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밀도 아파트 단지는 건축미학 측면에서 오래전부터 비판의 대상이었다. 획일적이고 삭막하다는 평가, '성냥갑을 쌓아놓은 듯하다'는 표현들이 그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인프라 효율성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한국 도시의 고밀도 주거 구조는 생각보다 합리적인 선택이라는 의견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제시됐다.

에너지와 비용으로 계산하는 도시

대규모 아파트단지가 밀집한 대도시는 구조적으로 인프라 비용을 낮춘다. 1인당 냉난방비 부담을 먼저 보자. 아파트가 고층이고 밀집해 있을수록 각 가구가 외부 환경에 직접 노출되는 표면적이 줄어든다. 즉 같은 실내 온도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에너지가 적다. 건물끼리 붙어 있으면 옆 가구의 열이 중간 벽을 통해 우리 집으로 전달되기도 한다. 고층 아파트의 중층 가구들은 위아래 가구의 열 영향까지 받으므로, 모서리 저층 단독주택보다 냉난방 비용이 훨씬 낮다.

상수도, 하수도, 전기, 가스, 통신망 같은 기본 인프라도 밀도와 정비례한다. 100만 명이 모여 사는 지역과 10만 명이 퍼져 사는 지역에 같은 품질의 급수관을 깔아야 한다면, 인구 1명당 비용은 10배 차이난다. 유지보수도 마찬가지다. 고밀도 지역은 몇 개의 주요 배관·배전소를 집중 관리하면 되지만, 저밀도 지역은 네트워크를 더 촘촘하게 펼쳐야 한다. 공공 교통도 버스·지하철 한 대가 실어나르는 승객 수가 많을수록 1인당 운영비가 낮아진다는 평가다.

SNS가 만들어낸 유럽 도시의 판타지

최근 몇 년간 인스타그램, 유튜브, 틱톡 같은 플랫폼에는 유럽 도시의 스카이라인을 담은 영상과 사진이 끊임없이 올라온다. 저층이고 규칙적이며, 녹지와 광장이 충분하고, 골목길이 인간적 스케일을 유지하는 도시들의 이미지다. 이들 도시는 도시 설계의 미학적 모범으로 추앙받는다. 자연스럽게 한국의 20층, 30층 아파트 단지 숲에 대한 대비적 비판이 강해졌다는 반응인 것으로 보인다. '저런 도시에서 살고 싶다'는 동경은 '이런 도시는 너무 삭막하다'는 폄하로 전환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동경에는 맥락이 빠져 있었다는 관찰이 있다. 유럽의 저층 도시들은 과거 수백 년에 걸쳐 형성됐으며, 현재 거주자 중 상당수는 그곳을 떠나거나 도시 외곽으로 이주한다. 관광지로 남은 중심가의 건물들은 대부분 임대료가 극도로 높아서 일반인 거주가 점점 줄어드는 추세를 보인다. 그리고 무엇보다, 유럽의 저층 도시들이 형성된 시대는 냉방이 필수가 아니었다.

폭염이 드러낸 현실

올여름 한반도를 휩쓴 이상 고온 현상은 도시 설계에 대한 인식을 흔들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진다. 저층의 분산형 도시 구조는 경관과 거리의 인간적 느낌에서는 우월할 수 있다. 하지만 극한의 더위 앞에서는 약점으로 지적되는 측면이 많다.

단독주택이나 저층 건물이 많은 도시에서는 냉방 인프라의 보급률 자체가 상대적으로 낮을 가능성이 있다. 개별 가정이 스스로 에어컨을 설치하고 가동해야 하는데, 초기 투자 비용과 월 전기료 부담 때문에 모두가 이를 감당할 수는 없다. 도시 차원의 공동 냉방 시스템을 구축하기도 어렵다는 게 일반적 평가다. 특히 저소득층 거주 지역의 냉방 사각지대가 두드러진다.

반대로 고밀도 아파트 단지는 구조가 다르다. 조합비와 관리비 시스템 안에서 공동으로 냉방을 지원할 수 있고, 에너지 관리도 집중식으로 최적화된다. 개별 가구가 외부 환경에 노출되는 시간도 짧다. 대형 건물의 물리적 특성상 실내 온도가 외부 변화에 천천히 반응하므로, 실내 온도 안정화에 유리하다. 가구당 에너지 효율이 저밀도 지역보다 훨씬 좋을 가능성이 크다.

미적 선호와 생존의 경계

한 온라인 커뮤니티의 게시글에서는 현실적 제약을 들었다. '모든 사람이 도시 외곽에 살 수는 없다'는 논리였다. 도시로 인구가 집중되는 현상은 경제·고용·교육 기회의 차이 때문에 피할 수 없다는 게 일반적 인식인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도시 내에서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해당 글에 달린 댓글에서는 '모여서 살아야 한다면, 고밀도로 모여 사는 방식이 오히려 효율적이고 경제적이라는 점에서 합리적인 것으로 보인다'는 의견이 올라왔다.

이는 시사점을 던진다는 반응인 것으로 보인다. 도시 설계의 우선순위가 바뀔 수 있다는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는 '얼마나 아름답고 쾌적한가'를 중심으로 도시를 평가했다면, 기후 위기가 심화되는 시대에는 '얼마나 효율적으로 주민의 생존을 보장하는가'라는 기준이 더 중요해질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인 것으로 보인다. 유럽 도시에 대한 막연한 동경과 '저층 도시 찬미' 같은 트렌드는 폭염이라는 현실 앞에서 실용성 논쟁으로 재편될 수 있다는 관찰인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것이 고밀도 아파트 단지의 미적 비판을 완전히 무효화한다고 보기 어렵다. 도시에도 녹지가 필요하고, 사람들의 정서적 만족감도 중요하다는 의견도 많다. 다만 기후 극단화 시대에는 미학만으로 도시를 설계할 수 없다는 깨달음이 확산되는 중이라는 관찰인 것으로 보인다.


📌 원문 발췌

냉난방비 등 인당 인프라비용도 팍팍 효율화가 되고, 이런 막연한 동경들조차도 사라지지 않을까 싶음.

원본 출처: 루리웹 베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