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가야 할 일이 생겼다. 한 익명 게시판 이용자가 그 사실을 알리면서 흥미로운 데이터를 함께 공개한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4주간, 자신이 직접 수집·집계한 게시판 활동 통계다. 단순한 서비스 중단 공지를 넘어섰다. 수치 뒤에는 자신의 묵직한 감정이 담겨 있었다.
집계 기간은 8월 30일부터 9월 18일까지 정확히 4주였다. 그 사이 해당 게시판에 올라온 글의 총 개수는 3만 2,889건이었다. 일별로는 최대 2,659건이 한 날에 등록되는 날도 있었고, 최소 657건에 불과한 날도 있었다. 매 시간 기준으로는 한 시간에 최대 550개 글이 올라올 정도였다고 한다. 이 정도면 해당 게시판이 얼마나 활발하게 돌아가는지 가늠할 수 있다.
흥미로운 건 이 통계가 비공식 아카이브라는 점인 것으로 보인다. 게시판 운영진이 아닌 개인이 데이터를 직접 수집하고 분석·정리했다는 뜻인 것으로 보인다. 커뮤니티가 자신을 관찰하고, 기록하고, 숫자로 증명하려 한 메타적 행위인 셈인 것으로 보인다. 익명 게시판에서 이런 자발적 통계 공유는 드문 편인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더 흥미롭다.
한 달간 글 작성자의 분포는 심한 불균형을 보였다. 상위 1위 닉네임은 4주간 무려 1,331건의 글을 남겼다. 2위는 844건, 3위는 605건이었다. 1위와 2위의 격차만 해도 487건인 것으로 보인다. 이 파워유저의 압도적 활동량은 익명 게시판의 일반적인 특징이지만, 수치로 직접 마주하니 그 불균형이 더욱 극적이고 선명하다. 게시판의 실제 주동력은 익명의 파워유저들이며, 이들의 활동이 얼마나 집중되어 있는지를 이 데이터가 여실히 드러낸다.
한 주간 게시판에 글을 쓴 인원은 총 1,928명이었다. 놀라운 건 이 중 신규 이용자의 비율인 것으로 보인다. 지난주에 이어 계속 글을 쓴 재방문자는 1,055명, 이번주에 처음으로 나타난 신규 방문자는 873명이었다. 신규 유입이 전체의 약 45% 수준이라는 건, 해당 게시판이 꾸준히 새로운 사람들을 받아들이면서도 단골 이용자를 붙잡고 있다는 뜻인 것으로 보인다.
작성자는 또한 게시판이 좋은 이유를 길게 정리한 것으로 전해진다. 특정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글을 바탕으로 한 그의 정리에 따르면, "뉴스를 다른 곳에서 볼 필요가 없다", "뉴스 사항별 민감도가 높다", "논리적 근거로 빠른 시간 내 방어가 이루어진다", "자정 능력이 강하다" 같은 이유들이 나열되었다. 단순한 잡담판을 넘어선 철학이 담겨 있다. 게시판을 "문화재로 등록해야 한다"는 의견까지 있었고, IT 기술의 발전으로 직접 민주주의가 가능한 세상에서 왜 국회의원들은 이를 언급하지 않는가라는 질문도 포함되었다.
가장 눈에 띄는 건, 통계라는 차가운 데이터 사이사이에 스며든 작성자의 심리 상태다. 1년 전만 해도 한국 귀국을 기대하며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에 간다"고 생각했다고 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엔 다르다고 밝혔다. "씁쓸한 기분"이라는 표현이 나왔고, "고국의 가을이나 느끼고 와야겠다"는 말로 마무리한 것으로 전해진다. 4주간 게시판의 활동을 열심히 집계한 사람이, 결국 고국의 가을을 그리워하고 있었다. 이 간단한 마무리 문장이, 사실 그 4주간의 통계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말해 주고 있는 건 아닐까.
📌 원문 발췌
1년 전에 한국 갈 때는 기분 좋게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에 간다고 생각했었는데, 이번에는 씁쓸한 기분입니다.
원본 출처: 딴지일보 자유게시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