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 검사에서 수용성이 90% 근처라는 결과를 받았을 만큼, 나는 원래 주변 사람들의 요구에 맞춰주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던 사람이었다. 손해를 봐도 크게 불평하지 않았고, 가족이나 친구를 위해 양보하는 것도 자연스러웠다. 직장에서 억울한 일이 있어도 참고 버티는 게 나의 방식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달라진 것 같다. 특히 배우자와 함께하는 시간 속에서.

내가 무언가를 양보할 때마다, 배우자는 꼭 불편함을 드러낸다는 인상을 받았다. 깊은 한숨을 내쉬거나 얼굴 표정이 굳어지거나, '니 마음대로 해' 같은 말을 건넨다. 겉으로는 내 선택을 받아들이면서도 그 순간을 어둡게 만드는 방식이다. 그러면서 나는 이상한 불편함을 느끼기 시작했다. 내가 정말 좋은 마음으로 양보하는 건지, 아니면 죄책감을 받으면서 양보하는 건지 경계가 흐릿해진 것 같다.

처음엔 배우자의 반응이 마음에 걸리는 정도로 끝났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내 안에서 뭔가가 조용히 쌓여가기 시작했다. 양보로 인해 손해 본다는 생각이 자동으로 떠올랐고, 상대에 대한 작은 불만들이 자꾸만 쌓였다. 예전엔 그냥 넘어갔을 일도 이제는 '저번에 내가 양보했는데?' 하는 계산이 먼저 붙는다. 나 자신도 모르게 생색을 내거나 따지는 내 모습을 발견하고는 깜짝 놀란다. 이게 정말 나인가 싶을 정도로.

가장 큰 문제는 이런 변화가 자기방어 기제처럼 느껴진다는 것이다. 배우자가 내가 양보했다고 생색낼까 봐 미리 내가 양보한 사실을 들추고 있는 내 모습을 발견했을 때, 무언가 깨닫게 된다. 관계에서 안전감이 사라졌다는 뜻이다. 원래는 상대가 좋아하는 모습만 봐도 내 마음이 따뜻해졌는데, 이제는 내가 손해를 보지 않을까 하는 불안이 먼저 고개를 든다. 그것이 자신을 책망하게 만드는 가장 큰 이유다.

가장 자책이 심한 순간은 공공장소에서다. 길거리나 사람 많은 곳에서 배우자의 불만에 맞서 자신도 모르게 따지고 항의하고 있는 내 모습이 보일 때가 있다. 그 순간엔 현실감이 강하게 밀려온다. 이게 정말 나인가, 저 사람이 정말 나인가 하는 거리감을 느낀다. 원래의 온순한 나는 어디로 간 걸까 하는 의문만 자꾸 떠오른다.

더 무서운 건 이 변화가 눈에 띄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표정이 변하고 있다는 걸 스스로 느낀다. 심리적으로도 뭔가 닫혀가는 것 같고, 인상도 달라지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배우자가 원인일 수도 있고, 내 약한 성격 때문일 수도 있지만, 확실한 건 예전의 나가 점점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게 너무 무섭다.

정말 내 성격이 변한 걸까, 아니면 이 관계가 나를 이렇게 만든 걸까. 양보하던 사람이 따지는 사람이 되는 과정에서, 정말 내 책임만 있을까. 이런 질문들이 자꾸만 맴돈다.


📌 원문 발췌

그런데 남편은 양보를 할 때마다 꼭 불만을 드러냅니다. 한숨을 쉬거나, 표정이 굳거나, '니 맘대로 해', '그래,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해' 같은 말을 합니다.

원본 출처: 네이트판 톡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