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14년을 함께했는데, 최근 몇 개월 전부터 경제적 사정으로 시어머니와 한집에 사는 중인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남편이 결혼 전후로 어머니와의 심리적 분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채 살아왔다는 점이었다. 시어머니 입장에서는 아들을 '독립한 성인'으로 보기보다 '평생 돌봐야 할 자식'으로 여기는 것처럼 보였다.

갈등은 한 주말에 터졌다. 남편이 시어머니와 골프를 다녀오겠다고 했을 때다. 글쓴이는 몇 가지를 제안한 것으로 전해진다. 주말인데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면 좋지 않을까. 요즘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인데 골프비 지출이 맞나. 별로 거친 요구는 아니었다. 그러나 남편의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욕설이 나왔고, 뒤이어 시어머니가 끼어들었다. "너 아이들을 잘 먹여?" "넌 사장이냐고?" 여느 부모가 자식의 선택을 말릴 때와 달랐다. 시어머니는 며느리를 몰아붙이는 쪽에 섰다.

결국 둘은 골프를 다녀갔다. 가는 길에 남편은 아내의 친정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어 "못 살겠다"고 말했고, 그 말 한 마디는 며느리에게 냉전의 신호탄이 됐다.

지금 2주가 지났다. 집은 이상한 공간이 됐다. 아내와 아이들은 침실. 남편은 거실. 시어머니는 자신의 방. 셋이 셋대로 흩어져 있고, 누가 먼저 말을 걸지도 않는다. 가장 이상한 건 지난 주말이었다. 남편과 시어머니가 몰래 나갔다고 할 말 같은 건 없지만, 밤 11시가 훨씬 넘어서야 들어왔다. 부부싸움 중간중간 아이들을 챙기고 가사를 돌봐야 하는 건 여전히 글쓴이였다.

글쓴이는 자신의 감각이 왜 이리 첨예한지 의아해한 것으로 전해진다. 혹시 내가 예민하기만 한 건 아닐까. 아니면 부부가 아니라 남편과 시어머니, 그리고 나는 그들 사이에 끼어 있는 구조가 정상인 건 아닐까.

심리학에서는 이런 패턴을 '삼각화(triangulation)'라고 부른다. 부부 갈등이 생겼을 때 제3자, 특히 한 쪽의 부모가 한쪽 편에 서서 개입하는 현상을 말한다. 겉으로는 자식을 돕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부부 사이의 긴장을 풀어주지 않는다. 오히려 고착시킬 수 있다. 부모가 자식 편에 서는 순간, 배우자는 '적'이 되고, 갈등은 해소 불가능한 구도로 깊어질 가능성이 높다. 특히 14년이란 긴 세월에도 남편이 심리적으로 부모로부터 독립하지 못했다면, 이런 개입은 더 강해질 수밖에 없다는 반응이다.

보통 건강한 가정에서 부부싸움이 생기면 어떻게 될까. 시어머니가 나서서 말리거나, 남편이 가운데서 '너도 맞고 엄마도 맞다'는 식으로 중재하는 모습을 본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여기선 다르다. 시어머니가 며느리를 향해 "너 사장이냐"고 역공을 가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건 중재가 아니라 진영 선택으로 보인다.

현재 상황이 보여주는 건 명백해 보인다. 부부의 경계가 없다는 신호다. 남편과 시어머니가 하나의 팀을 이루고, 아내와 아이들은 분리된 진영이 된 것처럼 느껴진다는 점인 것으로 보인다. 며느리의 감각이 예민한 게 아니라, 구조 자체가 비대칭하다는 신호일 수 있다.

이 상황에서 확인해야 할 건 몇 가지로 보인다. 남편이 진정 아내와 다시 말을 나누려는 의지가 있는가. 시어머니와의 합가가 남편의 부모 의존성을 더 강화시킨 건 아닌가. 그리고 아이들이 이 비대칭한 구도를 보며 가족이란 무엇인지 어떻게 배우게 될 것인가. 우연이 아니라면, 본격적인 대화와 경계 재설정이 필요해 보인다.


📌 원문 발췌

결혼 14년 차, 현재 경제적인 이유로 홀로 지내시던 시어머니와 합가 중입니다. 욱한 남편이 저에게 심한 욕을 했고, 시어머니도 옆에서 같이 저를 몰아붙였습니다.

원본 출처: 네이트판 톡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