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사장에 들어서자마자 피로감이 확 몰려왔다. 하루를 꼬박 일하고 나서는 몸이었다. 하지만 가슴 한구석에는 설렘이 있었다. 목표가 뚜렷한 외출이 주는 그런 기대감 말인 것으로 보인다. 무언가를 처음 시도해보고 싶었다. 도전할 가치가 있는 그런 것이 있다고 생각한 것으로 전해진다. 행사장의 입구부터 번잡한 소리가 들렸다. 이곳에서 처음 도전할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있었다.

그런 기대는 허사로 돌아갔다. 첫 번째 시도에서 망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 발도 제대로 나가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아예 안 된 것으로 보인다. 처음이라 실수하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실패의 충격이 줄어들지는 않았다. 얼굴이 화끈거렸다.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주변 사람들이 자신을 보는 눈길이 느껴졌다. 혹시 누가 자신의 실패를 봤을까. 그 생각이 더 부끄러웠다. 부끄러움이 밀물처럼 밀려왔다.

기가 꺾인 채로 그 자리를 떠났다. 식당을 찾았다. 식당 입구에 들어서자 돈가스를 파는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그걸 주문한 것으로 전해진다. 음식이 나오자 한 입 집어넣었고, 눈물이 흘렀다. 맛이 좋아서라기보다는, 자신을 위로하는 유일한 수단처럼 느껴졌다. 실패한 자신에게 주는 한 끼, 그런 심정으로 먹고 있었다. 옆 테이블 사람들은 능숙하게 음식을 즐기고 있었다. 자신만 눈물로 밥을 먹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것도 괜찮다고 생각한 것으로 전해진다. 돈가스 한 접시가 감정의 완충지 역할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씹을 때마다 조금씩 마음이 정리되는 기분이었다. 눈물 흘리며 먹는 돈가스. 처량했지만, 그것도 소중한 것으로 전해진다.

밥을 다 먹고 한숨을 쉬었다. 행사장으로 돌아가 천천히 둘러보기로 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엔 달랐다. 뭔가를 꼭 이뤄야 한다는 의무감에서 벗어났다. 그저 시간을 즐기는 마음으로. 행사장의 분위기를 다르게 보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진다.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들리기 시작했고, 부스마다 다양한 음식들이 팔리고 있었다. 이곳이 이렇게 즐거운 곳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농산물 판매 구역에서 발이 멈췄다. 감자가 눈에 띄었다. 한 손가락보다도 굵은 감자들이었다. 크기는 크면서도 가격은 예상보다 저렴한 것으로 전해진다. 손에 들어보자 묵직한 무게감이 있었다. 이런 품질의 감자를 이 가격에 살 수 있다니. 이렇게 작지만 명확한 이득을 얻으니 알 수 없는 쾌감이 밀려왔다. 오늘 같은 날에는 이 정도의 소소한 승리도 큼직한 위로가 되는 법인 것으로 보인다. 감자를 담았다. 장바구니에 다른 것들도 집어넣으며 행사장을 한 바퀴 더 돌았다. 감정이 천천히 회복되고 있었다. 비참함에서 점점 멀어져 가는 기분이었다.

나가려는 찰나, 발이 멈췄다. 지나가던 누군가의 실루엣이 눈에 띄었다. 온라인 게시판에서 닉네임으로만 알던 사람이었다. ***. 인터넷이라는 익명의 세계에서만 존재하던 누군가가 갑자기 현실의 형태를 가지고 눈앞에 나타났다. 익명성과 현실이 충돌하는 순간이었다. 생각해보니 같은 행사장을 찾아갈 확률도 낮은데, 거기서 또 우연히 마주칠 확률이라니. 얼마나 좁은 세상인가 싶었다. 그 묘한 우연이 웃음을 불러일으켰다. 실패로 시작한 오후가 점점 기묘하고 소중한 순간들로 채워지고 있었다. 오늘 같은 날도 있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 원문 발췌

나만 첫빠따로 한발도 못쏘고 사망함. 흑흑 눈물섞인 돈가스를 먹는다. 행사장에서 우연히 ***도 조우함.

원본 출처: 루리웹 베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