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밤부터 새벽까지 몸이 말이 아니었다. 급체인 듯한데, 침대에서 남편에게 전화를 걸었다. "배가 너무 아파서 누워있어"라고 했을 때 돌아온 답변은 짧았다. "아, 그래? 나는 먼저 잘게"였다. 남편은 잤고, 아내는 밤새 혼자 토한 것으로 전해진다. 응급실을 생각했지만 약을 먹으니 조금 나아서 결국 새벽에 회사로 향한 것으로 전해진다. (남편에게는 문자로 "너무 아파서 못 잤다. 앉아서 자려고 회사 출근한 것으로 전해진다"고만 남겨뒀다.)

금요일 저녁, 신혼집에 도착한 아내는 침대에 누워만 있었다. 컨디션을 회복하는 중이었다. 9시쯤 남편이 퇴근해서 술 한 잔이 먹고 싶다고 한 것으로 전해진다. 아내가 치킨과 술을 주문한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몸이 채 회복되지 않은 아내는 조금 집어먹다가 방으로 들어갔다. 거실에 남겨진 건 치킨통, 소주잔, 맥주잔인 것으로 보인다. 남편이 누워 TV를 보다 그 자리에서 자버렸다.

토요일. 아내는 남편보다 먼저 일어났다. 전날 저녁에 남겨진 것들을 모두 치웠다. 아내는 주로 토요일에 집을 청소한다. 남편이 주중에 배달 음식을 시켜 먹고 플라스틱 통을 그냥 내버려두는 바람에, 여름이면 어김없이 주방 쓰레기통 주변에 날파리가 알을 낳는다. 올해도 벽에 붙은 번데기며 유충을 아내가 치워야 한 것으로 전해진다. 아내가 사진을 찍어서 "이 깨가 다 날파리 유충이야"라고 남편에게 보냈지만, 남편은 봐도 말이 없었다.

토요일 저녁엔 남편이 해물우동과 연어샐러드를 시켜줬다. 맞지 않는 음식은 피하는 아내는 연어샐러드만 집어먹고 그릇을 정리한 것으로 전해진다. 남편은 TV를 보며 우동을 먹다가 역시 거실에 내버려두고 잠들었다.

일요일 낮 12시가 넘도록 남편은 일어나지 않았다. 아내가 깨우고 나서 아내가 장 본 재료로 잔치국수를 만들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진다. 국수를 삶고, 채소를 다듬고 채썰며 바쁠 때도 남편은 누워만 있었다. 아내가 "일어나, 전날 먹은 것 치워야 상을 차릴 것 아니냐"고 말하니 남편이 일어났다. 싱크대로 음식물을 옮겼다. "이왕이면 설거지까지 하는 게 낫지 않을까"라고 아내가 말했고, 남편이 그렇게 한 것으로 전해진다. 아내는 "수고했어"라고 한 것으로 전해진다.

잔치국수가 완성됐다. 상을 내보니 한 가지 문제가 보였다.

음식물 쓰레기 봉투에 조개껍데기가 그대로 들어가 있었다.

"아! 여보! 음식물쓰레기에 조개!"

아내가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남편의 반응은 차분하지 않았다. "조개도 들어갈 수 있지, 왜 짜증 내?" 아내는 불편한 마음으로 밥을 떠올렸다. 먹다가 건더기를 치우려고, 남편에게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자기야, 조개 그대로 둘 거야?"

그 순간이었다.

"빼면 될 것 아냐!! 그깟 조개가 뭐라고!!!"

남편이 소리를 질렀다. 아내가 왜 소리를 지르냐고 물었다. 하지만 이미 알고 있었다. 남편이 결국 빼지 않을 것을. 지난주에도 변기에 오줌을 묻혀뒀을 때, 아내가 청소를 부탁한 것으로 전해진다. 남편은 3일을 미루었다. 결국 아내가 한 것으로 전해진다. 설거지는 어땠나. 배달 음식 플라스틱 통을 물에 적시긴 했지만, 기름과 음식물이 여전히 묻어있는 상태로 창가에 올려뒀다. (아내가 "설거지를 해"라고 했을 때는, '재활용쓰레기를 씻어서 분리수거하는 것까지'를 뜻했는데 남편은 그 부분을 받아들이지 않는 듯한 것으로 전해진다.)

