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을 통해 알게 된 누군가와 거의 1년을 매일 대화하고 있다. 처음엔 단순한 게임 친구였지만, 시간이 흐르며 호감으로 변한 것으로 전해진다. 서로의 얼굴도 알고 있고, 상대는 꾸준히 만나고 싶다고 표현해왔다. 글쓴이도 그 마음이 같지만, 한 가지 걸림돌이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의 한 익명 글쓴이에 따르면, 20대 초에 게임을 통해 만난 한 사람과 오프라인 만남을 가졌을 때 성폭행에 가까운 피해를 입었다고 한다. 그때는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었고, 그 경험이 오랫동안 심리적 트라우마로 자리 잡았다고 느껴진다. 나이를 먹으면서 연애를 통해 조금씩 극복해나갔지만, 여전히 온라인에서 시작된 관계가 현실로 넘어오는 순간만 되면 깊은 두려움이 밀려온다는 것으로 보인다. 상대방이 좋고, 마음도 같지만, 그 순간이 오면 몸과 마음이 거부 반응을 일으키곤 한다고 한다.

상대방은 이런 배경을 알고 있다. 글쓴이의 트라우마 경험을 이해하면서도, 1년을 기다린 자신의 시간에 대해 억울해하는 느낌이 느껴진다고 한다. 상대의 입장도 충분히 이해가 간다. 매일매일 연락하며 감정을 나누고,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을 1년이나 거쳤는데도 만나지 못한다는 게 상대에게는 답답하고 불공평해 보일 수밖에 없으니까.

특히 최근 동창회 상황이 그 감정을 더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2년을 만나지 않던 남자 친구들은 아무렇지 않게 만나면서, 자기는 1년을 매일 연락했는데 아직도 못 만난다는 게 불공평하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상대의 관점에선 논리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상황이 맞아 보인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질문이 있다. 2년간 주로 오프라인 맥락에서 알아온 지인들과 1년 동안 매일 온라인에서 연락한 누군가를 정말 같은 기준으로 비교할 수 있을까? 단순히 '얼마나 오래 알았는가'가 아니라, 그 관계가 시작된 맥락과 현재까지 유지되어온 방식이 심리적 안전감에 미치는 영향은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형성된 인연들이 현실로 전환될 때, 당사자들이 느끼는 심리적 장벽은 단순한 낯가림과는 질적으로 다를 수 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동창회에 오는 사람들은 글쓴이가 오프라인 환경 속에서 오랫동안 알아온, 이미 검증된 관계의 사람들인 것으로 보인다. 반면 게임 친구는 처음부터 온라인이라는 일정한 거리감을 유지한 공간에서만 존재해왔다. 그 경계를 허무는 순간은 글쓴이에게 지극히 개인적인 심리적 안전 문제와 직결되어 있다. 오래 알고 있다고 해서 반드시 안전한 것은 아니고, 새로 만난 사람이 반드시 위협적인 것도 아니다. 하지만 피해 경험의 복잡함과 회복의 페이스는 타인의 논리로는 재단할 수 없다는 점이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도 당연히 중요하다. 1년을 매일 연락하며 기다려준 상대방의 감정은 충분히 존중받을 만하다. 그렇다고 해서 글쓴이가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만남을 강행하는 것이 상대방을 위한 배려가 될 수는 없다는 점도 동시에 사실인 것으로 보인다. 어떤 의존도 원하지 않는 상대방이라면, 글쓴이가 자신의 심리적 안전감을 우선으로 챙기는 일을 응원해줄 수 있지 않을까. 지금 이 상황을 정직하게 고민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매우 중요한 신호가 아닐까.


📌 원문 발췌

거의 1년 동안 연락만 했으니 보고 싶어 한다. 하지만 나는 아직 다 극복하지 못했는지 온라인에서 오프라인으로 넘어가는 게 무섭다.

원본 출처: 인스티즈 익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