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 처음 국내에 소개된 양주가 있었다. ***에서 출시한 캪틴큐는 럼 기반의 기본형 양주로, 정통 카리비안 럼을 원료로 삼아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낮은 가격대를 제시한 것으로 전해진다. 술을 마신 뒤 이틀이 지나도 깨지 못한다는 농담까지 나올 정도로, 젊은 세대 사이에서는 술의 대명사가 되어 버렸다. 출시 1년 만에 천만 병이 팔려나가며 국내 양주 시장 자체를 만들어낸 기념비적 상품이었던 셈인 것으로 보인다. 1980년대와 1990년대 초 대한민국에서 양주를 마신다는 것은 곧 캪틴큐를 마신다는 의미로 통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런데 이 영광은 오래가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1991년을 기점으로 뭔가 변한 것으로 전해진다. 제조사는 상품의 주요 원료였던 럼 원액 자체를 빼버렸다. 원가를 절감하기 위한 결정이었지만, 이는 곧 정체성의 포기를 의미한 것으로 전해진다. 명목상으로는 여전히 '양주'였지만, 실제로는 알코올을 포함한 향미 액체에 불과해진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들은 이를 제일 먼저 눈치챘다. 맛이 달라졌다는 항의가 이어졌고, 고급스러운 술에서 '싸구려 주류'로의 평가가 내려졌다.

상황은 더 악화됐다. 원액이 없는 기반의 제품이 되니까, 일부 유흥업소에서는 이를 가짜 고급 양주를 만드는 재료로 악용하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진다. 정부의 추적 끝에 이런 불법 행위들이 적발되면서, 캪틴큐라는 브랜드명 자체가 '품질 부실', '대체품 양주'의 상징으로 낙인찍혔다. 한때 자랑스러운 국산 양주였던 것이 이제는 부끄러운 이름이 되어 버렸다. 결국 2015년, ***는 판매를 중단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전해진다. 일종의 퇴역 선언인 셈이었다.

11년이 흘렀다. 2026년이 되면서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캪틴큐가 다시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번엔 다르다는 것을 강조한다. 정통 카리비안 럼 원액이 다시 담겨 있다. 자신들이 30년 전에 빼버린 바로 그것을 되찾은 셈인 것으로 보인다. 360밀리리터에 알코올 도수 35도, 가격은 9900원. 수십 년 전 대비 비싸지지만, 현대 주류 시장에서는 여전히 가성비 있는 선택지로 포지셔닝하고 있다.

이번 재출시가 가능했던 배경을 생각해 보면 흥미롭다. 첫째, 단종 이후에도 소비자들의 관심이 끊기지 않았다. 향수를 자극하는 상품이 재평가받는 요즘 같은 시대에, 캪틴큐는 '그때 그 맛'의 상징으로 남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둘째, 뉴트로(구·신 문화의 혼합) 소비 트렌드가 강해지면서 '추억의 상품'을 찾는 소비자층이 늘어났다. 셋째, 저가 고급 양주에 대한 수요가 커졌다. 가성비 있는 주류를 찾는 2030 세대의 소비 패턴이 변했다는 것을 반영한다.

가장 흥미로운 지점은, 과거의 몰락 원인—바로 원액 제거—을 이번엔 주요 판매 포인트로 만들어 버렸다는 점인 것으로 보인다. '정통 럼 원액을 다시 담았다'는 메시지는, 결국 옛날이 더 나았다는 고백이면서 동시에 미안함의 표현처럼 읽힌다. 낡은 상품의 단순한 재출시가 아니라, 자신들의 실수를 인정하고 돌려받으려는 몸부림 같은 느낌을 준다. 캪틴큐가 다시 시장에 나타나는 것은 단순히 옛날 술이 돌아오는 것이 아니라, 브랜드가 자신의 정체성을 되찾으려는 시도로 보인다.


📌 원문 발췌

1991년 럼 원액을 아예 뺀 '무늬만 양주'로 바뀐 뒤, 일부 유흥업소가 가짜양주를 만드는 데 사용했다가 적발되는 등 브랜드 이미지가 떨어지면서 2015년 단종됐습니다.

원본 출처: 클리앙 모두의공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