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마련하는 방식은 국가와 시장 환경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북미와 유럽에서는 주택 가격의 10% 정도를 다운페이먼트로 내고 나머지 90%를 30년이라는 긴 시간에 걸쳐 모기지로 갚아나가는 게 표준인 것으로 보인다. 이런 구조라면 월급쟁이도 적절한 신용과 소득이 있으면 자신의 집을 마련할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평가가 많다.
한국은 사정이 달랐다. 모기지 시스템이 서구만큼 발달하지 못했기 때문에, 전세라는 독특한 주거 금융 문화가 그 공백을 채웠다. 목돈은 있지만 장기 모기지 접근이 쉽지 않은 세입자들에게, 전세는 상대적으로 낮은 금리로 돈을 빌리면서 동시에 집에 살 수 있게 해주는 '지렛대' 역할을 해왔다. 전세금을 담보로 추가 대출을 받거나, 전세에 거주하는 동안 자산을 모아 후에 자가로 넘어가는 경로가 현실적이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지난 몇 년 사이 이 구조가 흔들리고 있다. 전세가 부동산 폭등의 주범이라는 지적이 강해지면서, 정책 당국자들 사이에서 전세 거래를 규제하거나 시장에서 축소해야 한다는 주장이 커졌다. 실제로 전세 거래량이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으며, 몇 년 뒤 전세 제도가 사라질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는 지적인 것으로 보인다.
한편 대출 규제도 계속 강화되고 있다. 투기를 막겠다는 정책 의도는 이해할 만하지만, 결과적으로 실거주만을 원하는 무주택 세입자들의 선택지도 함께 좁혀질 수 있다는 우려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제기되고 있다.
대출이 줄어들면서 무엇이 일어나는가. 일단 월세 시장에 상승 압력이 생긴다. 전세 수급이 줄면 월세로 전환되는 물건이 늘어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미 월세가 높은 지역에서는 더욱 그렇다. 세입자들은 점점 더 높아지는 월세를 감당하느라 급급하게 된다. 급여의 상당 부분이 월세로 나가면서 가처분 소득이 줄어드는 악순환에 빠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인 것으로 보인다.
가장 심각한 건 이 상황에서 자가 마련의 꿈이 점점 더 멀어진다는 점인 것으로 보인다. 월세에 쓸 돈도 많아지는데, 내 집 마련을 위해 자산을 모을 여유는 더 줄어든다. 대출 규제가 심하면 심할수록, 목돈을 충분히 모아야만 집을 살 수 있는 구조가 된다. 결국 세입자들은 외통수에 걸린 격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정책 당국이 투기를 억제하고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려는 규제 방향 자체가 틀렸다고 보기는 어렵다. 다만 규제를 설계할 때 진정한 실거주 수요자와 투기꾼을 더 정교하게 구분하고, 대출 제한 정책이 실제로 어느 계층에게 어느 정도의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분석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있다. 한국이 북미나 유럽처럼 발달된 모기지 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상황에서, 전세와 대출이라는 두 개의 안전판이 동시에 약해지면, 계층 간 주거 기회의 격차가 더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상당하다는 것이 현재의 여론인 것으로 보인다.
📌 원문 발췌
이제 전세가 부동산 폭등의 주범으로 몰리고... 곧 없어질 가능성이 높은데 여기에 대출규제까지 심화된다면? 집 없는 세입자들은 외통수에 걸려 비싼 월세 내느라 가처분 소득이 줄어들고 내집 마련은 더욱 어려워 지겠지요.
원본 출처: 클리앙 모두의공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