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과 출산 이후 몇몇 친구들로부터 과거 경험을 나눠 들을 기회가 있었다. 그 과정에서 깨달은 게 있다. 결혼 전 다른 연애 관계 속에서 낙태를 선택했던 친구들이 있다는 것. 처음엔 깜짝 놀랐다. 우리가 살아온 환경에서 자주 귀에 박히는 말들이 있으니까다.
"낙태는 죄다." "낙태하면 죽은 아이가 엄마에게 붙어다닌다." "낙태 후 행복할 수 없다."
이런 식의 말들이 문화적으로 널리 퍼져 있다. 심지어 종교적 신념이나 윤리적 믿음으로 제시되곤 한다. 그래서 낙태를 선택한 사람들이 평생 죄책감이나 후회에 시달릴 거라는 암묵적 예상이 생긴다. 마치 그것이 운명처럼 고정되어 있을 거라는 생각인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실제로 친구들의 삶을 지켜보니 다르다. 지금 그들은 결혼해서 좋은 배우자를 만났다. 아이를 낳았다. 자녀와의 일상이 행복해 보인다. 직장도 다니고, 친구들과도 만나고, 주말에는 아이들과 나들이를 간다. 그저 일반적인 기혼여성의 일상인 것으로 보인다. 낙태 경험이 이후의 인생을 지배하지 않았다.
더 흥미로운 건, 특별히 극적인 징후가 없다는 것으로 보인다. 누군가는 당시에 죄책감을 느꼈을지 모른다. 그건 누구나 인생의 어떤 선택 앞에서 경험할 수 있는 감정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것이 평생의 저주나 후유증으로 남지는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시간이 지나면서 앞을 향해 살아가는 과정에서 그런 감정들도 자연스럽게 정리되었을 거다.
생각해보면 이건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낙태 선택 이후의 삶이 어떻게 흐를지는 당사자의 환경, 만나는 사람들, 그 이후의 선택들에 따라 결정된다. 그 경험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처리하느냐도 개인차가 크다. 세간에 떠도는 "낙태하면 망한다" 같은 단정적 시나리오는 현실보다는 문화적 두려움과 낙인에서 비롯된 것 아닐까 싶다.
특정 익명 커뮤니티 게시글에서도 유사한 관찰을 만날 수 있다. 낙태 경험이 있었던 친구들이 지금 행복하게 살고 있다는 경험담인 것으로 보인다. 그 글에서 언급하는 '낙태는 죄' '죽은 아이가 붙어다닌다' 같은 말들이 결국 "거짓말처럼 느껴졌다"는 표현도 있다. 현실이 속설과 충돌하는 순간의 단순한 감각인 것으로 보인다.
이 관찰이 낙태 자체를 옹호하거나 폄하하는 건 아니다. 다만 우리가 당연하다고 받아들여온 속설—선택이 인생을 결정 지을 거라는 두려움—이 실제 삶에서는 훨씬 더 복합적이고 회복력 있다는 걸 보여준다. 사람들은 자신의 선택 이후도 살아간다. 그 삶이 속설대로 흘러가지 않는다는 게 가장 흥미로운 부분인 것으로 보인다.
📌 원문 발췌
다들 좋은사람만나서 결혼해서 예쁜 딸아들낳고 잘사는거보면 낙태 진짜 아무것도 아닌듯. 낙태는 죄다,낙태하면 죽은아이가 엄마한테 붙어다닌다 이런말 알고보면 다 거짓말임.
원본 출처: 네이트판 톡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