기분이 내려앉은 아내는 방으로 들어갔다. 누워있기도 지겨워서 빨래를 하고 자기 일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점심부터 해가 지려고 할 때까지 남편은 소파에 누워 TV와 휴대폰 게임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해가 질 무렵, 아내가 로봇청소기를 돌리며 남편에게 물었다. "하루 종일 누워있으면 안 지겨워?" "아, 그럼 뭐할까?" "아니 나는 그냥 안 지겨운지 궁금해서." 남편은 대답 대신 방으로 가서 유튜브를 보다 잠들었다.

저녁 7시가 넘도록 남편이 자는 동안, 아내는 친정에서 받은 복숭아를 깎아 먹었다. 반은 반찬통에 넣어두고.

7시 반쯤 남편이 깼다. 보통 일요일 저녁도 아내가 차리지만, 오늘은 달랐다. 아내도 기분이 나빴다. "우리 저녁 뭐 먹어?" 아내가 물었다. "몰라. 뭐 먹고 싶은데?" "딱히 없고. 자기는?" "나도." 남편은 입을 닫았다. 아내는 남은 복숭아를 마저 먹었다.

9시가 되니 남편이 라면사리를 꺼냈다. 혼자 소파에서 먹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진다. 아내는 어제 남은 연어샐러드를 꺼내 서재로 들고 가서 먹었다. 다 먹은 뒤 아내는 자기 그릇을 설거지했고, 남편이 거실에 내버려둔 플라스틱 통들을 싱크대에 넣어 물에 불렸다.

11시가 되어서야 남편이 "라면 먹을래?"라고 물었다. 아내는 "안 먹어도 괜찮아"라고 한 것으로 전해진다. 남편은 혼자 라면을 끓여 먹었다. 새벽 1시가 넘도록 김치 뚜껑을 열어둔 채 거실에서 TV만 봤다. 아내는 TV 소리를 줄여달라고 부탁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리고 들어가 잤다.

월요일 아침이 왔다. 아파트 소독하러 오신 분의 초인종에 둘 다 눈을 떴다. 그 이후부터 남편이 다시 짜증을 내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진다. 아내의 말투가 기분 나쁘다는 것이었다.


분리수거가 싸움의 원인인 줄 알았는데, 실제로는 아닌 것 같다.

주말부부 구조에서 함께하는 시간은 주말 이틀뿐인 것으로 보인다. 그 이틀이 진정한 '쉬는 날'이 되려면, 둘 다 편해야 한다. 하지만 한 사람이 계속 밤을 새고 새벽 출근을 하며, 주말에도 청소·설거지·밥을 차리는데 다른 한 사람은 누워만 있다면? 이건 더 이상 함께 쉬는 날이 아니다. 한 사람만 노동하는 시간이 된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신뢰의 부재인 것 같다. 작은 의견도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날파리 유충 사진을 보내도 읽고 무시하고, 변기 청소를 부탁해도 3일을 미루고 결국 아내가 직접 한다. 플라스틱 통도 기름기가 묻어있는 채로 올려둔다. 그런 일들이 3년 가까이 반복되다 보니, 조개껍데기 한 개가 단순한 분리수거 문제가 아닌 "내 말이 이 사람에게 닿지 않는다"는 체감이 폭발한 것 같다.

경제권을 맡기겠다던 약속도 미루어지고 있다. 역할 분담도 아직 정착되지 않은 신혼 초기인 것으로 보인다. 신뢰는 하루아침에 깨지는 게 아니라, 누적된 작은 무시들이 쌓일 때다. 일요일 저녁 둘이 함께 밥상을 차리지 못한 채 각자 라면과 샐러드를 집어먹는 모습은, 그 신뢰의 온도가 얼마나 내려갔는지를 보여준다.


📌 원문 발췌

그렇게 신랑은 자고, 저는 아파서 잠들지 못하였고, 새벽에 혼자 토하고 응급실 가려다가 약 먹으니 좀 괜찮아지는 것 같아서 새벽 출근을 하였습니다. 저는 압니다. 신랑이 결국 빼지 않을 것을.

원본 출처: 네이트판 톡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