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익명 게시판 글쓴이는 결혼 후 두 딸을 키우고 있지만, 불현듯 떠오른 불안감이 극도로 단순하다고 전한 것으로 전해진다. 십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과거의 기억, 그리고 그 기억에 담겨 있을지도 모르는 영상과 사진의 존재 여부. 그것이 전부라는 것으로 보인다. 지금의 자신은 온전히 다른 삶을 살고 있지만, 과거의 기록물이 현재를 위협할 가능성이 있다는 생각은 떨쳐낼 수 없다고 전한 것으로 전해진다.
스마트폰이 지금처럼 발전하지 못했던 시절의 이야기다. 아이폰6과 갤럭시S5가 보급되던 그 시대, 글쓴이는 당시 사귀던 전남친들과 함께 동영상과 사진을 촬영했다고 한다. 당시 사회는 그러한 기록물이 유출되는 것에 대해 지금처럼 경각심이 없었다. 개인적으로도 그런 위험성에 깊이 생각해본 적이 없는 시절이었다. 세상을 너무 아름답게만 봤던 시기라고 표현하는 게 정확할 것 같다. 유출이나 기록물의 악용이라는 개념 자체가 일반인들의 일상적 염려 사항이 되기 전의 시대였다는 뜻인 것으로 보인다.
헤어질 때마다 본인이 그 자료들을 지웠다는 건 확실한 사실이었다. 그래서 상대방도 당연히 지웠을 거라는 생각은 너무나 자연스러웠다고 한다. 당시는 헤어질 때 그런 기록물을 지워야 한다는 사회적 합의조차 명확하지 않았다. 상호간의 신뢰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믿었던 것으로 보인다. 지금 와서 그 믿음이 얼마나 순진했는지를 깨닫게 되었다고 하지만, 당시의 시대 상황을 고려하면 그 판단은 비난할 수만은 없어 보인다.
지금의 불안감이 어떤 해결책도 허용하지 않는다는 점이 더욱 가혹해 보인다. 십여 년이 지난 지금, 그 영상이나 사진이 어디에 존재하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다. 상대방이 여전히 보관하고 있을 가능성도, 혹은 어딘가에 업로드되어 있을 가능성도 모두 추측만 가능할 뿐인 것으로 보인다. 자신이 지웠다는 사실도, 상대방에게 삭제를 요청할 수 있는 기회도 이미 지나갔다. 현재의 기혼 여성이라는 정체성과 과거의 연애 기록물이 충돌하는 상황 속에서 오는 불안감은 통제할 수 없는 영역에 놓여 있다는 점이 문제다.
단순히 개인의 과거 판단 착오만을 탓하기보다는 당시 사회의 인식 부재가 개인의 경험과 어떻게 겹쳐 있었는지를 함께 봐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2010년대 초반만 해도 '디지털 성범죄'나 '비동의 유출'이라는 개념이 공중파에 자주 다뤄지지 않았다. 개인의 주의 부족도 있겠지만, 사회 전체가 그 위험성을 제대로 경고하지 못했던 시기였던 것으로 보인다. 그렇기에 많은 사람들이 후회하게 되는 것 아닐까 싶다. 현재 이런 글들이 광범위하게 공감을 받는 이유도, 과거에는 그럴 경고와 교육이 충분하지 않았다는 것을 독자들이 깊이 있게 인지하기 때문일 수 있다.
📌 원문 발췌
헤어질때 제가 지웠듯이 정말 너무 당연히 상대도 지울거라고생각했던 내자신이 진짜 바보같다고 느껴지네요
원본 출처: 네이트판 톡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