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료품점 계산대에 선 한 여성의 경험이 화제다. 임신 말기였던 그녀는 낯선 나이 많은 손님으로부터 부적절한 발언을 들었다. "발이 엄청 크네, 뚱뚱한 아기가 나올 것 같은데"라는 식의 말이었다. 놀라움을 넘어 황당했지만, 다시 입을 떼지 않고 그저 무표정한 시선으로 상대를 응시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 눈빛이 충분히 강력했던 건지, 상대방이 불편함을 느껴 말을 삼켰다. 대화 한마디 없이 오직 시선만으로 의사를 전달한 순간이었다.
이 장면은 단순한 에피소드를 넘어 온라인에서 본격적인 화제가 됐다. 그것은 "Z세대 시선(Gen-Z stare)"이라 불리는 현상 때문이었다. 영문 사전에까지 등재된 이 용어는 "말로 대답을 해야 할 상황에서 젊은 세대가 짓는 멍한 표정"으로 정의된다. 특정 상황에서 Z세대 인물들이 보이는 무표정함이 마치 비판적 태도처럼 보인다는 뜻인 것으로 보인다. 온라인 커뮤니티나 SNS에선 이 현상에 대한 논의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질문이 생긴다. 그 무표정한 표정을 정말 '무례함'으로만 읽어야 할까? 전문가들의 해석은 기성세대가 가정하는 것과 다를 수 있다.
코칭 전문가들은 Z세대가 과도하게 친절하고 환한 태도를 고집스럽게 거부한다고 말한다. 이전 세대는 직장이든 공공장소든 늘 밝은 표정을 유지하고, 낯선 사람과도 쾌활하게 교류하는 것을 '예의'의 기본으로 배웠다. 하지만 Z세대에겐 그런 가식적인 친절은 '가짜 행복'처럼 느껴진다. 실제로 그들은 자신과 외부의 관계가 무지개와 나비처럼 아름다울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 직설적이면서도 솔직한 태도가 자신들의 의사표현 방식인 셈인 것으로 보인다.
환경 차이도 무시할 수 없다. Z세대는 온라인 환경 속에서 자라났고, 팬데믹으로 인해 발달 시기에 대면 상호작용을 충분히 경험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를 두고 심리학 전문가는 "그들이 의사소통 기술을 잃어버렸다는 뜻이 아니"라고 명확히 말한다. 다만 자연스러운 대면 상황에 익숙해질 기회 자체가 적었을 수 있다는 지적인 것으로 보인다. 이런 환경에서 자란 세대와 전통적 '예의 바름'을 고집하는 기성세대 사이에 해석의 틈이 생길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 무표정한 시선을 '무례'로 받아들이는 순간, 우리는 우리 세대의 기준을 투영하고 있는 건 아닐까. 심리학자의 표현을 빌리자면, 눈맞춤을 피하거나 침묵하거나 무표정을 짓는 행동은 비판의 의도를 담지 않는다는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그것을 '비판'이라고 읽어내는 것이 우리의 문제일 수 있다. 서로 다른 세대가 '예의'를 정의하는 방식 자체가 애초부터 다르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누군가의 비언어적 표현이 불편하게 느껴질 때, 먼저 자신의 기대치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 내가 기대하는 '친절함'의 형태가 상대방에게도 동일한 기준일까? 오히려 그들은 자신의 방식으로,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중일지도 모른다. 세대가 다르면 시선의 의미도 달라질 수 있다.
📌 원문 발췌
요즘 Gen-Z들의 특징인 눈맞춤 피하기, 무표정한 얼굴, 대답하기 전 잠시 침묵하거나 숨을 고르는 것 등은 무례하거나 사회관계를 경시한다거나 하는 의도가 전혀 아닙니다. 오히려 우리가 그렇게 생각하거나 판단하고 있죠.
원본 출처: 클리앙 모두의공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