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타그램이나 여행 블로그를 보면 자주 등장하는 풍경이 있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서울의 낡은 골목을 누비며 카메라에 담고, SNS에 올리며 열광한다. 그들은 한국의 오래된 빌라촌을 '사이버펑크'라고 부르며 매력적이라고 느낀다. 영화나 게임에서 만나는 미래도시의 어두운 미학이 실제로 구현된 것처럼 보인다는 뜻인 것으로 보인다. 역설적이게도 우리는 그 장면을 바라보며 '이 지역은 재개발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외국인의 눈에 매력적인 것은 우리의 눈에는 여전히 낙후된 구도시일 뿐이라는 인식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파리의 거리를 떠올려보자. 19세기 중반 오스만 남작이 파리를 도시 개조했을 때, 그는 건물의 높이, 외관의 색감, 창문의 크기까지 엄격한 규제를 강제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후 유럽의 많은 도시들이 이 원칙을 따라, 역사적 건축물을 보존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삼았다. 건축물은 더 이상 일시적인 구조물이 아닌, 도시의 스토리텔링이자 문화유산이라는 인식이 자리잡혔던 것으로 보인다. 몇십 년이 지나도 파리의 5층 주택가 윤곽은 변하지 않는다. 그것이 도시를 방문하는 관광객들이 느끼는 경험의 질을 높인다.

한국은 다른 길을 걸어왔다. 1960년대부터 고착된 '재개발=발전'이라는 등식이 지금까지도 유효하다. 도시화의 초기 단계에서는 이것이 필요했을지도 모른다. 빠르게 증가하는 인구를 수용하기 위해서는 새 건물이 필수였다. 하지만 반세기 이상이 지난 지금, 그 논리가 여전히 유효한지는 의문의 여지가 있다. 근현대 건축 자산이 지속적으로 소실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서울의 재개발 소식이 들릴 때마다 무엇이 사라지는지 생각해본 사람이 얼마나 될까. 오래된 골목의 좁은 골짜기, 겹겹이 쌓인 건물들의 층고, 다양한 노후 건물들이 만드는 불규칙한 풍경이 모두 사라진다. 더욱 본질적인 손실은, 그 지역에 거주해온 사람들의 기억과 정체성도 함께 지워진다는 점인 것으로 보인다. 수십 년을 살아온 골목의 이야기, 가게와 골목의 관계, 이웃과의 추억이 새 건물이 올라설 때까지 누군가의 개인적 기억으로만 남는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서울의 오래된 골목을 사이버펑크라고 부르며 좋아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들은 그 풍경에서 도시가 시간 속에서 축적한 역사의 층위를 감지한다. 파리나 로마처럼, 옛것과 새것이 어느 정도 공존하면서 만드는 도시의 질감인 것으로 보인다. 완벽하게 설계된 신도시에서는 느낄 수 없는, 무질서하지만 매력적인 경험인 것으로 보인다. 재개발로 일단 지워지면 그것은 되돌릴 수 없다.

서울 곳곳에 새로 올라서는 건물들을 보면 대부분 비슷한 규격과 형태의 주거형 아파트다. 높이나 외관을 엄격하게 규제하지 않은 까닭에 스카이라인은 뾰족하거나 둥글거나 제각각이면서도 어떤 특색도 없다. 건축 양식도 유사하고, 색감 규제도 없어서 투명 유리와 회색 콘크리트가 반복된다. 이런 패턴이 수십 년 이상 지속되면서 도시 전체의 다양성은 감소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새로움이 낡음을 완전히 덮어쓸 때, 그 도시가 가져야 할 역사적 깊이와 문화적 다양성은 함께 사라진다. 관광객과 거주자 모두에게 흥미로운 도시는 복잡함을 갖춘 도시인 경우가 많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글 작성자는 과거 건축물을 보존하기 바쁜 유럽의 도시들을 언급하며, 한국이 다르게 가고 있음에 안타까움을 표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의 주장은 단순하지만 명확한 것으로 전해진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열광하는 '사이버펑크' 감성의 골목과 빌라촌을 재개발하지 말고, 그대로 보존해서 도시의 문화적 자산으로 남겨두자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단순한 '낡은 것 지키기'가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외국인이 좋아하는 무언가가 존재한다면, 그것은 한국의 도시가 가진 고유한 경험가치라는 해석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새 건물을 지으면 새로운 세입자와 월세 수익이 생기는 것은 맞지만, 한 번 지워진 도시의 표정과 기억은 현금으로 돌려받을 수 없다는 점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취지로 읽힌다.


📌 원문 발췌

과거 건축물을 보존하기 바쁜데, 우리나라는 다 허물어버리려 하죠.. 우리나라 빌라촌도 외국인 입장에서 사이버펑크 같다고 좋아하는데 그냥 보존했으면 좋겠습니다.

원본 출처: 클리앙 모두의공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