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걸려온 전화였다. 15년을 옆에서 알고 지낸 언니였다. 애들이 어렸을 때 같은 어린이집을 다니며 자연스럽게 가까워진 사이. 김장도 함께 하고 서로 아이들을 봐주며 지낸 사람인 것으로 보인다. 지난 1년 가까이는 서로 바빠서 얼굴을 못 봤는데, 연락 내용은 의외로 반가웠다. "딸이 12월에 결혼하니까 청첩장 줄 겸 밥 한번 먹자"는 것. 말은 간단했지만 마음이 설렜다. 그 딸이 어렸을 때 자신의 집에서 자고 갔던 아이였으니까.
언니가 정한 식당은 시내 새 한정식집. 코스 가격이 1인에 4만원을 넘었지만, 언니가 가보고 싶어 하던 곳이라 거리낌 없이 따라갔다. 두 시간을 떠들었다. 신랑 될 사람 얘기, 결혼 준비 얘기, 자신의 아이들 얘기, 옛날 추억까지. 청첩장도 예쁘게 봉투에 담아 받았다.
문제는 계산대였다.
언니가 지갑을 꺼내는 것처럼 보였는데 갑자기 달라진 표정으로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우리 그냥 각자 하자. 요즘 다 그렇게 하잖아." 순간 이상한 것으로 전해진다. 청첩장을 주는 자리라면, 그것을 청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쪽이 자리를 주선하고 음식값을 내는 게 예절 아닌가. 그것이 명문화된 규칙은 아니지만, 오래 지켜져 온 호혜의 감각인 것으로 보인다. 자신도 아이들이 결혼할 때 그렇게 할 계획이었다. 어색한 분위기 속에서 자신의 몫을 계산한 것으로 전해진다.
집에 가서 남편에게 얘기한 것으로 전해진다. 남편은 웃으며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 언니 계산 정확한 사람 아니었나." 웃음이 나오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 말이 사실이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기억이 역순으로 떠올랐다. 과거의 작은 장면들이 하나씩 소환되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진다. 김장할 때 고춧가루값을 반으로 나눈 것, 아이들 간식을 사줬을 때 나중에 영수증을 보여주며 반을 달라던 것. 그땐 그냥 꼼꼼한 사람이 구나 싶었다. 하지만 반대쪽 기억들은 어떻게 됐나. 언니네 이사할 때 하루 종일 짐을 싸줬고, 짜장면도 시켜줬다. 그때 돌아온 말은 고마움 한마디뿐이었다. 그때는 그런 것을 따지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한 것으로 전해진다. 무심한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지금 그 생각이 바뀌었다.
더 힘든 것은 따로 있었다. 밥값 4만 원이 뭐가 대수인가. 진짜 문제는 15년 동안 자신이 혼자 가깝다고 생각했나 싶은 의심이었다. 자신은 그 사이를 깊게 여겨 왔는데, 상대는 항상 계산기를 들고 있었던 건 아닐까. 그런 생각들이 떠올랐을 때, 과거의 따뜻했던 장면들이 전부 다르게 보이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진다.
축의금을 얼마나 할지 고민한 것으로 전해진다. 원래 계획은 20만원이었다. 15년 정이라 충분히 마땅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 딸도 자신이 업어 키우다시피 한 아이였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마음이 식어버렸다. 다른 지인들 정도로 10만원을 하자니 너무 속 좁아 보일까봐. 큰 딸은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엄마, 그 이모 원래 그랬잖아. 신경 쓰지 마." 맞는 말이었다.
그런데 딸은 아무 잘못이 없었다. 문제는 모두 엄마였다. 결혼식은 간다. 그 딸의 얼굴이 보고 싶으니까. 드레스 입은 모습을 보면 분명 눈물이 날 것 같다.
봉투에 어떤 숫자를 적을지는 아직도 확정되지 않았다. 그것도 또 다른 고민인 것으로 보인다.
📌 원문 발췌
청첩장 주는 자리는 원래 주는 쪽이 사는 거 아닌가요 저는 이게 돈 몇만 원 문제가 아니라 그동안 나 혼자 가까운 사이라고 생각했나 싶어서 그게 더 허전해요
원본 출처: 네이트판 톡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