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전만 해도 시계는 크면 클수록 좋은 시대였다.
2000년대 초중반, 특히 대학가에서 불었던 이 오버사이즈 워치 열풍은 단순한 유행을 넘어 당시 남성 패션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대변했던 것으로 보인다. 한 익명 게시판 글쓴이의 경험담에 따르면, 그 당시 분위기가 얼마나 극단적이었는지 생생하게 전해진다.
***가 선도하던 이 움직임은 얼마나 대담했나. 시계 케이스 직경이 50mm를 훌쩍 넘기는 상품들이 속속 출시됐고, 남학생들은 이를 수집하듯 사고 다녔다. "서양 형님들도 버거워할 사이즈"라는 표현처럼, 당시 착용한 사람들도 그 크기가 결코 작지 않다는 걸 자각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많은 대학생들이 40mm를 훨씬 넘는 시계를 찼다.
이런 바람이 왜 불었을까? 당시 남성 패션 전반이 '크면 클수록 힙하다'라는 정서에 잠겨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오버사이즈 셔츠, 넓은 진, 육중한 액세서리 — 모든 게 '더 크고 더 크게'를 향한 것으로 전해진다. 시계도 예외가 아니었다. 손목에 차는 시계가 클수록 존재감이 있고, 그것이 곧 스타일이자 자신감의 표현이라고 여겨진 시기였다.
하지만 이 열풍은 생각보다 빨리 식어버렸다.
2010년대 중반으로 넘어가면서 시계 시장의 풍향이 바뀌었다. 드레스워치 문화가 재조명되기 시작했고, 클래식하고 미니멀한 미학이 다시 주목받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진다. 패션 사이클의 법칙처럼, 극단적으로 한쪽 방향으로 치달았던 유행은 반대 방향으로 급속하게 수렴하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진다. 40mm 이상의 거대한 시계를 차고 다니는 것이 더 이상 세련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올드해 보이는 시대가 온 것으로 보인다.
현재는 어떤가. 시계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36mm가 하나의 정답처럼 재평가받고 있다고 전해진다. 이는 손목 사이즈에 가장 적정하고, 정장과 캐주얼 어디에든 어울리며, 역사적으로 명시계들이 많이 채택했던 사이즈이기도 하다. 20년 전 오버사이즈 열풍 속에서 36mm를 찰 생각은 아예 못 했을 일인 것으로 보인다. "그 정도면 너무 작은 거 아닌가"라는 생각까지 들었을 판인 것으로 보인다.
이 변화는 단순히 시계 산업의 트렌드 변화를 넘어, 패션이 얼마나 순환적인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극단으로 치달은 유행은 반드시 극단의 반대쪽으로 스윙한다. 그것이 10년인지 20년인지는 모르지만, 결국 균형 잡힌 지점으로 수렴하곤 한다. 2000년대의 빅워치 시대가 완벽하게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주류 패션의 흐름에서는 이미 옛 이야기가 된 지 오래다.
📌 원문 발췌
대학 다닐 때쯤 ***이 선도하던 오버사이즈 워치 열풍이 있었다. 40mm가 넘어가는 시계를 차고 다녔는데, 지금은 36mm가 최고다.
원본 출처: 클리앙 모두의공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