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정책을 두고 오랫동안 반복되어 온 주장이 있다. 전세 시스템이 매매가를 끌어올린다는 것으로 보인다. 세입자들이 전세금으로 집을 '소유'하는 경험을 하면서 자가소유 욕구가 생기고, 그것이 매매 시장의 수요를 자극한다는 설명인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여러 부동산 분석가들도 전세 제도 때문에 집값이 올라간다는 분석을 제시해 왔다.
이 주장이 완전히 틀린 것은 아니라는 게 중론인 것 같다. 전세가 매매 시장을 자극하는 효과가 있다는 분석이 오랫동안 나왔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반대편 논리도 있다면 어떨까.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전세 제도의 '반대 효과'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전세의 이면을 생각해보자. 전세는 기본적으로 세입자 입장에서 월 주거비 부담을 대폭 줄인다. 월세라면 매달 수십 만원에서 백만 원 대를 내야 하지만, 전세는 그 돈을 보증금 형태로 한꺼번에 낸다. 이렇게 월 부담이 낮아지면 아직 집을 사기 위한 자산이 충분하지 않은 사람들도 생활 범위 내에서 거주할 수 있게 된다. 결국 전세가 풍부하게 공급되고 렌트시장이 안정적으로 유지될 때, 매수할 여력이 없는 세입자들이 굳이 매매에 나설 필요가 줄어드는 효과가 생긴다는 주장인 것으로 보인다. 즉, 역설적이지만 전세 공급이 많을수록 오히려 매수 수요가 억제될 수 있다는 논리다.
그렇다면 전세가 빠르게 사라진 지금은 어떻게 되고 있을까. 한 익명 게시판의 글쓴이는 최근 통계에서 전세 공급이 급격히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는 점을 몇 해 전부터 주목해 왔다고 전한 것으로 전해진다. 흥미롭게도 그 이후 매매가는 안정되기는커녕 여전히 상승 압력이 계속되고 있다는 관찰인 것으로 보인다. 렌트시장이 공급 부족에 시달리면서 월세 부담이 급증하자, 오히려 집을 사려고 나서는 세입자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자산이 충분하지 않아 전·월세로만 살던 사람들이 렌트비 부담을 견디다 못해 매수로 전환하는 현상이 두드러진다는 것으로 보인다.
더욱 복잡한 건 정책 환경인 것으로 보인다. 토지거래허가제와 대출 규제가 동시에 걸려 있는 상황에서도 일부 지역의 매매가는 계속 오르는 추세라고 전해진다. 특히 ***지역의 하급지 아파트 가격이 상승하고 있는데, 이는 자산이 부족한 전·월세 거주자들이 렌트비 부담을 피하기 위해 매수에 나서면서 비롯된 현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규제가 강할수록 매매가가 내려간다는 통상적 예상과 달리, 일부 지역에서는 상승세가 계속되고 있다.
이 현상은 부동산 정책의 한계를 드러낸다고 보인다. 문제의 원인으로 지목된 전세를 제거해도, 그로 인해 발생하는 새로운 수요 변화까지 모두 계산되지 않으면 정책 효과가 설계 의도와 달라질 수 있다는 뜻인 것으로 보인다. 한 측면만 보고 제도를 설계할 때의 한계를 드러내는 사례로 읽힌다.
📌 원문 발췌
전세가 급격히 사라진게 통계로 나온지 꽤 됐습니다. 지금 렌트시장 품귀로 인해 매수수요로 전환되는 현상이 눈에 안보이시나요?
원본 출처: 클리앙 모두의공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