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의 정체성보다는 당이 탄탄하다는 것 자체를 신뢰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 익명 커뮤니티 글쓴이는 이렇게 설명한 것으로 전해진다. 진영 싸움은 정치의 숙명이지만, 자신에게 우선순위는 언제나 특정 정당의 조직력이었다는 뜻인 것으로 보인다. 그 당의 기둥이 튼튼해야만, 내부 불순물이나 이견이 있어도 장기적으로는 더 나은 정치 환경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믿음이었다.

이 신념은 어디에서 나왔을까. 글쓴이는 과거 그 당의 최고 권력자가 힘겨운 시간을 보냈던 것을 목도했고, 그때 당이 분열되고 약해서 그렇게 되었다는 생각을 했다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당을 강하게 유지하는 것이 민주주의와 정치 개혁의 본질이라고 보았다. 우리나라 정치 역사를 바로잡는 일도, 결국 당의 조직력이 뒷받침되어야 가능하다는 확신이 있었던 것 같다.

당원으로서의 행동도 일관됐다. 경선마다 적극 참여했고, 유망한 정치인들에게 지역구와 상관없이 후원을 이어갔다. 당의 기반이 약해지는 것을 막기 위한 노력이었다. 당원 자격도 오래 유지했고, 당의 정책이나 선거 국면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도 당연한 책임이라고 생각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처럼 당의 조직 자체를 신뢰의 대상으로 삼아온 사람에게, 지도부 교체나 내부 분열은 단순한 선거 결과 불만을 넘어선다. 자신의 정치적 정체성이 흔들리는 문제가 되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전당대회의 결과가 그렇게 버거울 수밖에 없었다. 당대표 선출 과정에서 글쓴이가 지지하지 않던 후보 진영이 보인 언행과 태도가, 당의 역사와 당원으로서의 정체성을 함께 모욕당하는 느낌이었다는 것으로 보인다. 원문 표현을 빌리면 당원들을 능욕하는 수준이라고까지 여겼다. 당 내부의 언어와 문화가 자신이 지켜온 신념과 다른 방향으로 변해가는 듯한 불안감도 컸다. 글쓴이는 "자기 집에 불을 지르고 춤을 추는" 심정이라고 표현한 것으로 전해진다.

더욱 답답한 것은, 과거 그 당의 최고 권력까지 올랐던 인물이 현재의 내부 갈등에 어떤 역할을 하는지에 대한 의심이었다. 당이 불타고 있는데, 그 불을 끄기는커녕 휘발유를 붓는 것은 아닌지, 아니면 이미 그 당과는 관계없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하는 의문 말인 것으로 보인다. 이런 의심 속에서 글쓴이는 역설적인 질문을 던졌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내가 왜 그렇게 당을 중요하게 생각했을까."

분노가 식지 않는 이유는 단순한 선거 패배 때문이 아니었다. 정치적 철학과 당의 존재를 동일시해온 만큼, 당 내부의 변화를 자신의 신념이 모욕당하는 것으로 체감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당원으로서의 정체성을 당의 정체성과 일치시켜온 사람이라면, 이런 심정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전당대회가 끝난 지 한참 지났지만 그 감정은 여전히 식지 않고 있었다.

흥미로운 것은 글쓴이의 태도다. 이탈도, 순응도 아니다. 분명히 분노하고 있지만, 여전히 당의 변화를 지켜보고 있으며, 특정 세력의 책임을 묻고 싶어 한다. 정치적 정체성이 깨진 상태에서도 마지막 남은 요구는 "당이 다시 제대로 작동하길"이라는 것으로 읽힌다. 그 간절함이 분노를 살리고 있는 것 같다. 또한 글쓴이는 원문에서 "기회가 될 때마다" 이 문제를 계속 물을 것이라고 선언했다는 점도 흥미롭다.


📌 원문 발췌

제 우선순위는 늘 ***당이었습니다. 당원들이 열성적으로 당의 정책에 참여하고, 당이 튼튼하면 우리가 발견하고 만들어내는 정치인들이 조금이라도 더 나은 사람이 뽑혀 올라가고

원본 출처: 딴지일보 자유게시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