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혼 후 세 달을 지나면서 한 여성이 온라인 익명 게시판에 사연을 올렸다. 혼수 문제를 둘러싼 시댁과의 갈등, 중간에서 자신의 편을 들어주지 않은 전 남자친구—결혼을 중단하게 한 이유는 여럿이었다. 그런데 사연자는 역설적이게도 이렇게 말한다. 파혼 자체보다 훨씬 더 힘든 것은 그 이후에 쏟아진 주변의 반응들이었다고.
위로의 탈을 쓴 상처
친한 친구에게 가장 먼저 전한 소식이었다. 사연자가 파혼 사실을 알리자 돌아온 첫 마디는 "어떡해, 이제 나이도 있는데"였다. 축하는 바라지 않았지만, 그 한 마디가 예상보다 깊은 상처가 되었다고 전한다. 회사에서도 유사한 경험이 반복되었다. 청첩장을 미리 받았던 동료들이 파혼을 알게 되면서 "무슨 일 있었는지" 캐묻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 사람은 "요즘 세상에 파혼이 흠도 아니라며" 위로를 건넸다고 한다.
여기서 눈여겨봐야 할 지점이 있다. 이 '위로'라는 표현 속에는 어떤 전제가 숨어 있다는 것으로 보인다. '흠도 아니다'라는 말은 겉으로는 위안이지만, 동시에 "원래는 흠인 상태"라는 인식을 전제한다. 발화자가 내면화한 '결혼=정상 궤도'라는 사회적 기준이 그 언어에 담겨 있는 셈인 것으로 보인다. 당사자 입장에서는 단순히 축하받지 못한 게 아니라, 자신의 결정이 틀렸거나 뭔가 부족하다는 메시지를 반복해서 받는 경험이 되는 것으로 보인다.
'잘 정리한 것으로 전해진다'는 조건부 지지
어머니의 반응은 처음에는 상대적으로 긍정적이었다. "지금이라도 알아서 다행"이라는 말이 돌아왔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며칠이 지나고 주간이 지나면서, 어머니에게서 새로운 제안이 나오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진다. "소개팅 기회가 생기면 나가봐"라는 말이었다. 당사자는 아직 파혼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태였다. 하지만 주변은 벌써 '다음'을 준비하라고 재촉하는 셈이었다. 머리로는 부모의 배려가 좋은 의도에서 비롯된 것임을 알지만, 마음은 자신의 감정 정리 속도를 외부에서 강요받는 기분이 들 수밖에 없었다고 전한다.
허공에 사라진 것들
파혼 절차 중 당사자가 마주한 가장 구체적인 고통은 계약 정리였다. 청첩장 샘플부터 시작해서 신부 드레스와 메이크업 계약서, 예약해둔 신혼여행—이 모든 것을 취소하고 정산하는 과정에서 돌아오지 않은 비용이 적지 않았다. 특히 결혼식장 계약금의 절반을 넘게 잃었다고 한다. 담당자와 직접 연락을 취해 상황을 설명하며 환불을 요청했지만, 돌아온 답변은 "계약서에 명시된 조항"이라는 일관된 답장뿐이었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몇 달치 월세에 해당하는 돈이 그냥 날아간 것으로 보인다.
물질적 손실만으로도 충분히 무거웠던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감정적 손실은 또 다른 차원의 문제였다. 예전 시댁이 될 예정이었던 가족의 연락처가 여전히 휴대폰에 저장되어 있다고 한다. 지울 이유도 불명확하고, 지울 용기도 없는 상태다. 그들이 마지막으로 보낸 메시지를 가끔 다시 읽으면서, 자신의 결정이 정말 맞았는지 스스로 자꾸만 확인하게 된다고 전한 것으로 전해진다.
혼자 있을 때만 편하다
친구들 모임은 어색한 공기로 가득 찼다. 모두가 당사자를 신경 쓰면서 결혼 얘기를 피하려고 애쓴다. 배려라고 부르기엔 뭔가 조심스럽고, 동정이라고 하기엔 자존감이 상한다. 당사자가 원했던 것은 그런 분위기가 아니었다. 차라리 특별하지 않은 태도, 평범한 대우를 바랐다고 한다.
요즘 가장 편하다고 느껴지는 시간은 혼자 있을 때라고 전한다. 누군가를 만날 때마다 파혼 얘기가 나올까봐 신경 쓰이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다만 계속 피할 수도 없는 현실인 것으로 보인다. 특히 원래 잡혀 있던 결혼식 날짜가 다가올수록 마음이 더 무거워진다고 한다. 달력에서 그 날짜를 마주치면 저도 모르게 한참을 멍하니 앉아 있게 된다는 것으로 보인다. 지금 이 시간이 언제쯤 흘러지나갈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필요한 것은 외부의 다음 단계 재촉이 아닌, 자신의 속도가 존중받는 시간이 아닐까 싶다.
📌 원문 발췌
파혼 자체도 힘들었는데 그보다 더 힘든건 주변 반응이었어요. 친한 친구한테 소식 전했더니 첫마디가 어떡해 이제 나이도 있는데였어요. 축하는 바라지도 않았지만 걱정을 가장한 그 말이 그렇게 아플줄 몰랐어요.
원본 출처: 네이트판 톡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