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단지의 한 구석, 사람이 거의 발을 딛지 않는 자리가 있었다. 교제 중인 남자친구와 헤어지기 전, 늘 그곳을 찾았다. 입맞춤과 신체적 스킨십을 나누는 것이 이들의 마지막 의식이 되어 있었다. 몇십 분이 지나도 아무도 지나가지 않았다. 밤이 되면 더욱 조용한 것으로 전해진다. 마치 자신들만의 공간인 양.

어제도 저녁 무렵 그곳으로 갔다. 평소처럼 조용한 그 자리에서, 벽에 뭔가 붙어 있는 것을 발견한 것으로 전해진다. A4 용지를 프린터로 출력해서 테이프로 부착한 종이였다. 글을 읽는 순간 몸 전체에 소름이 퍼졌다.

"여기서 남녀학생들이 부적절한 행동을 하는게 자주 목격됩니다 짐승도 아니고 그러지 마세요." 정확한 문구는 기억이 흐릿하지만, 내용의 핵심은 이랬다. 특히 '짐승'이라는 표현이 선명하게 눈에 띄었다.

이 경고문이 자신들을 겨냥한 것인지, 아니면 같은 공간을 찾는 다른 커플을 지목한 것인지 판단할 수 없었다. 아파트는 자신들만의 거주 공간이 아니다. 저 사각지대도 자신들만 아는 장소가 아닐 것으로 보인다. 누군가는 이미 지나가며 목격했을지도, 정기적으로 방문하는 누군가는 여러 번 봤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경고는 나를 말하는 걸까, 아니면 다른 누군가를 말하는 걸까. 불안이 밀려들었다.

밤새 잠을 청할 수 없었다. 마음이 무거워졌다. 낮에 그곳을 다시 찾아 관찰해보니, 가로등이 설치되어 있었다. 스피커도 있었다. 하지만 CCTV처럼 보이는 장치는 찾을 수 없었다. 그렇다면 저 경고문을 쓴 사람은 어떻게 그것을 "자주 목격"할 수 있었을까. 혹시 누군가가 몰래 카메라를 설치했거나, 영상으로 기록하고 있던 건 아닐까. 이 의심이 자꾸만 맴돈다.

다만, 한 가지 중요한 지점이 있다. 아파트의 공용 공간은 완전한 사각지대가 아닐 수 있다는 것으로 보인다. 가로등과 스피커가 설치되어 있다는 것은, 관리사무소에서 정기적으로 순찰하고 점검하는 범위라는 뜻일 가능성이 높다. 자신이 그 장소를 발견했듯이, 다른 입주민도 우연히 지나가며 목격할 수 있다. 경고문의 문구 "자주 목격됩니다"를 놓고 보면, 쓴 사람이 직접 눈으로 봤을 가능성이 크다고 볼 수 있다. 한편, 혹시 모를 몰래 촬영이라는 가능성과 직접 목격한 것은 법적으로 완전히 다를 수 있다는 점도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후자는 이웃 간의 불편 신고나 도덕적 지적에 가까운 반면, 전자는 심각한 범죄 행위에 해당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결국 이것이 하나의 깨달음이 되었다. 자신들이 "아무도 없는 곳"이라 믿던 공간은 사실 "아무도 모르는 곳"이 아니었을 수 있다는 것. 아파트는 공동 거주 공간이고, 발길이 드물다는 것과 관찰되지 않는다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자신들만의 비밀이라고 확신했던 행동이 누군가의 눈에 이미 들어가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공공 공간의 반공개성 앞에서, 그 현실을 마주친 것으로 보인다.


📌 원문 발췌

여기서 남녀학생들이 부적절한 행동을 하는게 자주 목격됩니다 짐승도 아니고 그러지 마세요

원본 출처: 네이트판 톡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