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의 한 마디 발언이 청중에 따라 완전히 다르게 받아들여지는 현상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특히 대통령 발언은 더욱 그렇다. 같은 문장을 두고도 어떤 이는 '현명한 결정'이라 평가하고, 다른 이는 '무책임한 발언'이라 낙인을 찍는다. 이는 단순한 의견 차이가 아니라 각자의 신념체계가 정보 수용 방식을 조종한다는 뜻이다.
심리학에서 '확증 편향(confirmation bias)'은 자신의 기존 믿음이나 가설을 지지하는 정보만 선택적으로 찾고 받아들이는 인지 오류다. 우리 뇌는 이미 믿고 있는 것을 강화해주는 신호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어떤 정치인을 지지하면 그의 발언을 최대한 호의적으로 해석하려는 무의식적 노력이 시작된다. 반대로 싫어하는 정치인의 같은 발언이라면, 그 문장을 부정적으로 읽을 수밖에 없게 되는 것이다. 이는 개인의 도덕성 문제가 아니라 인간의 기본적인 신경 구조에 내재된 특성이다.
문제는 이 현상이 개인의 마음 속에만 머물지 않는다는 점이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소셜 미디어에서 수천 수만 명의 사람들이 같은 발언을 두고 상충되는 해석을 제시하고, 이를 두고 벌이는 설전은 결국 '발언의 진의가 무엇인가'라는 본질적 논의를 밀어낸다. 대신 '우리 진영 vs 저쪽 진영'이라는 이분법적 구도가 탄생한다. 객관적 사실 검증보다는 자신의 진영이 옳다는 것을 입증하는 데만 열중하게 되는 것이다.
이 패턴은 선거철마다, 정책 발표마다 반복된다. 매번 같은 구조로 같은 싸움이 벌어진다. 누군가는 발언을 '긍정적으로' 왜곡하고, 다른 누군가는 '부정적으로' 왜곡한다. 양쪽 모두 자신은 객관적 해석을 하고 있다고 믿지만, 실은 각자의 확증 편향이 만들어낸 평행선일 뿐이다. 이 악순환이 반복될수록 사람들 사이의 간극은 더 벌어진다. 결국 발언 자체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진영의 정당성을 싸우는 싸움만 남게 된다.
정치적 입장이 다른 것은 자연스럽다. 하지만 같은 사건, 같은 발언을 모두가 자신의 필터를 통해서만 봐서는 대화 자체가 불가능해진다. 필요한 것은 자신의 신념과 무관하게 '그 발언이 정확히 무엇을 말했는가'를 먼저 인정하는 태도다. 발언을 원문 그대로 읽고, 그 다음에 비판하거나 지지하는 순서가 되어야 한다. 확증 편향이 인간의 기본 속성이라면, 이를 인식하고 조절하려는 노력만이 생산적인 정치 토론을 가능하게 한다.
📌 원문 발췌
자신이 지지하는 정치인에게 유리하게 자신이 싫어하는 정치인에 대한 것은 더 나쁘게 받아들이는 모습은… 그러다가 결국 지지하는 정치인이 다르면 서로 싸우자나요?
원본 출처: 클리앙 모두의공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