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목해 보이는 가정이 있다. 그런데 부부가 싸우면 정말 크게 싸운다. 예전에는 물건을 집어던질 정도였고, 지금도 표면은 진정되어도 문제의 원인은 여전하다. 그것은 두 사람의 성격 차이였다.

한쪽은 일로 바쁜 사업가다. 무뚝뚝한 성격에 자기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 편인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50년을 살아온 남편에게는, 굳이 말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있다. 다른 한쪽은 일생을 집에서만 보낸 전업주부다. 성격이 따뜻하고 세심해서, 상대의 말에 귀 기울이고 감정을 나누고 싶은 사람인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여기서 벌어진다. 남편은 자기 사랑을 물질과 행동으로 표현한다. 돈을 벌어오고, 물건을 사준다. 명절에 뭔가 사주겠다고 하면 아내가 비싸다고 말해도 씹고 넘어간다. 하지만 아내가 원하는 것은 그런 것이 아니다. 간단한 일상 대화와 감정적 공감. 마음을 나누는 것, 그것을 확인받는 것.

심리학에서는 이를 '사랑의 언어'가 다르다고 말한다. 한쪽은 '나를 위해 일하고, 물건을 사주는 것'이 사랑의 증거인데, 다른 쪽은 '내 말을 들어주고, 대화하는 것'이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이 불일치는 악의가 없으면서도 한쪽을 계속 상처입힌다. 그것이 20년 동안 반복되면서 감정의 골은 더 깊어진다.

작년, 아내에게 큰 수술이 있었다. 그 후유증으로 안면마비가 왔다. 회복을 위해 열심히 치료 중이지만, 그것은 외출과 대면을 어렵게 만들었다. 이전에는 밖에서 사람들을 많이 만났지만, 이제는 집에만 있다. 더 이상 외부의 정서적 출구가 없어졌다는 뜻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서 남편과의 감정 교류가 유일한 정서 채널이 되어야 했는데, 정작 그 채널은 처음부터 제대로 열려 있지 않았다.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남편의 '감정 언어 부재'가 더 두드러졌다. 아내가 사소한 일상을 나누려 하면 남편은 대답만 한다. 자기 이야기할 때는 말이 많아지지만, 상대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법을 모른다. 아내가 답답함을 표현하면 남편은 화를 낸다. 그러다 자신의 감정이 폭발하면 둘은 크게 싸운다. 이후 표면은 봉합된다. 그런데 아내만 감정을 삭인다. 남편은 눈치를 보다가 '이제 괜찮겠지' 하고 무던하게 지나간다. 아내의 상처는 처리되지 않은 채 쌓여간다.

20년. 이 반복이 20년인 것으로 보인다. 아내는 자주 말한다. '자기는 집안일만 하고 밥만 만드는 사람 같다'고. 자존감이 점점 낮아진다. 심지어 최근에는 '마음의 문을 닫고 있다', '어느날 집에서 뛰쳐나갈 것 같다' 같은 말까지 한다고 한다. 한두 번이 아니라 자주다. 남편은 그런 말을 들으면 '아니다'라며 화를 낸다. 하지만 행동은 변하지 않는다.

딸이 이 상황을 보면서 느끼는 복잡함은 이것으로 보인다. 아버지를 완전히 미워할 수 없다는 점인 것으로 보인다. 바쁜 와중에도 가족을 위해 노력하려는 모습이 보이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 노력의 방향이 아버지 중심이라는 것도 안다. '네가 사랑받고 있지 않아? 내가 돈을 버는 것, 물건을 사주는 것, 이게 사랑 아닌가'라는 식의 무언의 반박이 어머니를 더 외롭게 만드는 건 아닐까. 그런 생각이 자꾸만 든다.

앞으로 딸은 취직을 하고, 결혼을 하고, 집을 떠날 것으로 보인다. 동생도 마찬가지다. 그러면 아내가 남은 인생을 함께할 사람은 남편뿐인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바로 그 남편이 아내를 점점 더 외롭게 만들고 있다는 생각. 이것이 딸의 진짜 고민인 것으로 보인다.

딸도 안다. 부모의 결혼생활까지 결정할 수 없다는 것을. 자녀로서 할 수 있는 것의 한계가 있다는 것을. 그래도 마음은 자꾸만 아버지한테 가서 '엄마의 말을 들어줄 수는 없나요'라고 묻고 싶어진다.


📌 원문 발췌

엄마는 자기는 집안일만 하고 밥만하는 사람같이 느껴진다는 말을 자주해요. 엄마가 이제는 점점 마음의 문을 닫고 있는 것 같다, 어느날 집에서 뛰쳐나갈 것 같다 라는 말을 자주해요.

원본 출처: 네이트판 톡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