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주가 정말 행복한 것으로 전해진다. 특별하게 큰 일이 있어서는 아니었다. 다만 누군가의 작은 배려가 자꾸 떠올라서였다. 일주일 내내 그 순간들을 되새기며 얼굴에 미소가 지워지지 않았다.

업무가 바쁜 한 주였다. 회사에서 많은 미팅이 잡혀 있었고, 특히 영어로 진행되는 회의들 때문에 아침부터 지쳐 있었다. 이런 날들이 반복되면서 평상시보다 늦게 출근하는 일이 많아졌다. 평소 만나지 않던 시간에 엘리베이터를 타게 된 어느 날, 건물 청소를 맡은 여사님과 마주쳤다. 한여름 무더위 속에서 일하시는 모습이 눈에 띄어서, 무의식적으로 들고 있던 손선풍기를 건네주게 됐다. 물을 분사하는 기능이 있어서 그런지 매우 시원하다며 좋아하셨다. 얘기를 나누다 보니 어디서 구입했는지 묻기도 하셨다.

그 이후로 엘리베이터를 탈 때마다 그 여사님을 뵙게 됐다. 처음엔 우연이라 생각했는데, 며칠이 지나니 거의 매일 만나게 되는 것 같았다. 동네 분위기가 그런지, 각자 얼굴을 알게 되니 금방 친해졌다. 일찍 나가는 날에는 "바쁠 텐데 잘 다녀오세요"라며 손을 흔들어주셨고, 늦게 나가는 날에는 "오늘은 왜 이렇게 늦으세요?"라고 살갑게 물어봐주셨다. 집에 있는 가족들도 이 정도로 챙겨주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나라면 그 상황에서 손선풍기를 건넸을까? 아마 그냥 지나쳤을 가능성이 크다.

지문 인식 장치 때문에 난처한 상황이 생긴 날이었다. 손가락 끝에 난 상처 때문에 출입구의 지문 인식 시스템이 자꾸 반응하지 않았다. 미팅 시간도 시간인데 건물 안으로 들어갈 방법이 없었다. 여러 회사가 공동으로 쓰는 출입구라 누구에게나 쉽게 도움을 청할 수 없었고, 보안 문제가 될 수도 있어서 마음이 불편한 것으로 전해진다. 몇 번을 시도해도 실패했고, 그렇게 답답해하고 있는데 한 신사분이 다가오셨다. "제가 도와드릴게요"라며 자신의 손가락으로 지문 인식기를 터치해주신 것으로 보인다. 자동으로 문이 열렸다.

감사함 속에서도 혹시 모르니 상처 때문이라고 설명했는데, 그 분은 "저도 알아요"라며 따뜻하게 웃어넘기셨다. 그 한 마디가 얼마나 위로가 됐는지. 상황을 너무나 자연스럽게 이해해주시고, 아무런 거리감이나 의심 없이 도와주신 것이 정말 좋았다. 그 순간 들었던 생각은 "내가 그 자리에 있었다면?"이었다. 나라면 분명 모른척 지나갔을 것으로 보인다. 혹은 도와줘야 한다는 생각을 했어도, 번거로움이나 보안 걱정 때문에 발을 떼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

말복을 맞아 마트에 나갔을 때의 일인 것으로 보인다. 동네 마트에서는 삼계탕용 닭을 한정 물량으로 40% 정도 할인하는 행사를 진행 중이었다. 8천 원짜리를 5천 원대에 판다는 광고를 보고, 집에서 백숙도 해주고 싶었다. 큰 카트를 밀고 행사 매대로 향했는데 상황이 좋지 않았다. 행사 물량이 텅 비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매장 여사님께 물어보니, 인근의 여러 경로당에서 선착순으로 정해진 물량을 전부 다 구매해가셨다고 한 것으로 전해진다. 실망한 마음으로 정가로 판매 중인 닭들을 둘러봤지만, 행사용보다 더 큰 닭들뿐이었고 가격도 더 비싼 편이었다. 어떻게 할지 고민하면서 닭을 들었다 놨다를 반복하고 있었다. 그때 그 여사님이 다시 다가왔다. 우리가 고르고 있던 닭을 보시더니 할인 스티커를 붙여주신 것으로 보인다. 행사용 닭보다 품질이 더 나은 닭에 행사가를 맞춰서 판매해주신 거였다.

닭 몇 마리의 할인이 그렇게까지 중요할 일이야 아니었다. 하지만 그 순간이 주는 따뜻함은 가격으로 따질 수 없었다. 남편과 함께 연신 감사 인사를 했고, 그 여사님은 "말복인데 맛있게 드세요"라며 기분 좋아하셨다. 나중에 생각해보니, 나라면 그렇게까지 하지 않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상대방에게 손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 도움을 주신 것이었는데, 왜 많은 사람들은 그 '선에서 멈추지' 않을까?

이 모든 일들을 돌이켜보니 한 가지 공통점이 보인다. 세 분 모두 상대방에게 손실을 주지 않으면서도 누군가의 하루를 조금이나마 나아지게 만드는 행동을 선택하신 것으로 보인다. 손선풍기 한 대는 이미 들고 계신 것이고, 지문 인식은 자신의 손가락만으로 가능한 일이었고, 할인 스티커도 시스템상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다. 거기에 큰 희생이나 손해는 없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순간에 멈추지 않는다. 눈앞에서 누군가가 불편해하거나 어려워하는 모습이 보여도, 그냥 지나간다. 번거롭기도 하고, 관여하고 싶지 않고, 혹은 그럴 여유가 없다고 느낀다. 나도 그랬을 것 같다. 대부분의 경우 내가 그 자리에 있었다면 "음, 저 사람 불편하네"라고 생각하면서도 곧 시선을 돌렸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이번 주에 만난 분들은 그 순간에서 멈춰주셨다. 행동을 하는 것 자체가 대단한 것이 아니라, '멈추고 보는 것', '지나치지 않는 것' 자체가 친절의 시작인 것 같다. 친절이 거창한 자기 희생이나 결심일 필요는 없다. 누군가의 불편함을 마주했을 때, 그냥 지나치지 않는 것. 그것이 사실은 가장 어렵고도 가장 값진 일일 수도 있다.


📌 원문 발췌

행사닭보다 더 좋은 닭인것 같은데 행사가에 맞게 가격을 다운시켜주셨습니다. 이게 어찌보면 별것 아닌 일들이라고 생각할수도 있는데 돌이켜보면 같은 상황에서 전 딱 선긋고 모른척 + 암것도 안했을것 같아서 참 친절한 분들이 많다는 생각입니다.

원본 출처: 클리앙 모두의공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