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최근 검찰 관련 발언에서 "멸사봉공"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으로 전해진다. 특정 검사를 두둔하면서 "일부 오염된 검사들이 있지만, 모든 검사가 그런 것은 아니며 국민과 국가를 위해 멸사봉공하는 검사들도 있다"고 SNS에 적은 것. 이 단어 선택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표면적으로만 보면 "멸사봉공"은 무해한 표현인 것으로 보인다. 한국 사전에 등재된 정의도 명확하다. "사욕을 버리고 공익을 위해 힘써 일한다"는 뜻이니까. 그러나 이 단어가 어떤 역사적 맥락을 지니고 있는지 추적하면 상황이 복잡해진다.

"멸사봉공"은 일본에서 비롯된 조어다. 일본 문학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군담문학이 있다. 헤이케와 겐무 시대를 다룬 작품들이 있는데, 특히 남북조 시대를 배경으로 한 <태평기>는 일본 무사 계급에 깊은 영향을 끼쳤다고 기록된다. 이 작품 속 한 인물은 자결하면서 "일곱 번 죽고 다시 태어나더라도 천황의 적을 멸하고 천황의 은혜에 보답하겠다"는 취지의 표현, "칠생보국"을 남겼다.

일본 군국주의 진영은 이 격언을 도덕적 이상의 상징으로 삼았다. 메이지 시대부터 제국주의가 국민들을 전체주의 체제로 동원할 때, 이와 함께 자주 사용한 용어가 바로 "멸사봉공"이었다. 개인의 욕망을 국가의 이익에 종속시키는 이데올로기적 도구로 기능한 것으로 보인다.

식민지 조선에서도 그러한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 조선 총독이 민족 말살 정책을 추진하면서 조선인들을 강제로 동원할 때, 이 단어를 널리 활용했다고 알려져 있다. 권력이 피지배인에게 복종을 강요하는 과정에서, "멸사봉공"은 이를 정당화하는 상징적 언어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단어의 함정이 정확히 여기에 있다. 사전적 정의만 보면 긍정적이고 중립적인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무심코 사용하기 쉽다. 그러나 실제 유통되었던 역사적 맥락—제국주의 선전, 식민지 강제 동원, 개인 억압—을 알면 단순히 "좋은 뜻의 단어"로 보기 어렵다. 단어의 정의와 그 단어가 역사에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작동했는지는 다른 문제인 것으로 보인다.

특히 국가 지도자의 공개 발언이라면 더욱 그렇다. 역사 감수성이 요구되는 공직자—더욱이 국가 최고 지도자—의 언어 선택은 단순한 어휘 선택을 넘어 그 자신의 역사 인식, 정치적 지향을 드러내는 신호가 된다.

흥미롭게도 한국 정치사에서도 이 표현을 사용한 인물이 있다는 점이 논의의 무게를 더한다. 게시글 작성자는 과거의 한 대통령도 "멸사봉공"을 언어로 삼은 적이 있으며, 혹시 현 대통령의 정치적 모델이 그 시기였던 건 아닐까 하는 의문을 제기한 것으로 전해진다. 같은 단어를 반복해서 사용하는 것이 단순한 우연일 수도, 아닐 수도 있다는 의미다.

물론 단어의 중립성을 강조하는 관점도 존재한다. 사전에 정의된 의미가 좋으면 쓰는 데 문제없다는 입장이 있을 수 있다는 뜻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역사의 상처를 깊이 새긴 단어라면, 아무리 사전적 정의가 긍정적이어도 특별한 신중함이 필요하다는 견해도 있다. 이 논란이 단순한 언어 비판을 넘어 공직자의 역사 감수성 문제로 읽혀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본다.


📌 원문 발췌

멸사봉공은 일본이 만든 단어이고 일본 7대 조선 총독인 ***가 민족말살정책을 펴면서 식민지 조선인들을 강제로 동원하기 위해 널리 사용한 단어이다.

원본 출처: 딴지일보 자유게시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