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한 지 반년도 채 되지 않은 어느 날, 해외에 살고 있던 당사자의 인스타그램 메시지함에 낯선 사람으로부터 한 통의 DM이 도착한 것으로 전해진다. 비공개 계정이어서 평소엔 보이지 않던 숨겨진 메시지함, 그곳에 이미 여러 건의 메시지가 쌓여 있었다. 내용은 명확한 것으로 전해진다. "남편이 저에게 돈을 빌렸어요."

그 메시지를 신호로, 그동안 숨겨져 있던 현실이 한꺼번에 터졌다. 남편의 도박, 그로 인한 대출, 지인들로부터 빌린 돈들. 당사자가 나중에 표현한 대로라면 "세상이 무너지는 기분"이었다.

많은 사람들이라면 이 시점에서 관계를 정리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당사자는 다른 선택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어차피 벌어진 일이니 같이 해결해보자"는 결심이었다. 신용카드 현금서비스까지 받아가며, 남편이 빌린 돈을 함께 갚아나갔다. 평소 남들에게 도움을 청하기 어려워하는 성향이었지만, 이번만큼은 다양한 사람들에게 손을 벌렸다.

주변 사람들의 반응은 따뜻한 것으로 전해진다. "너 같은 성격이 이런 부탁을 한다는 건, 정말 힘든 상황이겠다"며 의심 없이 돈을 빌려줬다. 그 믿음이 당사자를 더욱 책임감 있게 만들었다. 지금은 모든 빌린 돈을 갚았고, 지인들에게 이자를 드리거나 선물도 챙겼다.

남편은 "다시는 도박을 하지 않겠다"는 각서까지 썼다. 그 종이 한 장은 당사자에게 희망이었다. 실제로 그 뒤로도 좋은 날들이 많았다. 취미가 맞고, 함께 있으면 편한 사람이었으니까. 그런데 그 행복 한가운데에서도 당사자는 계속 불안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행복이 오래 갔으면 좋겠다.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밤을 샜다.

당사자가 원했던 것은 크지 않았다. 부자가 되거나, 뭔가 특별해지는 것도 아니었다. 단지 보통 사람처럼 일상을 누리고 싶었을 뿐인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그 평범함이 이렇게 어려울 줄은 몰랐다고 한 것으로 전해진다.

거짓말은 예정된 듯이 돌아왔다. 새로운 대출, 또 다른 빚의 소식. 매번 같은 약속, 매번 반복된 실망. 두 번, 세 번 같은 패턴이 되풀이되면서, 당사자 내면에서 뭔가가 깨졌다. 남편이 무슨 말을 해도 더 이상 믿기가 어려워진 것으로 보인다.

이혼을 결심했을 때, 당사자가 남편에게 전한 말은 "이 상황이 계속되면 내 자신이 너무 불쌍할 것 같다"는 것이었다. 남편의 반응은 예상 밖이었다. 자신이 미안해서 당사자를 붙잡을 수 없다고, 하루라도 빨리 자신으로부터 벗어나라고 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리고 덧붙였다고 한다. "자신은 그냥 회생 불가능한 사람인 것 같다"고.

이제 당사자를 가장 괴롭히는 것은 결정 자체가 아니라, 그 결정을 둘러싼 두려움들인 것으로 보인다. 종교적인 죄책감, 주변 사람들의 시선, 혼자가 될 것이라는 불안감, 나중에 후회할까 봐 하는 공포. 20대 후반인 당사자는 "다시는 누군가를 사랑할 수 없을 것 같다", "나를 진심으로 사랑해줄 사람은 없을 것"이라는 극단적 생각까지 하고 있었다. 최근엔 "눈을 감고 자면 모든 게 다 끝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털어놨다.

흥미로운 것은, 당사자가 "참지 못한" 게 아니라는 점인 것으로 보인다. 배우자가 도박 빚을 대신 갚아줄 때마다, 그 배우자는 자신의 행동에 따른 실제 결과를 피할 기회를 얻는다. 즉, 당사자의 선의로운 개입이 오히려 남편을 악순환에서 깨어나지 못하게 만들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뜻인 것으로 보인다. 심리학에서 다루는 개념 중에 이런 상황을 설명하는 것들이 있을 정도다.

이 시점에서 당사자가 느끼는 공포와 죄책감은, 이혼을 앞둔 많은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겪는 심리로 보인다. 다만 이 감정들이 자신의 결정이 틀렸다는 증거는 아니라는 점이 중요하다고 본다. 당사자는 더 이상 버티지 않기로 한 게 아니라, 더 이상 버틸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 원문 발췌

같은 일이 반복되다 보니 이제는 남편이 무슨 말을 해도 믿기가 어렵습니다. 자기는 그냥 회생 불가능한 사람인 것 같다고요.

원본 출처: 네이트판 톡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