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이 공연판을 석권한 지도 꽤 오래됐다. 최고 인기 배우 하나가 무대에 나설 약속만으로도 예매는 폭발한다. 그런데 그 '보장'이 정확히 뭘까.

스타 개런티의 규모

톱스타 배우 한 명이 요구하는 회당 개런티가 5000만원을 넘는다. 어떤 경우엔 6000만원까지 간다는 보도도 있다. 일반적인 대극장은 1200석 규모다. 이 극장이 한 회차를 완전히 매진했을 때의 수입을 계산하면, 스타 배우 개런티로 빠져나가는 액수가 거의 절반에 달한다는 결과가 나온다.

숫자로만 들으면 "흥행 보장이면 그 정도 비용은 당연하지 않나" 하고 넘어갈 수도 있다. 하지만 제작사 입장에서는 이 구조가 아주 다르다.

제작비 구조의 악순환

스타 배우를 섭외한 시점부터, 제작사는 이미 매출의 절반이 고정비로 예약된 상태를 맞이한다. 남은 절반으로 무대 미술, 조명, 음향, 스태프 급여, 극장 임차료, 마케팅비, 기본 수익까지 모두 충당해야 한다.

이렇게 계산하다 보면 명확해진다. 제작비를 확보하려면 거의 모든 회차에서 근접한 매진을 달성해야만 한다는 뜻인 것으로 보인다. 이를 '운영 필연성'이라 할 수 있다.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뜻인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매진이 보장 안 될 때는? 티켓 가격을 올리는 수밖에 없다는 반응이다. 높은 개런티 부담을 어떤 방식으로든 메워야 하는데, 관객에게 전가하는 것 외엔 방법이 없다. 실제로 최근 몇 년 뮤지컬의 평균 티켓값은 꾸준히 상승한 것으로 전해진다.

직접 표를 찾아본 바로는 5년 전 평균 7만원대였던 게, 지금은 10만원대를 훨씬 넘는다. 특히 스타배우가 주연한 뮤지컬의 인상폭이 더한 것으로 보인다.

관객은 지갑으로 답했다

여기서 역설이 나타난다. 스타 마케팅이 예상했던 흐름과 정반대의 반응이 일어난 것으로 보인다.

지갑에 제한이 있는 관객들이 문을 닫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진다. 비싼 뮤지컬보다는 상대적으로 진입장벽이 낮은 연극 공연을 찾기 시작했고, 발레 같은 대안 공연까지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두 달 사이가 아니라 지난해부터 이런 흐름이 확산되고 있다고 업계에서는 평가하고 있다.

소규모 공연장의 연극, 무용 공연장의 발레 매진률이 오르고 있다는 통계도 나온다. 뮤지컬로부터의 이동이 체계적이고 대규모라는 신호다.

흥행 보장이 관객 분산을 부르다

스타 시스템이 단기 흥행을 보장해 주는 건 맞다. 하지만 그 보장이 조금씩 관객 이탈로 이어진다면, 장기적으로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

공연시장이 두 개로 나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비싼 뮤지컬, 저렴한 연극·발레라는 이분화 시장이 만들어지면, 각 장르의 생태계는 독립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한다. 그럼 관객은 더 이상 '전체 공연시장'의 고객이 아니라 '가격대별 선택자'가 된다.

역설적이지만, 스타 개런티로 흥행을 확보하려던 시스템이 장기적으로 공연 시장 전체의 분산을 초래한 것으로 보인다. 시장의 목소리는 명확한 것으로 전해진다. '비싸면 다른 선택지를 찾겠다'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