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티즈의 KIA 카테고리에는 다른 팬 커뮤니티와는 조금 다른, 흥미로운 문화가 존재한다. 본인표출이라는 기능이 있는데, 이를 통해 자신의 신원을 드러내고 응원글을 올릴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그 글 아래에 경기 결과가 기록된다는 점인 것으로 보인다. 기아가 승리한 경기에 올린 응원글과 패배한 경기에 올린 응원글이 누적되면서, 각 팬의 비공식 '승률'이 자동으로 형성되는 구조인 것. 누구나 매길 수 있는 통계이지만, 커뮤니티 안에서는 꽤 의미 있는 데이터로 취급된다.

시간이 지나면서 이 승률은 단순한 숫자 이상의 상징성을 띠게 된다. 팬들 사이에서 말 없이 통용되는 '응원의 영험함' 같은 것이 생기는 것으로 보인다. 승률이 높은 사람의 응원은 마치 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듯이 받아들여진다고 볼 수 있다. 과학적 근거는 없지만, 응원 커뮤니티라는 폐쇄된 생태계 안에서는 이것이 준칙처럼 작동하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어느 순간 자신의 승률이 떨어지기 시작하면, 응원하는 팬 입장에서는 상징적인 타격감을 느낀다. 자신의 응원에 어떤 '신성함'이 있었는데, 그것이 훼손되는 기분을 맛보게 되는 셈인 것으로 보인다.

이번 글을 올린 팬도 정확히 이 같은 상황에 처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전 응원글에서는 더 높은 승률을 유지하고 있었는데, 최근 몇 경기에서 기아가 연달아 패배하면서 본인의 응원 승률도 함께 하락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글에 남긴 "제발이라는 감정"이라는 표현이 그 심정을 고스란히 대변한다. 여기서 응원이라는 행위는 단순한 감정 표현을 넘어선다. 팀의 승리를 향한 간절함 속에 자신의 응원 신빙성까지 함께 걸려 있다는 무게감이 느껴지는 것으로 보인다. 즉, 승리하면 자신의 승률도 지켜지고, 패배하면 그것도 함께 깨진다는 압박감 말인 것으로 보인다.

이 지점에서 팬들은 선택의 갈림길에 놓인다. 깨진 승률이 부담스럽다면, 침묵하고 물러나는 것이 현명한 판단이 될 수 있다. 더 이상 응원글을 올리지 않으면, 승률을 더 깨트릴 일도 없으니까. 충동적으로 계속 응원했다가 또 지면 승률은 더 내려앉을 테고. 따라서 많은 팬들이 이런 상황에서는 자신의 글을 지우거나, 새로운 응원을 올리지 않으려고 한다. 하지만 이 팬은 정반대로 움직였다.

승률 따위는 이미 깨졌으니까 상관없다는 심정인지, 아니면 더 나아가 그런 객관 지표보다는 응원 행위 자체가 중요하다고 깨달은 건지는 불명확하다. 하지만 행동은 명확하다. 오늘의 경기에서 기아가 꼭 역전을 이루길 바라며, 의도적으로 '장터'라는 응원 이벤트를 공개적으로 연다고 선언한 것으로 보인다. 객관적 지표로서의 승률을 포기하면서까지, 응원 행위 자체의 의지를 우선시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구체적인 이벤트 조건을 보면 더 흥미롭다. 오늘 경기에서 기아가 역전승을 거두면, 글의 댓글 중 당첨자에게 배민 1만 원 상당의 기프트를 지급한다는 것. 그리고 추가로 "무지 인증"을 조건으로 1명을 추첨해서 별도의 상품을 제공한다는 계획인 것으로 보인다. 무지 인증이란 응원 현장에 직접 가서 팀을 응원했다는 증거 사진을 의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벤트 구성 자체가 응원의 현장성과 실천력을 강조하는 구조라고 볼 수 있다. 배민 기프트는 기아 팬들 사이에서 통용되는 일반적인 '보상'의 형태이고, 무지 인증 조건은 그 응원의 정당성을 증명하는 방식인 것으로 보인다. 즉, 이 팬은 단순히 경품으로 참여를 유도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응원하고 함께 역전을 노리자는 메시지를 담은 것으로 보인다.

이런 선택이 담는 의미는 커 보인다. 승률이라는 객관적 지표가 얼마나 중요한지 충분히 알면서도, 그것이 응원의 본질을 결정하지 않는다고 본 것으로 보인다. 지는 경기를 보고 침묵하는 것도 또 다른 팬심일 수 있겠지만, 진 후에도 다시 응원을 걸겠다는 것은 다른 차원의 것으로 느껴진다. 아마도 오늘 밤 기아 경기를 보는 많은 팬들이 이 글을 기억할 것 같다. 승률 같은 통계는 분명 의미가 있지만, 그보다는 응원을 멈추지 않겠다는 다짐이 응원받을 가치가 있지 않을까.


📌 원문 발췌

비록 승률은 깨졌지만 제발이라는 감정. 오늘은 이겨주시길... 기아 역전승시 배민 1만원

원본 출처: 인스티즈 익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