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한 지 2년을 나아가던 시점, 예기치 못한 경험이 시작됐다. 정부나 지자체 주관의 농번기 계절근로자 프로그램을 통해 베트남 국적 근로자들을 처음 고용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일반적인 고용 시장에서는 선뜻 찾기 어려운 농촌 일손을 메우기 위해, 한국은 국제 계절 근로 시스템에 의존하고 있다. 봄부터 11월까지 머물며 농장의 가장 바쁜 계절을 함께 일하는 이들과의 첫 만남은 예상을 몇 단계 뛰어넘었던 모양인 것으로 보인다.

깔끔함과 집중력

'군더더기 없이 일을 처리한다'는 표현이 가장 먼저 떠올랐다고 한다. 고용주가 계획한 하루 작업량을 집중력 있게 소화하면서도, 불필요한 움직임이나 돌아가는 방식이 없었다는 평가다. 농촌 일은 신체 노동의 반복이지만, 어떤 태도로 임하느냐에 따라 결과물의 질이 크게 달라진다. 계절근로자들은 경험이나 능숙함보다는 성실함으로 그 차이를 만들었던 것처럼 보인다.

점심시간은 각자 준비해 온 음식을 먹는 게 일반적이지만, 고용주는 그들의 노고에 대한 감사 차원에서 한 끼를 사주기로 결정한 것으로 전해진다. 비용이나 번거로움 때문이라기보다, 함께 일하는 누군가에게 고마움을 표현하는 자연스러운 제스처였던 것 같다.

예정을 넘어 일찍 마무리하다

계획했던 작업이 생각보다 빨리 진행되자 상황은 흥미로워진다. 고용주 입장에서 추가 업무를 억지로 만드는 건 비효율적이고, 근로자들에게도 불공정할 수 있다. 정해진 근무 시간을 채우기 위해 의도적으로 더 일을 시키지 않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 그 결과 예정된 시간보다 약 50분 정도 일찍 근무를 마무리하게 됐는데, 이 작은 결정이 만든 반응은 생각보다 컸다.

근로자들은 처음엔 뭔가 잘못된 건 아닐까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금방 깨달았는지 크게 반가워하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진다. 단 50분이라는 시간이 그들에겐 상당히 의미 있는 선물로 느껴진 모양이었다. 봄부터 11월까지 매일 일하는 계절근로자 입장에서는, 예정보다 일찍 쉴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피로 회복의 기회가 되는 셈인 것으로 보인다.

번역 애플리케이션으로 전한 감사

헤어질 때의 교감이 이 경험담의 핵심을 이룬다. 언어 장벽은 현실적인 문제였다. 직접 대화할 수 없으니, 고용주는 스마트폰의 번역 애플리케이션을 켜 필요한 말들을 짧게 영어나 베트남어로 변환한 것으로 전해진다. 전달된 문장들은 이렇다. '한국에서 좋은 기억을 가지고 돌아갔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하루 열심히 일해줘서 감사합니다.'

디지털 도구를 거쳐 전달되는 메시지들이 진정성을 잃었을까? 고용주의 관찰로는 그렇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번역이 부정확할 수 있고 뉘앙스도 다를 테지만, 상대방을 배려하려는 마음은 문장 어딘가에 남아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계절근로자 제도의 구조와 현실

봄에 입국해 11월에 귀국한다는 기한은 정부 또는 지자체가 주관하는 계절근로자 프로그램의 표준 운영 방식인 것으로 전해진다. 일당은 11만 원 수준. 농번기 동안 농촌의 인력 공백을 채우는 동시에, 동남아시아 근로자에게는 한시적이지만 일자리를 제공하는 구조다. 한국의 심각한 농촌 고령화와 청년 인구 감소 속에서, 이 제도는 부득이한 현실적 대안이 되어 있다.

흥미로운 대목은, 고용주 자신도 정부인지 지자체인지 정확한 행정 주체를 구분하지 못했다는 점인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현장에서는 제도의 관리 체계나 책임 주체가 투명하지 않을 수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제도와 현장의 온도 차이

이 경험담이 의미 있는 이유는, 정책과 현실 사이의 온도감을 보여주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계절근로자 제도는 행정적 필요성에서 출발했지만, 현장에서는 개별 고용주의 태도에 따라 얼마든 따뜻해질 수 있다는 뜻인 것으로 보인다. 점심을 사주고, 일을 무리하게 더 시키지 않고, 폰 번역기를 켜 감사 인사를 건넨다는 것들이 그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약점도 드러난다. 소통을 위해 번역 애플리케이션에만 의존해야 한다는 점은, 국제 근로 환경에서 제도적 지원(한국어 교육, 전문 통역 서비스, 권리 보호 시스템 등)이 여전히 개인 역량에 맡겨져 있음을 시사한다. 근로자가 부당 대우나 착취로부터 충분히 보호받을 수 있는 인프라가 실제로 있는지는 의문의 여지가 남는다. 한 농부의 한 철 경험은 제도의 필요성과 그 한계를 동시에 말해주는 사례로 읽힌다.


📌 원문 발췌

한 50분 일찍 보내주니 의아해 하면서 너무 좋아하더라구요. 일당은 11만원이고 올봄에 와서 11월에 돌아간다고 합니다.

원본 출처: 딴지일보 자유게시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