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저녁 퇴근길이었다. 직장에서 나와 동네 골목을 지나가고 있었을 때, 갑자기 눈에 띈 게 있었다. 저 해골 장식. 커다란 크기에 회색으로 칠해진 그 물건인 것으로 보인다. 할로윈을 맞아 놓아둔 것 같았는데, 배치가 정말 절묘한 것으로 전해진다. 자신도 모르게 입에서 탄성이 나왔다. 그 순간이 얼마나 인상적이었는지, 지금도 그날의 풍경이 선명하게 떠올랐다.
그 장식을 바라보다 보니 작년 이맘때 그날이 자세하게 떠올랐다. 당시엔 아내가 곁에 있었다. 자신이 그 해골을 가리키며 아내한테 말을 걸었었다. 저거 봐, 정말 괜찮지 않냐고. 그런데 아내가 즉시 대꾸한 것으로 전해진다. 왜 맨날 얘기를 자꾸 끊냐고. 얘기하는 중에 딴짓을 하냐고. 무심한 톤으로의 핀잔이었다. 하지만 자신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계속한 것으로 전해진다. 정말 봐, 저거 괜찮은 디자인 아냐. 크기도 적당하고 색깔도 그럴싸하고. 그러자 아내가 "흠... 그러네"라고 단답한 것으로 전해진다. 더 이상의 관심은 없어 보였다. 그것으로 대화는 끝났다.
지금 그걸 돌이켜보니, 당시엔 자신도 그게 얼마나 소중한 장면인지 몰랐다. 일상 속 스쳐 지나가는 한 장면일 뿐이었다. 아내의 짜증, 자신의 무심한 집요함, 그저 그런 부부의 일상이었다. 평범 이상도 이하도 아닌 풍경이었다. 그런데 1년이 지난 지금, 그 짧은 대화가 가장 생생하게 남아 있다는 게 이상한 것으로 전해진다. 온전히 떠올릴 수 있을 정도로. 오히려 더 복잡하고 중요했던 다른 많은 일들은 희미해졌는데, 그 장면만 유독 또렷한 것으로 보인다.
'벌써 1년이 지났다.' 그 생각이 들자마자 당혹스러움이 밀려왔다. 시간이 정말 빨리 흘렀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지만 그 당혹함보다 더 강하게 밀려온 감정이 있었다. 허무함이었다. 심각한 수준의. 1년이라는 시간을 놓고 보니, 자신은 정말 아무것도 이루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뭔가 큰 성취가 있었나? 없었다. 기억에 남을 만한 일이 있었나? 애써 떠올려보려 해도 딱히 없었다.
그런데 문제는 그뿐만이 아니었다. 1년 사이 뭔가 나쁜 일이 일어난 것도 아니었다. 그게 더 허무한 것으로 전해진다. 드라마틱한 갈등도, 큰 실패도, 극복해야 할 난관도 없었다. 정말로 그냥 평탄한 것으로 전해진다. 매일 같은 일의 반복이었다. 어제와 오늘이 같고, 다음주도 지난주와 다르지 않았다. 그렇게 365일이 사라졌다. 변화 없이. 성장 없이. 의미 있는 기억 하나 없이.
그래서 화가 났다. '나이를 먹으면 시간이 더 빨리 흐른다'는 말이 맞다고 생각한다.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얘기하고, 자신도 그것이 사실이라고 느낀다. 하지만 그 말이 정말 맞다는 게 오히려 더 화났다. 시간은 아무도 모르는 사이에 빨리 흘러가고, 자신은 그 사이에 변하지 않은 채로 남겨진다. 그 낙차가 견딜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장식 앞에서 한참을 서 있었다. 1년이 이렇게 흘러간다면, 앞으로의 시간들도 같은 방식으로 흘러갈 것이라는 두려움이 밀려왔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 원문 발췌
'아 시간이 벌써 이렇게 흘렀구나' 의 당혹함 이상으로 '아 ..내 시간 왤케 빨리 소진되었지' 하는 허무함이 듭니다.
원본 출처: 클리앙 모두의공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