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큰아이와 함께 어떤 연극을 봤다. 시작부터 황당한 것으로 전해진다. 사실 응원차로 표를 끊은 건 둘째 친구의 아버지 분이 출연한다기에서였는데, 정작 함께 간 건 둘째가 아니라 첫째였다. 상황은 더 꼬였다. 그렇게 애써 표를 구한 공연은 막공(마지막 공연)이었다. 하하. 결과적으로 재미있게 본 건 맞지만, 처음 상상했던 장면은 전혀 펼쳐지지 않았다.

그래서일까, 무대 위에서 본 것도 내 예상과는 딴판이었다. 사실 이 작품에 대한 사전 지식이 거의 없었다. 교육과정 어딘가에서 들었을 법한데, 정확한 내용은 명확하지 않았다. 그래도 떠올릴 수 있는 건 단편적인 기억뿐이었다. 누군가 급한 사정으로 친구에게서 돈을 빌려달라고 하고, 그 친구가 미래의 수익을 담보로 고리대금업자에게서 빌려온다는 정도. 그리고 막날에 가까워서 친구가 겨우 돈을 가져와 극적으로 위기를 넘긴다—이 정도가 내 머릿속 전부였다.

그런데 무대 위는 완전히 다른 세상이었다. 급전의 이유가 결혼 상대 후보 여성에게 프로포즈하러 가는 여비였고, 그 여자가 신랑감을 뽑기 위해 이상한 수수께끼를 내고 있었다. 친구가 가져온 돈이 결국 그 여자가 자기 손에서 던져준 푼돈이었다니. 더 복잡한 요소들도 쌓여갔다. 고리대금업자는 단순한 악역이 아니었다. 그는 유대인 인물로, 주인공과 그의 친구들에게 끊임없이 모욕당하고 괴롭혀 온 사람이었다. 그의 유일한 딸은 집의 전재산을 훔쳐서 주인공의 친구 중 한 명과 밤중에 몰래 도망쳤다. 재판 장면에서는 누군가 판사 역을 하는 줄 알았는데, 나중에 보니 그건 주인공이 프로포즈했던 그 여자가 남장을 하고 나타난 것이었다. 게다가 그 여자는 자신이 남편을 구해준 보상으로 결혼반지를 달라고 요구했고, 나중에 그 반지를 빌미로 남편을 협박하는 장면까지 펼쳐졌다.

무대 막이 내릴 즈음, 나는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동시에 머릿속에서는 비판이 자라고 있었다. 페미니즘 관점에서 각색한 연극이라 생각한 것으로 전해진다. 여자 인물의 결말이 이상하고, 전개가 어색하다고 느껴졌다. 그래서 내가 올릴 글을 이미 작성하고 있었다. '이런 허술한 각본으로 돈을 받는 게 말이 되냐'는 식의 댓글이었다. SNS에 올려도 좋을 만한, 날카로운 비판 글 말인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그 순간 작은 의심이 들었다. 혹시 내가 놓친 게 있나? 원본 줄거리를 한 번만 확인해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손가락이 움직여서 구글을 켰다. 베니스의 상인 줄거리를 검색한 것으로 전해진다.

얼굴이 화끈거렸다. 검색 결과에는 내가 본 모든 요소가 있었다. 여자의 수수께끼, 유대인 고리대금업자의 설정, 딸의 야반도주, 판사 역 여자의 남장, 결혼반지를 통한 협박까지. 이 모든 게 셰익스피어의 원작에 그대로 있었다는 뜻이었다. 나는 작품을 모른 채 각편을 비판하려고 한 것으로 전해진다. 더 정확히 말하면, 셰익스피어를 욕할 뻔했다는 거였다.

아찔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 걸음만 잘못 디뎠다면 셰익스피어의 각색이 페미사상에 오염됐다는 식의 글이 어딘가에 올라가 있을 뻔한 것으로 전해진다. 혼자 쓴 리뷰도 아니고, 공개 플랫폼에 올랐을 수도 있는 글 말인 것으로 보인다. 생각하기만 해도 등이 서늘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때 깨달았다. 뭔가를 말하거나 쓰기 전에는 먼저 제대로 알아야 한다는 너무 당연한 원칙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간단한 검색 한 번이 얼마나 치명적인 실수를 막아주는지.

배우의 연기는 따로였다. 출연하신 *** 배우님의 무대는 정말 인상적이었다. 등장할 때마다 각 장면의 흡입력이 대단했다는 반응이 든다. 한 마디 한 마디가 살아 있었고, 하나의 표정과 제스처마다 배역의 감정이 고스란히 전달됐다. 마치 차력쇼를 보는 것 같은 기술적 완성도와, 그것이 결국 인물의 영혼으로 번역되는 경험. 그런 연기는 흔하지 않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 원문 발췌

까기전에 원본 줄거리를 보니 그내용들이 다 원본에 그대로 였다는게. 역시 뭘 하기전에 공부하고 알아봐야 하는게 맞는것 같습니다.

원본 출처: 클리앙 모두의공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