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발진이 실제로 일어나는 현상인지 아닌지를 두고 벌어지는 온라인 논쟁은 수년째 계속되고 있다. 한쪽은 자동차 기술 결함의 가능성을 근거로 급발진의 실재를 강조하고, 다른 쪽은 운전자 본인의 페달 조작 오류를 사건의 원인으로 지목한다. 표면적으로 보면 기술과 인간 실수 중 어느 것이 더 가능성 높은가를 두고 벌어지는 객관적 토론처럼 들린다. 하지만 이 논쟁이 왜 몇 년째 수렴되지 않고 반복되는지 살펴보면, 훨씬 더 깊은 이유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논쟁의 실제 핵심은 '책임 귀속'으로 보인다. 만약 급발진이 자동차 기술 결함으로 증명되면, 제조사가 법적 책임과 경제적 배상을 져야 한다는 관점이 있다. 반대로 급발진이 없다는 쪽이 옳다면, 사고 책임은 전적으로 운전자 개인에게 귀속된다는 입장도 있다. 이렇듯 같은 사건을 어떻게 해석하는가에 따라 누가 법적으로, 경제적으로 책임질 것인가가 결정되는 구조다. 그래서 사람들은 자신의 입장에 유리한 증거를 더 열심히 찾기 시작하고, 자신의 결론과 맞지 않는 증거는 본능적으로 거부하게 된다. 객관적 논의라기보다는 자신의 이해가 달린 싸움이 되어버린다.

한 익명 게시판의 글쓴이는 급발진 부정론자들을 만날 때마다 일관되게 꺼내 보여주는 영상이 있다고 밝혔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수년간 회자되어온, 실제 급발진 사고의 위험성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 영상인 것으로 보인다. 이미 많은 사람이 봤을 정도로 유명하다고 했는데, 글쓴이는 이를 상대의 부정론을 침묵시키는 최후의 증거처럼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 직접 목격하거나 경험하지 못한 사건의 실제성을 증명하는 수단으로서, 영상 기록만큼 객관적이고 설득력 있는 것은 드물다고 할 수 있다. 논쟁에 임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할 구체적 사례를 찾아 제시하는 것은, 성실한 태도로 읽힐 수 있다.

그런데 같은 영상을 본 상대의 반응은 예상을 벗어났다. 글쓴이가 기억하는 반박은 이것이었다고 한다. "저 거 가족들이 다 쑈 한거다"라는 취지의 말인 것으로 보인다. 증거를 제시했는데, 상대방은 증거 자체를 '위조'로 취급해버린 것으로 보인다. 더 이상 "그건 특수한 경우다" "그건 다른 원인이었다"는 식의 논리적 반박이 아니었다. 명확한 영상이라는 객관적 기록물을 '가족의 연기'라고 폄하했다는 뜻인 것으로 보인다. 논리가 밀렸을 때 단순히 증거를 거부하는 것을 넘어, 증거 자체의 진정성과 신뢰성까지 의심하고 공격하는 단계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이 현상은 심리학에서 말하는 '확증편향'의 극단적 형태로 읽힌다. 처음부터 "급발진은 존재하지 않는다"라는 결론을 마음에 정해둔 사람에게, 그 결론을 흔들 어떤 증거도 증거로서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고 할 수 있다. 영상도 증거, 통계도 증거, 전문가 의견도 증거가 될 수 있지만, 이미 결론을 먼저 정해두고 증거를 본다면 모든 것이 다르게 해석되는 것으로 보인다. 그 영상은 진짜가 아니라 연출이다, 그 통계는 신뢰할 수 없는 출처다, 그 전문가는 이해관계자다—이런 식인 것으로 보인다. 증거를 재해석하는 과정에서, 사람들은 자신의 결론을 지키기 위해 무의식적으로 얼마나 창의적이 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문제는 이 패턴이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인 것으로 보인다. 글쓴이가 "그 유명한 영상"을 꺼내 보여주는 일을 반복한다는 표현은, 같은 상대에게 또는 비슷한 입장을 가진 여러 상대에게 이 과정을 몇 번이나 반복했다는 뜻으로 읽힌다. 아무리 명확한 시각적 증거를 제시해도, 상대가 "가족이 연기한 거 아니야?"라고 의문을 제기하는 순간 그 영상은 더 이상 증거의 지위를 갖지 못한다는 지적이 있다. 증거를 통해 상대를 설득하려는 쪽과, 결론을 지키려는 쪽 사이의 거리는 점점 벌어지는 것으로 보인다. 마치 완전히 다른 현실 속에서 살아가는 것처럼 말인 것으로 보인다.


📌 원문 발췌

급발진이란 건 존재하지 않는다는 분들이 많이 계시는데 그런 분들 만날 때마다 꺼내서 보여드리는 영상입니다. 영상 보여준 뒤에, "저 거 가족들이 다 쑈 한거다." 까지 들어 봤습니다.

원본 출처: 클리앙 모두의공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