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의 신터클라스 축제는 매년 11월에 열리는 전통적인 겨울 축제다. 산타클로스의 원형으로 여겨지는 신터클라스라는 캐릭터가 주인공이고, 그와 함께 등장하는 조수들이 있는데, 이들은 전통적으로 얼굴을 검게 칠하고 분장해왔다. 특히 이 조수를 '즈바르테 피트'라고 부르는데, 수십 년간 네덜란드 축제 문화의 핵심 요소 중 하나로 기능해왔다.

이 분장의 기원으로 전해지는 이야기를 거슬러 올라가면 흥미로운 역사적 맥락이 드러난다. 원래 전승에 따르면, 이 조수 역할은 무어인이나 아프리카계 흑인 조수를 표현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알려져 있다. 18세기 무렵 네덜란드가 해양 무역과 식민 활동으로 큰 영향력을 행사하던 시대, 축제 속 캐릭터의 설정도 그 시대의 사회상과 권력 구도를 반영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인 것으로 보인다. 당시에는 이런 분장이 일반적으로 거부감 없이 받아들여졌다는 점이 중요한데, 그것은 과거 사회의 문화적 규범이 지금과 크게 달랐음을 시사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최근 수십 년간 이 전통이 논란의 대상이 되어왔다. 검게 칠한 얼굴의 분장, 즉 블랙페이스가 갖는 역사적 무게감이 본격적으로 문제제기되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진다. 흑인 인물을 과장되거나 조롱하는 방식으로 표현했던 블랙페이스는 과거 미국의 미스트렐 쇼나 유럽의 여러 공연 전통에서 인종차별의 도구로 사용되었다는 역사적 맥락을 갖고 있다. 과거에는 단순히 이국적이거나 이색적인 캐릭터를 표현하는 수단으로 여겨졌던 것이 현대의 감수성 기준에서는 인종차별적 표현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네덜란드 사회 내부에서도 이 문제에 대한 논의가 점차 커져갔다고 알려져 있다. 특히 다문화·다인종 사회로 변화하면서, 이주민과 소수 인종 집단의 목소리가 이전보다 공론장에 더 많이 반영되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진다. 시대가 바뀌면서 축제의 의미와 표현 방식을 다시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증가했고, 결과적으로 기존의 서사를 완전히 폐기하기보다는 재구성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게 되었다.

현재는 즈바르테 피트의 검은 분장을 '굴뚝에 들어가다가 그을음이 묻은 흔적'으로 설명하는 방식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전해진다. 원래 기원의 설정을 다른 이야기로 교체한 것으로 보인다. 신터클라스의 조수가 산타처럼 굴뚝을 통해 아이들에게 선물을 배달하다가 얼굴과 옷이 검어졌다는 서사로 재해석된 셈이라 할 수 있다. 같은 외형을 유지하면서도 그것을 정당화하는 논리를 새로운 것으로 바꾼 것으로 보인다.

흥미롭게도, 이러한 변화는 신터클라스 축제에만 국한되지 않는다고 지적된다. 유럽의 여러 전통 민간 축제에서 비슷한 움직임이 관찰되고 있으며, 과거에는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졌던 축제의 요소들 — 복장, 분장, 역할 배치, 이야기 구조 등 — 이 현대에 와서 다시 검토되는 추세다. 전통을 완전히 폐기하지 않으면서도 그 표현과 의미를 다시 해석하려는 시도들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으로 보인다. '기원 재해석'은 축제라는 전통을 지키되 동시에 현대적 감수성의 우려를 낮추려는 절충 방식으로 기능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로운 지점인 것으로 보인다.

결국 축제와 전통은 고정된 것이 아니라, 시대의 흐름 속에서 그 모습을 서서히 바꿔가는 것으로 보인다. 같은 외형을 유지하더라도 어떤 배경 이야기로 설명하느냐에 따라 그것의 의미와 함의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으며, 이는 과거의 규범과 현대의 감수성이 충돌할 때 전통을 완전히 버리지 않으면서 합의점을 찾는 방식이 존재한다는 것을 시사한다.


📌 원문 발췌

사실 전에는 무어인 or 흑인 조수라는 전승이라서 이렇게 까맣게 칠했음. 최근 들어서 네덜란드에서도 말이 나오다보니 굴뚝에 들어간 흔적으로 표현된거.

원본 출처: 루리웹 베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