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1월 쓴 댓글 하나가 그의 삶을 5년 6개월 동안 법정에 묶어두었다. 변호사 없이 혼자의 힘으로 대법원까지 상고하여 마침내 무죄를 받아낸 남성의 이야기는, 한국 사법 시스템이 개인에게 강요하는 실질적 비용을 여실히 드러낸다.
고소부터 무죄까지: 10단계 절차의 악순환
경찰 불기소 송치, 검찰 재조사, 경찰의 기소의견, 검찰 기소유예, 약식기소(벌금 50만 원), 1심 법정, 2심 기각, 대법원 상고. 거의 1년 뒤 대법원은 하급심의 법리 오해를 인정하며 파기환송을 결정했다. 다시 2심에 돌아간 재판에서 비로소 무죄 판결을 받았다. 고소에서 최종 무죄까지, 정확히 10단계를 거쳐야 했다.
1심 판사마저 고소인의 거의 모든 주장을 받아들여 유죄 판결했던 이 사건에서, 대법원의 파기환송은 결정적 전환점이 되었다. 일반인이 변호사 없이 여기까지 도달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는 점에서, 이 사건의 무죄 획득은 매우 이례적이다.
혼자 싸운다는 것의 무게
그는 인터넷을 뒤져 모욕죄의 판례와 법리를 스스로 공부했고, 법정에서 자신을 변론했다. 처음엔 모욕죄 혐의 자체를 부정했으나, 재판이 거듭될수록 정죄 여부를 떠나 절차 자체가 빨리 끝나기만을 바라게 되었다고 고백했다. 그럼에도 최종 결과는 무죄였다.
그의 경험은 한국 사회에서 변호사의 역할이 얼마나 절대적인지를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변호사를 고용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그는 "돈과 시간과 심리적 압박에 시달리며 재판한다는 건 패가망신이구나"라고 깨달았다. 이는 많은 개인들이 법정에 서는 것 자체를 피하는 이유를 설명한다.
개인이 체감하는 법정의 비용
법원의 등기는 본인이 직접 수령해야 했다. 다른 사람은 받을 수 없다는 규정 때문에, 그는 반차를 내고 등기국으로 향했다. 재판 기일마다 법원을 방문했다. 5년 6개월 동안 이 과정을 몇 번이나 반복해야 했는가. 개인이 법정에 서는 것이 얼마나 많은 현실적 비용을 수반하는지를 보여주는 증거다.
더욱이 재판 기일 사이사이의 공백은 예측 불가능했다. 수개월, 때론 1년 가까이 지나갔다. 개인은 그 긴 시간 동안 확실하지 않은 미래에 시달려야 했다. 법정이라는 공간이 개인에게 얼마나 큰 부담인지를 온몸으로 느껴야 했던 5년 6개월이었다.
모욕죄, 그 구조적 허점
한국 법체계에서 모욕죄는 친고죄다. 고소인이 고소를 취하하지 않는 한, 피고소인은 수사와 재판의 악순환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뜻이다. 이는 누군가가 '소송 피로'를 무기 삼아 특정 개인을 지속적으로 괴롭힐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일부 법조인과 비판가들은 모욕죄 고소가 이렇게 악용될 수 있다고 지적해왔다.
표현의 자유와 명예 보호라는 두 가치 사이의 균형은 여전히 불안정하다. 한 줄의 댓글이 5년 6개월의 법정 싸움으로 번진다는 자체가 그 증거다. 더욱이 1심 판사의 법리 이해 부족과 2심의 안이한 기각은, 사법부 내에서도 모욕죄 판단의 기준이 얼마나 불일치한지를 보여준다.
그럼에도 이 사건에서 주목할 점은 온라인 커뮤니티가 그를 응원했다는 것이다. 혼자라고 느껴질 수 있는 법정 투쟁 속에서, 익명의 응원자들이 그의 버팀목이 되어주었다. 개인이 사법 시스템 속에서 얼마나 외로울 수 있으며, 동시에 그 외로움을 나누는 커뮤니티의 힘이 얼마나 큰지를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 원문 발췌
2020년 11월 10일 쓴 댓글로 고소된 끝에 결국 무죄를 받았습니다. 변호사는 쓰지 않고 혼자서 인터넷을 찾아 모욕죄는 아니라고 주장했는데, 결과가 좋게 나왔습니다.
원본 출처: 딴지일보 자유게시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