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펑크 2077의 V라는 캐릭터를 들여다보면, 게임의 스토리 설계가 얼마나 치밀한지 드러난다. 처음 플레이할 때는 V의 약한 배경이 단순한 성장 드라마의 시작 지점인 줄 알았다. 하지만 깊이 생각해보면 V의 고립이 얼마나 계산된 설정인지 깨닫게 된다.
게임의 설정상 V는 철저히 혼자다. 뒷배라고 할 만한 강력한 후원자나 조직이 없다. 초급 용병일 뿐이고, 혼자서 의뢰를 받아 일을 처리해야 한다. 여기까지만 보면 영웅이 고생 끝에 성장한다는 전형적인 드라마 구조처럼 들릴 수 있다.
그런데 이 설정에 결정적인 낙인 하나가 더해진다. V는 아라사카 회장 암살 사건의 용의자다. 이 두 가지가 맞물리는 순간 상황이 급변한다. V는 큰 세력의 보호가 절실한데, 아라사카라는 거대 기업을 적으로 돌렸으므로 어떤 강력한 조직도 V를 공개적으로 등에 업고 싶지 않다. 그들도 아라사카의 보복을 피해야 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결국 V는 협상의 여지가 거의 없는 약자 위치로 내몰린다.
이제 픽서라는 중개인의 관점에서 V를 보면 어떻게 될까. V는 능력이 있다. 혼자서도 충분히 복잡한 임무를 해낼 수 있다. 따라서 혼자 보내서 빠르고 조용하게 일을 처리하도록 할 수 있다. V가 임무 중 죽거나 실패해도 누가 책임을 묻지 않는다. V가 자살처럼 위험한 일에 뛰어들었으므로, 그것을 강요한 사람이 없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또한 V가 더 이상 쓸모없어진다면? V의 시체를 아라사카에 팔면 된다. 아라사카는 무엇보다 V의 죽음을 원하는 쪽이고, 정보료를 챙길 수 있다.
게임 커뮤니티에서는 이런 구조를 보고 픽서들이 왜 V를 비교적 친절하게 대하는지 이해된다는 반응이 나온다. 버려도 책임이 없고, 버리는 순간 오히려 이득이 되는 구조라는 분석인 것으로 보인다. 심지어 '토사구팽 최적화 유닛'이라는 표현까지 나올 정도로, 게임 제작자가 V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했는지를 드러낸다는 의견도 있다.
흥미로운 건 여기서의 반전인 것으로 보인다. 게임을 진행하다 보면 V를 실제로 버리려고 시도하는 NPC들이 나타나는데, 그들 대부분은 결국 V에게 역으로 제거된다. 소모품으로 설계된 V가 생각보다 훨씬 강력해서, 자신을 그렇게 다루려던 상대를 오히려 제거해버리는 것으로 보인다. 토사구팽의 목표물이 되어야 할 V가 도리어 사냥꾼을 사냥하면서 게임의 긴장감과 역설성을 만든다.
결국 사이버펑크 2077의 스토리는 V의 모순을 중심으로 돌아간다. V의 고립된 설정이 얼마나 도구화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면서도, 동시에 그 도구가 얼마나 위험한 존재인지도 증명한다. 이것이 게임이 제시하는 V의 아이러니이자, 전체 내러티브를 추동하는 핵심인 것으로 보인다.
📌 원문 발췌
나름 능력은 있으니 혼자 보내서 조용히, 빠르게 일처리 시키기도 좋고 그러다 쓸모 없어지기라도하면 시체로 만들어서 아라사카에 팔아버리면 되니 처리하기도 쉽고
원본 출처: 루리웹 베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