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1년차 신혼부부의 자리에서 '생일 챙기기'가 가족 행사로 벌어지고 있다. 한 익명 게시판 글쓴이의 사연에 따르면, 시어머니는 결혼 전부터 "며느리가 시댁 가족들 생일마다 돈을 쓰게 될 테니, 곗돈을 모아 밥값으로 쓰자"는 제안을 했다고 한다. 그때부터 남편, 시어머니, 시아버지, 시누이의 생일밥은 모두 그 곗돈에서 지출되는 구조가 만들어졌다.
언뜻 합리적으로 들리는 이 시스템에는 숨은 함정이 있다. 곗돈이라는 형식으로 미리 '틀'을 짜놓으면, 그것이 곧 '관례'가 되고 나중에 이의를 제기하기가 훨씬 어려워진다는 점인 것으로 보인다. 글쓴이가 지금 불편해하는 이유도 거기 있다. 이미 틀이 박혀 있으니 "이번엔 안 할래"라고 말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 된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중요한 맥락은 이 부부가 장거리로 산다는 점인 것으로 보인다. 한 달에 2~3번 정도만 만난다는 글쓴이에게, 남편을 만나는 날은 단순한 일정이 아니다. 대면 시간 자체가 희소 자원이며, 그 시간이 부부만의 시간인지, 아니면 대가족 행사로 채워질지는 이후의 부부 관계 형성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 자주 만나지 못하는 부부에게 있어서 함께하는 날의 무게는 다르다.
그런데 시어머니의 입장은 달랐다. 글쓴이가 "각자 소소하게 생일을 보내면 어떻겠냐"고 제안했을 때, 돌아온 답은 "생일이 아니면 잘 안 만나니, 이렇게라도 모이지 않으면 가족 개념이 허물어진다"는 것이었다고 한다. 시어머니의 관점에서는 생일이야말로 흩어진 가족을 모으는 명분이고, 그래야만 가족 관계가 유지된다는 논리다. 하지만 이 논리는 글쓴이의 현실을 외면한다. 글쓴이에게 그 '모임'은 가족 시간을 지키는 게 아니라, 부부 시간을 포기하는 비용이 되는 것으로 보인다.
남편의 반응도 상황을 꼬이게 한 것으로 전해진다. 글쓴이가 불편함을 호소했을 때 남편은 "챙겨주시는데 거절할 이유가 뭐 있냐"고 되물었다고 한다. 좋은 의도를 거절하는 게 도덕적으로 미안한 감정이 자리 잡은 모양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말은 역으로 생각해볼 여지가 있다. 좋은 의도라는 게 상대방의 욕구를 무시한 채 일방적으로 진행될 수도 있지 않을까. 남편도 이 구조에서 아내의 불편함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기보다는, 엄마와의 관계 유지라는 다른 우선순위에 무게를 두는 것처럼 보인다.
글쓴이가 요청한 '각자 소소하게 지내기'는 정말 무리한 요구일까. 통상적으로 결혼 후 부부 생일은 둘만 챙기는 게 많다. 더군다나 시누이의 생일까지 현장 참석해야 한다는 기준이 과연 일반적인지도 의문인 것으로 보인다. "부모님 생일은 자녀들이 모여서 챙기되, 형제자매 생일은 각자" 이런 식의 경계가 있는 가정도 많다. 글쓴이의 입장에선 처음부터 시스템이 정해진 후 그것에 맞춰야 한다는 게 갑갑할 수밖에 없다는 반응이다. 곗돈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됐지만, 실제로는 신혼부부의 제한된 시간을 시댁의 '가족 개념' 유지에 쓰도록 암묵적으로 강요하는 구조는 아닌지 하는 의문이 생긴다.
📌 원문 발췌
곗돈 만들어서 우리 가족들 생일날 밥값으로 쓰자고 하셨고, 저는 장거리 부부라 남편을 많이 못 뵙는데 굳이 온가족이 모여 생일파티를 하는 게 이해가 안 갑니다.
원본 출처: 네이트판 톡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