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율 나락을 보고 기쁘냐며 묻는 말에, 한 열성 지지자가 내어놓은 대답은 예상을 철저히 깨뜬다. "아무 감정이 없다"는 한 마디. 분노도 절망도 아닌, 냉담함만이 남겨져 있다.
이 무감각이 얼마나 심각한 신호인지는, 그 지지자가 한때 어떤 사람이었는지를 알 때 비로소 드러난다. 특정 정당과 대한민국의 미래를 향해 정열적으로 응원해온 사람이었다. 정치에 열정을 갖고 이상을 좇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인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그 온기가 사라졌다. 냉담함으로 변해버렸다.
특정 인물이 그 열정을 식혔다고 지목한다. "너 때문에"라는 표현으로 직설적으로. 그런데 눈여겨볼 부분이 있다. 그 지적조차 분노가 아니라 비꼼으로 표현된다는 것. "재능인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한 그 문장 속에는, 더 이상 분노할 기운마저 소진되었다는 의미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분노도 피곤하다는 듯한 무력감이 사이사이에 스며 있다.
정치적 지지자가 자신을 응원하는 편의 지도자에게 배신감을 느끼는 일. 이것은 상대 진영을 비판하는 것과는 완전히 다르다. 자신의 편에 대한 배신감은 더 깊고, 더 치명적이고, 더 오래 남는다. 투자해온 열정과 신뢰가 깨져나가는 경험이 바로 '지지 피로'의 핵심인 것으로 보인다.
분노라는 격렬한 감정조차 거쳐가지 않고, 감정이 소진된 뒤 남겨진 무감각으로 직진하는 것. 그것이 얼마나 심각한 신호인지, 수치적 지지율 하락만으로는 포착할 수 없다. 한 사람의 열정이 냉담으로 변하는 심리적 변화는 얼마나 빠르고 깊을 수 있는가. 이 글이 말없이 보여주는 것이 바로 그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지지율 수치보다 더 무거운 신호를 담고 있다.
"너 때문에 몇 년이나 퇴보하고 정권을 잡기 힘들어질 것"이라는 표현은 단순한 비난이 아니다. 한 지지자의 이반이 야기할 수 있는 광범위한 영향에 대한 경고로 읽힌다. 지지 기반의 잠식이 얼마나 빠를 수 있는지, 그리고 그것이 가져올 후과가 얼마나 심각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지적인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에 남는 "알아서 잘한다"는 말. 한때 믿고 응원했던 측에 대한 최후의 냉소다. 더 이상 기대하지 않겠다는 포기의 언어. 관심의 완전한 단절. 무관심이 분노보다 무서운 까닭은 간단하다. 감정이 식으면 다시 데우기가 훨씬 어렵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원문이 올라간 온라인 커뮤니티의 댓글들을 보면 비슷한 반응을 찾아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비슷한 배신감과 지지 피로를 경험한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그리고 그런 이반이 실제로 얼마나 축적되고 있는지를 엿볼 수 있을 테니까. 수치상 지지율 변동만큼이나, 혹은 그것보다도 더 중요한 신호들이 그곳에 숨어 있을 것으로 보인다.
📌 원문 발췌
아무 감정이 없다. ***에 대해 열정적이었던 나를 이렇게 차갑게 식혀주는 것. 너 때문에 ***이 몇년이나 퇴보하고 정권을 잡기 힘들어질 것
원본 출처: 딴지일보 자유게시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