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발생한 지방선거 투표지 부족 사태로 촉발된 시위가 현장에서 예상치 못한 갈등을 빚고 있다. 올림픽공원 내 개표 현장에서 진행 중인 봉쇄 집회의 참가자들이 지난 8일 경 핸드볼 경기장을 출입하는 선수들의 짐을 무단으로 검사하는 일이 벌어진 것. 이를 두고 경찰청이 이례적인 성명을 발표했다.

경찰청의 발표는 묘한 '이중성'을 담고 있다. 한편으로는 투표지 부족에 따른 국민의 참정권 침해가 심각한 사안이며, 시민이 자신의 의견을 표현할 권리는 헌법상 기본권이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 즉, 이번 시위 자체의 정당성을 인정한 것이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일부 참가자가 통행 중인 시민을 막거나, 법적 근거 없이 타인의 소지품을 수색하는 사례"에 대해 엄정히 대응하겠다고 선언했다. 정당한 의사 표현과 불법행위를 명확히 구분한다는 메시지인 셈이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법적 권한 없는 소지품 수색"의 법적 성격이다. 집회와 시위의 자유는 헌법상 보장되는 기본권이지만, 개인이 다른 사람의 신체나 소지품을 임의로 조사할 권리는 그 누구에게도 없다. 경찰도 영장 없이는 불가능하며, 일반인은 더욱더 그렇다. 시위 참가자라는 신분이 이러한 권한을 주는 것도 아니다. 따라서 설령 시위의 대의가 정당하더라도, 개별 참가자의 이러한 행동은 별개의 불법행위(강요죄, 인신공격죄 등)로 볼 수 있다는 게 경찰의 입장이다.

경찰청이 취한 구체적 조치도 눈에 띈다. 소위 '대화경찰'이라 불리는 인력을 증원 배치했다는 것. 대화경찰은 집회 현장에서 시위대와 직접 소통하며 충돌을 사전에 완화하는 역할을 한다. 강제 해산이나 진압보다는 '관리형 대응'에 무게를 둔 선택이다. 덧붙여 경찰청 지휘부가 현장에 직접 출동해 상황을 감시하겠다고 명시한 것도, 현장 경찰관들의 즉단적 판단보다 상층부의 신중한 지시 체계를 강조하는 신호로 읽힌다.

이 사건은 현대 민주주의에서 자주 마주치는 딜레마를 드러낸다. 시민이 자신의 기본권을 지키기 위해 집회를 열 권리는 당연하지만, 그 과정에서 다른 시민의 기본권(통행의 자유, 신체의 자유, 사생활 보호)을 침해할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다는 것이다. 정당한 대의와 적절한 방법은 별개의 문제이며, 경찰의 이번 대응은 그 경계를 명확히 하려는 시도로 보인다.


📌 원문 발췌

일부 참가자가 선량한 시민의 통행을 방해하거나 법적 권한 없이 다른 사람의 소지품을 수색하는 등 불미스러운 사례가 발생한 바 있다.

원본 출처: 더쿠 핫