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첩모임(청모)이라는 절차를 단순한 초대 통보라고 보는 시각도 있을까? 누군가를 직접 만나서 더 가까워지고 싶다는 신호, 그리고 결혼식 당일 함께할 사람으로 초대하고 싶다는 의사 표시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상대방이 먼저 손을 내밀었다면 더욱 그렇다.
한 익명 게시판의 글쓴이가 공개한 사연을 보면, 처음엔 결혼 예정일 근처에 일정이 있어 만날 수 없을 거라고 미리 알렸다고 한다. 그런데 상대 친구가 "짧게라도 만나 밥을 먹지 않을까?"라고 먼저 제안해 왔다. 글쓴이는 그 제안을 받아들였고, 남편까지 함께 데려가 청모를 진행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 자리에서 '결혼식 당일 다시 만나자'는 인사도 나눴다고 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지점까지만 살펴봐도 글쓴이가 어떤 신호를 받았는지 짐작할 수 있다. 원래는 참석 자체가 불확실했던 친구가 직접 만날 것을 원한 것으로 전해진다. 청모라는 절차를 함께 밟으면서 뭔가 '확인'이 일어난 것으로 보인다. 친해지고 싶다는 상대의 의도, 그리고 그 마음에 응한 자신의 선택이 그 만남에 담겨 있었다는 의미일 수 있다.
그런데 결혼식을 3일 남기고 갑자기 "참석할 수 없다"는 연락이 떨어졌다.
글쓴이가 분명히 명시한 부분이 있다. 축의금 규모 때문이 아니라는 것으로 보인다. 금액 문제도 아니었다. 사실 그 친구가 결혼식에 오든 안 오든 상관없었다고까지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런데 정확히 그 점이 더 서운하게 느껴진 이유라고 덧붙였다.
"우리 진한 사이네"라고 생각하게 된 건 청모를 통해서였다는 것으로 보인다. 원래는 초대할 생각이 없었던 친구였다. 상대가 먼저 만남을 원했고, 그 과정에서 자신도 그 친구와 더 가까워지고 싶다는 마음이 생겨났다. 청모라는 행위가 그 감정을 '확인'하는 순간이었던 셈인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보면 단순히 '결혼식 미참석'의 문제만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상대방의 주도로 시작된 약속이 일방적으로 깨져버렸다고 느껴지는 상황인 것으로 보인다. 상대가 먼저 손을 잡으라고 했는데, 손을 잡으면서 동시에 이미 놓으려던 건 아닐까. 그런 감정이 글쓴이의 서운함 속에 담겨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구조는 많은 관계에서 반복되곤 한다. 상대방 주도로 시작된 약속일수록 기대치는 높아진다고 할 수 있다. 그들이 먼저 시간을 내줬으니, 자신이 맞춰야 할 책임도 있을 거라고 생각하게 된다. 그런데 현실이 그렇지 못할 때의 낙차가 크다. 특히 그 약속이 '우리는 이 정도 거리의 관계'라는 확인 과정이었다면 더욱 그렇다고 볼 수 있다.
결국 글쓴이가 느끼는 건 결혼식 참석 여부를 놓고 생기는 서운함이 아니라, 그 친구가 자신을 어느 정도의 비중으로 생각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생겨버렸다는 뜻인 것으로 보인다. 청모를 통해 가까워진다고 느꼈던 그 순간이 상대 입장에선 일시적이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문득 떠오른 것이 아닐까.
📌 원문 발췌
원래 청모할 생각 없었음 그래서 날짜 못잡을거같다고 미리 말함. 그친구가 잠깐 보고 밥먹는것도안되나? 해서 만나서 청모함. 결국 못온다고 연락옴.
원본 출처: 인스티즈 익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