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내린 결정은 "기각"이었다. 일본의 한 성우가 틱톡을 상대로 제기한 게시물 삭제 청구 소송에서, 도쿄지방법원은 그의 청구를 받아주지 않았다. 표면상으로는 패소다. 하지만 판결문 속 한 줄이 더 주목할 가치가 있다.

재판부는 "사람의 목소리는 초상과 마찬가지로 개인의 인격을 상징한다"며, 성우 개인의 목소리 역시 퍼블리시티권으로 보호받을 수 있다는 점을 처음으로 명시한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 사법부가 목소리를 경제적 권리의 대상으로 인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전해진다.

기각된 이유는 절차적 사유였다. 소송이 진행되던 중 문제가 된 틱톡 계정과 영상들이 이미 삭제되었다. 법원은 "삭제할 대상이 없으니 삭제 의무를 물을 수 없다"는 이유로 청구를 기각했다는 보도다. 달리 말해, 법원은 그 영상이 실제로 성우의 권리를 침해했는지 여부를 개별적으로 판단하지 않았다. 절차적 장벽에 막혀 실체 판단은 미뤄진 셈인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판단이 의미 있는 이유는 명확하다. 재판부가 "목소리도 보호받을 수 있다"는 법리를 명시함으로써, 앞으로 벌어질 유사 사건에서 원고 측이 권리 근거로 직접 인용할 수 있는 선례 기반을 만들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일본에서는 성우 산업이 상당히 발달한 것으로 전해진다. 유명 성우들은 애니메이션이나 게임에서 캐릭터 목소리를 맡는 것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방송, 광고, 음악 공연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며 팬층을 형성한다. 그들에게 목소리 자체는 단순한 직업 도구가 아니라, 수익과 팬덤, 시장 가치를 결정짓는 핵심 자산인 것으로 보인다.

AI가 그림을 그리듯 음성도 합성하는 시대가 됐다. 당사자가 실제로 녹음하지 않은 대사까지 특정 성우의 목소리로 자동 생성되는 기술이 현실화되면서, 새로운 법적 다툼이 생겨났다. 일본 법무성도 지난 8월 생성AI 지침에서 "목소리는 개인을 식별하고 인격을 상징하는 정보"라며, 일정한 경우 퍼블리시티권 보호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봤다. 법원 판단과 정부 지침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뜻인 것으로 보인다.

이 논의는 일본만의 문제가 아니다. 미국과 유럽의 성우들도 자신의 동의 없이 목소리가 AI 학습이나 음성 합성에 쓰이는 것에 대해 계속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일자리 위협, 수입 감소, 정체성 도용 같은 위험이 현실화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한편, 법적으로 미해결된 부분도 있다. 실제 성우와 비슷한 목소리를 흉내내는 다른 성우나 성대모사 전문가와의 경계는 어디서 그을까. AI 음성이 만든 경제적 이익은 누가 가져갈까. 성우 개인인가, 고용한 엔터테인먼트 회사인가. 목소리 학습용으로 수집된 데이터와 실제 권리 침해를 구별하는 기준은 무엇인가. 법원의 첫 선언이 나왔지만, 풀어야 할 법적 질문들은 여전히 산적해 있다.


📌 원문 발췌

"사람의 목소리는 초상과 마찬가지로 개인의 인격을 상징한다"며 "목소리 자체가 성우의 인지도와 수익을 좌우하는 중요한 자산"이라고 했다.

원본 출처: 클리앙 모두의공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