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이 제안한 아이디어가 정책으로 만들어지는 경로가 있다. 바로 국민참여예산 제도다. 올해부터 정부가 이 제도를 본격 활성화하겠다고 발표한 가운데, 최근 주목받는 제안 하나가 예산 검토 테이블까지 올라갔다. 바로 저소득층과 구직 중인 청년을 대상으로 유료 AI 구독료를 지원하는 'AI 바우처' 사업이다.

이 정책이 논의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제안자는 "무료 AI와 유료 AI의 격차는 자전거와 스포츠카의 차이"라고 표현했다. 실제로 유료 인공지능 모델(챗GPT, 클로드, 제미나이 등)은 데이터 분석, 코딩 보조, 이미지 생성 같은 고성능 기능을 제공하는 반면, 무료 버전은 제한적이다. 문제는 구독료를 감당하기 어려운 취약계층이 이 높은 성능을 활용할 기회 자체가 없다는 점이다. 단순한 편의 차이가 아니라, 구직과 학습, 업무 생산성에 직결되는 현실이다. 이는 기존의 경제적 불평등이 새로운 'AI 격차'로 고착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낳는다.

정부가 주목한 이유 중 하나는 해외 사례다. 에스토니아는 중고등 교육 시스템 전반에 유료급 AI를 도입했고, 미국의 여러 대학(하버드대, 애리조나주립대 등)은 공교육 예산으로 유료 AI 라이선스를 일괄 구매해 학생 전원에게 배포하고 있다. 공공 부문에서 AI 접근성을 보장하는 것이 글로벌 추세라는 뜻이다.

제안의 구체적 규모는 다음과 같다. 10만 명에게 월 약 20달러(약 3만원) 수준의 구독료를 1년간 지원하되, 총 사업 예산은 500억원을 제시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이 사업을 포함해 내년도 예산 요구서를 기획예산처에 이미 제출한 상태다. 부처 관계자는 "국민 제안과 최대한 유사하게 요구서를 작성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실현까지는 넘어야 할 산들이 많다. 먼저 지원 대상의 기준이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정부는 문화 바우처, 스포츠 바우처, 돌봄 바우처 같은 기존 바우처 사업을 통해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와 차상위계층을 대상으로 해왔다. AI 바우처도 비슷한 기준을 적용할 가능성이 높지만, 디지털 활용 능력이나 직업 훈련 필요성 같은 추가 기준을 고려할 여지도 있다. 또한 특정 AI 플랫폼을 선정할 때 특혜 논란의 소지도 있고, 예산이 실제로 디지털 격차 해소로 이어질지 검증하는 과정도 필요하다. 기획예산처는 이 사업을 포함한 우수 과제들을 검토할 방침이므로, 향후 공론화 과정이 이 정책의 성패를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 원문 발췌

정부가 저소득층·구직 청년 등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챗GPT, 클로드, 제미나이 등 유료 인공지능(AI) 모델 구독료를 지원하는 사업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제안서에는 10만명에게 약 20달러(3만원)의 구독료를 1년간 지원하자는 내용이 담겼다.

원본 출처: 더쿠 핫