
법적으로도 문제가 있어 보입니다. 보호수로 지정되지 않은 100년 이상 된 고목이 공유지에 서 있을 경우, 그 나무의 소유권과 관리 책임이 모호해지는 일이 많습니다. 이번 사건에서도 나무의 법적 지위가 불분명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이 같은 법적 사각지대는, 역설적이게도, 오래된 나무들을 더 취약하게 만듭니다. 누구도 적극적으로 나서서 보호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뿌리로 인한 구조물 훼손 문제는 일반적으로 지자체 부서와의 협의를 거쳐 뿌리 차단재 설치 같은 단계적 해결책으로 접근하는 것이 관례입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 과정이 건너뛰어진 채 즉각적인 고사 조치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제초제 주입 후 나무는 황화 현상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초여름인데 잎이 누렇게 변해가는 모습이 주민들의 눈에 들어왔습니다. 인근 주민들과 환경 시민단체는 재물손괴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습니다. 해당 나무에 화백의 호를 이름으로 붙여주고 생명살림 선언을 발표하며, 지자체에 보호수 지정을 강력히 촉구하고 있습니다.
***은 담벼락과 홈페이지에 사과 글을 올렸습니다. 나무의 회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내용이었다고 전해졌습니다. 그러나 주민들은 여전히 그 사과문이 진정성 있는 책임 인정이 아니라고 지적합니다. 책임 회피의 변명이 섞여 있다는 평가이며, 투명한 약제 공개와 완전한 복구를 계속 요구하고 있습니다.
결국 남은 질문은 단순해 보입니다. 왜 지자체와 협의하는 절차를 생략하고 가장 극단적인 방법을 택했는가. 그 결정 과정에서 대안들은 얼마나 검토되었는가. 나무 한 그루를 보호하는 것이, 자신이 모시던 화백의 철학과 그렇게 거리가 먼 일이었는가.
📌 원문 발췌
*** 화백의 호는 '***'로, '나무와 대화한다'는 뜻을 가질 정도로 자연을 아끼고 사랑했습니다. 그의 철학과 예술 세계를 기리기 위해 세워진 ***이 정작 200년 가까이 된 나무를 독살하려 했다는 사실이 큰 모순입니다.
원본 출처: 클리앙 모두의공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