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2월 24일 유튜브 정치평론 프로그램에서 나온 의혹 하나. 특정 재단의 금융 거래 기록을 검찰이 열람했을 가능성이라는 내용이었다. 당시 검찰 개혁이 한창 논의 중이던 터라, 그 의혹은 빠르게 여론으로 번졌다.
13개월. 정확히는 2021년 1월 22일, 그 의혹을 제기했던 공인으로부터 공개 사과문이 나타났다. 단순한 '죄송합니다' 수준이 아니었다.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 누가 피해를 입었는지를 정리한 형태였다.
왜 사과했는가
사과는 세 방향으로 향한다.
먼저 검찰. 입증하지 못한 의혹으로 기관 전체와 그 종사자들을 불신의 대상으로 만들었다는 점인 것으로 보인다. 다음은 재단의 후원 회원들. 자신이 제기한 불확실한 의혹이 그 기관을 정치 갈등의 중심에 놓이게 했다는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시민들. 사실의 근거 없는 의혹이 여론 형성을 왜곡시켰다고 본 것으로 보인다.
세 대상 모두에게 공통된 지점이 하나 있다. 바로 '검증되지 않은 정보'가 피해를 만들었다는 인식인 것으로 보인다.
자신을 어떻게 진단했나
흥미로운 지점은, 사과문이 자신을 구체적으로 분석한다는 점인 것으로 보인다.
첫째는 '확증편향'인 것으로 보인다. 단편적 정보와 불명확한 상황을 오직 한 방향으로만 해석했다는 뜻. 두 번째는 '감정적 적대감'인데, 과도한 정서적 적개심에 빠져 논리가 개입할 여지를 없앴다는 의미다.
'악마화'도 나온다. 자신과 다른 입장을 완전히 악의로만 봤다는 것. 동시에 공직자들의 주장을 '전적으로 불신'한 자신을 따로 지적한다.
또한 '비평의 한계를 벗어났다'고 표현한다. 객관적 관찰자의 위치에서 내려와, 싸움의 당사자가 되어버렸다는 자기 평가다. 마지막으로는 '입증 가능성을 신중히 검토하지 않은' 자신의 기본 태만을 꼬집는다.
직업인으로서 기본을 어겼다
사과문의 가장 무거운 부분은 이 목소리다. 본인을 '말과 글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으로 규정한 뒤, 그 기본을 어겼다고 인정하는 부분인 것으로 보인다. 말과 글의 영향력을 알면서도, 뒷받침 없는 의혹을 전파한 행동이 얼마나 책임감 없는 것인지를 인식했다는 뜻으로도 읽힌다.
이후 본인은 정치비평 활동을 내려놓기로 결정했다고 밝힌다. 사과문의 마지막 문장은 이렇다. '정치 현안에 대한 비평은 앞으로도 일절 하지 않겠습니다.'
13개월이라는 시간
의혹 제기와 공개 사과 사이에 13개월이라는 간격이 있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사과문 내에 따르면 본인은 이미 2020년 4월부터 정치비평을 그만두고 있었다. 그렇다면 자신의 과오를 언제 인식했을까. 의혹 제기 직후일 가능성도, 시간이 지나면서 천천히 깨달았을 가능성도 있다. 어쨌든 그 깨달음을 공개적으로 사과하기까지는 추가로 많은 시간이 필요한 것으로 전해진다.
공인이 자신의 실수를 이렇게까지 구체적이고 단계적으로 분석하는 모습은 흔하지 않다. 그것이 이 사과문이 주목받은 이유 중 하나일 것으로 보인다.
📌 원문 발췌
누구나 의혹을 제기할 권리가 있지만, 그 권리를 행사할 경우 입증할 책임을 져야 합니다. 그러나 저는 제기한 의혹을 입증하지 못했습니다.
원본 출처: 클리앙 모두의공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