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은 누가 봐도 "효자"라고 불렸다. 시어머니 생신마다 선물을 챙기고, 명절마다 정성을 쏟는 남자로. 하지만 최근 한 사건으로 인해 그 평가의 실체가 드러나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주 시어머니 댁을 방문했을 때였다. 냉장고가 고장 나 새 것을 사드리기로 한 상황. 남편은 "새로운 냉장고 들이자. 엄마를 위해"라며 결정을 내렸다. 좋은 생각이라고 생각한 것으로 전해진다. 효도하는 것도, 시어머니께 도움을 드리는 것도 나쁜 게 아니었으니까.
그런데 실제로 매장 가서 고르고, 배송 날짜를 조율하고, 설치 당일 시댁에 직접 가서 기사를 기다리는 일은 모두 자신의 몫이었다. 남편은 그날 "회사 워크숍"이 있다며 자리를 비웠다. 설치 기사를 기다리며 시어머니와 마주 앉아 있을 때의 그 말이 자꾸만 맴돈다.
"우리 아들은 정말 효자네. 냉장고도 척척 챙겨주고."
그 순간 웃음이 나왔다고 한다. 자신은 7년 동안 결정은 남편이 하지만, 실제 손발이 움직이는 건 항상 자신이었다는 걸 그때야 깨달은 것 같다.
7년을 정리해보니 이런 식의 일들이 한두 개가 아니었다. 신혼 첫해 시어머니 생신상은 누가 다 차렸을까. 남편은 케이크 한 박스를 사 왔을 뿐인 것으로 보인다. 첫째를 낳은 후 시어머니가 무릎 수술을 받았을 때, 아기를 업고 병원에 닷새를 지낸 건 누구였나. 남편은 퇴근 후 30분 들렀다 가는 선에서 끝이었다. 매주 일요일 밤 시어머니께 안부 전화를 건 사람도, 건강검진 예약과 결과 설명을 맡은 사람도 모두 자신이었다.
이런 식의 사건들이 반복되면서 뭔가 패턴이 보이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진다. 결정은 남편, 실행은 아내, 공은 남편이라는 구조. 남편이 "엄마 휴대폰을 바꿔드리자"고 제안하면, 실제로 대리점에 가서 요금제를 설명하고 카톡을 깔아주는 건 아내다. 그 날 남편은 친구 결혼식에 갔다. 매년 시댁 김장철이 되면 자신은 연차를 써야 한 것으로 전해진다. 남편은 첫날만 배추를 좀 나르고는 저녁때 수육을 먹고 나간다.
어버이날 선물도 마찬가지였다. 남편이 "엄마 취향은 당신이 더 잘 알지 않아"라고 하자, 백화점 세 곳을 돌아다니며 스카프를 고르는 건 자신이었다. 훗날 시누이한테 들은 건, 시어머니가 동네 분들한테 "아들이 사줬다"며 자랑하셨다는 말. 그때도 그냥 웃고 넘겼다고 한다. "어머님이 기뻐하면 됐다"고 자기 자신을 달랬으면서.
이런 일들이 반복되는 이유를 생각해본 적이 있을까. 아마도 처음엔 그저 부탁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남편의 한두 번 부탁이 어느 순간 관행이 되고, 그 관행이 당연함으로 굳어져 버린 것. 매번 "당신이 잘하니까 엄마가 좋아하지 않아. 고마워"라는 한 마디의 인사말로 모든 게 퉁쳐져 버렸다. 그 한 마디로 7년이 정리되는 기분인 것으로 보인다.
"당신이 잘하니까"라는 표현이 교묘했다고 생각한다. 그건 칭찬인 동시에 설명이자 정당화였다. 마치 자신이 원래 그래서, 자신이 더 잘해서 자신이 했어야 하는 일인양 들렸던 것. 하지만 생각해보면 시어머니와의 관계는 나쁘지 않았다. 시어머니가 문제가 아니었다. 남편이 자신이 해야 할 효도를 아내에게 떠넘기고도, 그 효도의 가를 자신이 거두는 구조 자체가 문제였던 것 같다.
"저는 며느리이지, 남편의 대리인이 아닙니다."
이 한 문장이 화두가 되어 7년을 거슬러 올라왔다. 그래서 결심한 것으로 전해진다. 다음 주부터 일요일 저녁 안부 전화는 하지 않기로. 만약 남편이 시어머니가 서운해하신다며 뭐라 하면, 그땐 당신이 하면 된다고 말할 거라고. 집에 돌아와 거실에서 야구를 보는 남편을 바라본다. 작은 선 하나를 그었을 뿐인데, 7년을 깨우는 기분이 드는 순간인 것으로 보인다.
📌 원문 발췌
효자 소리는 남편이 듣고 효도는 제가 하고 있었네요. 저는 며느리지 남편 대리인이 아니잖아요.
원본 출처: 네이트판 톡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