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결승 상대는 일본의 오쿠하라였다. 1995년생으로 올해 31세인 베테랑 선수다. 작은 체구(156cm)지만 빠른 풋워크와 뛰어난 수비력으로 정상에 올랐던 선수라고 알려져 있다. 최고 세계랭킹은 1위.
일본 여자단식 역사에서 남긴 기록들은 상당히 화려하다. 16세에 역대 최연소로 전일본선수권을 우승했고, 2012년엔 일본 선수 최초의 세계주니어선수권 우승, 2015년 슈퍼시리즈 파이널 우승, 2016년 전영오픈 우승(일본 선수로는 39년 만), 같은 해 올림픽 동메달, 2017년 세계선수권 우승. 2019년엔 세계랭킹 1위까지 올랐던 스타 선수였다.
특히 2017년 글래스고 세계선수권 결승은 기억할 만하다. 인도의 신두를 상대로 110분 동안 벌인 혈투 끝에 21-19, 20-22, 22-20으로 승리했다고 전해진다. 그 경기야말로 오쿠하라가 무기로 삼아온 것의 정수가 드러난 순간이었다.
키가 작기 때문에 상대를 압도하기보다는, 엄청난 발 기술과 끈기 있는 수비로 상대 공격을 계속 받아내는 스타일. 랠리를 길게 끌면서 상대가 먼저 지치게 만드는 전술이었다. 전성기의 오쿠하라를 보면 ***과 묘하게 겹치는 부분이 있다. 아무리 때려도 계속 받아낸다는 점에서다.
다만 ***은 오쿠하라보다 체격 면에서 여유가 있고, 단순 수비만 하는 선수가 아니었다. 수비 상황에서 공격으로 빠르게 전환하는 능력이 압도적이라는 게 차이점이었다.
그래서 이번 준결승은 단순히 베테랑 대 1위 선수의 대결이 아니라, 과거 여자단식 정상에서 수비형 선수의 대표 격이었던 선수가 지금의 ***과 만나는 경기라는 점에서도 흥미로웠다.
***과의 상대전적은 경기 전까지 6전 전패. 전성기를 지난 오쿠하라이고, 스타일까지 겹치기 때문에 경기 전 예상으로는 부상이 변수가 될 것 같았다. 게다가 일주일 전 덴마크오픈 4강에서 이미 만났던 상대였다. 당시 ***은 21-16, 21-8로 비교적 가볍게 이겼다.
그런데 유럽투어 두 대회 연속으로 4강에 올라온 것을 보면, 오쿠하라의 최근 폼이 다시 좋아지고 있다는 평가도 나왔다. 실제로 이번 대회 8강에서 오쿠하라는 인도의 찰리하를 21-10, 17-21, 21-16으로 꺾었다. 59분 경기였다.
경기 화면에 눈에 띄는 부분이 있었다. 오쿠하라는 개인 자격으로 참가했는데, 코치석에 아무도 없었다. 코칭 지원 없이 베테랑의 경험만으로 경기를 풀어가야 했던 상황이었다.
1게임은 압도적이었다. ***이 초반부터 주도권을 잡고 21-12로 가져갔다. 오쿠하라는 특유의 긴 랠리로 경기를 끌고 가려고 했지만, ***이 안정적으로 받아내면서 큰 추격을 허용하지 않았다.
2게임이 핵심이었다. 배드민턴 여자단식에서 랠리가 길어질수록 체력 소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커진다. 수비형 선수들은 이를 알기에, 후반부에 '역전의 흐름'을 만드는 것을 일종의 전술처럼 활용한다. 오쿠하라의 후반부 추격은 바로 그런 스타일이었다.
오쿠하라가 초반 7-3으로 앞섰다. 그런데 ***이 곧바로 7연속 득점을 가져가면서 10-7로 뒤집었다. 11-11 동점까지 허용했지만, 다시 ***이 앞서가면서 지난주처럼 싱겁게 끝날 것 같았다.
그런데 18-13에서 오쿠하라가 다시 따라붙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20-19까지 만들었다. ***의 매치포인트를 세 번이나 살려낸 것으로 보인다. 짧은 시간 속에 오쿠하라의 끈기 있는 수비와 역전의 노하우가 모두 드러났다.
마지막 한 점을 결국 ***이 가져가면서 21-19로 경기를 마쳤다. 2-0 승리지만, 지난주 덴마크오픈과는 확실히 다른 경기였다. 경기 후 ***은 인터뷰에서 오쿠하라가 자신을 한계까지 밀어붙였지만, 그런 경기가 오히려 즐거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실수가 나와도 괜찮다고 생각하면서 끝까지 집중했다는 코멘트였다.
31세의 베테랑. 코치 없이 개인 자격으로 출전했고, ***에게 6번 만나 6번 졌던 선수. 그런데도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고 20-19까지 따라붙었다는 사실이 말해주는 것이 있다.
***이 지금까지 기록한 시즌 65승 1패는 이런 선수들을 하나씩 상대하면서 쌓아올린 숫자라는 것으로 보인다. 베테랑의 경험, 코칭 공백을 메우려는 결연함, 끝까지 주어진 기회를 살리려는 태도. 그 모든 것이 준결승의 20-19 스코어에 응축되어 있다고 해도 과하지 않다.
결승 상대는 인도의 신두다. 역시 1995년생으로 올해 31세. 올림픽 은메달과 동메달, 세계선수권 우승을 모두 경험한 선수다. 179cm의 큰 키에서 뿜어져 나오는 파워가 강점이라고 알려져 있다.
한동안 부상과 경기력 기복으로 주춤했으나, 올해 7월 일본오픈을 우승했고 이번 프랑스오픈에서도 결승까지 올라왔다. 준결승에서는 일본의 히나 아케치를 1시간 13분 동안 상대해 2-1로 이겼다. 쉬운 길은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
***과의 상대전적은 10전 전승으로 ***이 압도적인 것으로 보인다. 올해만 해도 싱가포르오픈과 인도네시아오픈에서 모두 ***이 이겼다. 그만큼 현재 두 선수 간의 격차가 명백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신두가 결승을 앞두고 한 말이 인상적이었다. "매우 치열하게, 최선을 다해 싸워야 한다. 한 점 한 점이 모두 중요하다" 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덧붙였다. "***은 지금 최고의 컨디션이라는 것을 안다. 그래도 내일은 또 다른 경기다. 새로운 날인 것으로 보인다."
이미 10번을 만나 10번을 졌지만, 그 숫자를 들고 결승에 들어가는 게 아니라, 새로운 경기라고 생각하고 도전하겠다는 태도였다. 오쿠하라도 그랬다. 6번 졌어도 2게임 20-19까지 따라붙었다. 신두 역시 10번 졌어도 이번엔 다른 경기를 만들어보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코트에 선 모든 상대가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한다. 베테랑도, 코칭 지원이 없는 선수도, 10번을 졌어도. 바로 그런 상대들과의 매 경기가 모여서 ***의 65승과 49연승이 되는 것 같다.
📌 원문 발췌
31세의 베테랑. 코치 없이 개인 자격으로 출전했고, ***에게 6번 만나 6번 졌던 선수. 그런데도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고 20-19까지 따라붙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