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와 위층을 오가는 엘리베이터는 건물에서 가장 공정해 보이는 공간인 것으로 보인다. 모두가 같은 속도로 이동하고, 먼저 도착한 사람이 먼저 탄다는 암묵적 규칙이 있으니까. 하지만 한 가지 작은 허점이 있다. 그것은 방향이 다른 엘리베이터에 무작정 탑승하는 행동이 만드는 공정성의 사각지대다.
어느 날 평범한 오후, 건물 1층 엘리베이터 앞이 수십 명으로 붐빈다. 지하 주차장으로 내려가려는 사람들과 위층 사무실로 올라가려는 사람들이 섞여 있다. 이때 지하로 향하는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린다. 자신의 목적지는 지하인데, 맞은편에 서 있던 위층 방향 승객 여럿이 순간적으로 그 엘리베이터로 몰려든다. 아마도 "지금 이 문이 열렸으니 타자"는 심리에 움직이는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것이 한 번이 아니라는 점인 것으로 보인다. 같은 상황이 반복되자 패턴이 선명해진다. 위층으로 가는 사람들이 지하 방향 엘리베이터를 활용해 상승하는 순간, 그 공간은 이미 만석에 가까워진다. 정작 1층에서 지하로 내려갈 차례였던 사람들은 다음 엘리베이터를 기다려야 한다. 20초, 30초, 때로 1분 이상의 추가 대기 시간이 반복된다.
한 누리꾼은 이 상황을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리면서 "윤리적으로 이게 타당한가"라고 질문을 던졌다. 그의 지적은 단순했지만 명확한 것으로 전해진다. 자신의 목적지가 아닌 엘리베이터에 무작정 탑승함으로써, 정당한 순서를 기다리던 사람의 기본적인 승차권을 침해하는 것 아닌가 하는 것이었다. 공정성이 성립하려면, 적어도 자신의 차례가 아닌 엘리베이터에는 선뜻 탑승을 미루는 배려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덧붙어 있었다.
단순히 순서권 침해만의 문제는 아니다. 에너지 측면에서 보면, 자신의 목적지가 아닌 층으로 이동했다가 내릴 때마다 불필요한 에너지를 소비한다는 점인 것으로 보인다. 엘리베이터는 추가적인 상승·하강을 반복하게 되고, 이는 건물 전체 에너지 효율을 떨어뜨리는 것으로 지적된다. 한두 사람의 행동은 눈에 띄지 않지만, 이것이 일상적인 습관이 된다면 누적된 비효율로 이어질 수 있다는 반응도 나왔다.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이런 행동 대부분이 악의 없이 일어난다는 점인 것으로 보인다. "저 사람을 배제해야겠다"는 명확한 의도 없이, 단지 엘리베이터 도어가 열렸으니 탑승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를 '선의의 민폐'라고 부를 수 있을 것 같다. 엘리베이터라는 공용시설에서는 "먼저 내리고 나중에 탄다"는 기본 원칙이 존재하지만, 방향이 다른 엘리베이터에 무작정 탑승하는 것까지 명시적으로 규제할 수 없다. 그만큼 도덕적 판단이 개인의 배려심에 더 의존하는 영역으로 보인다.
공동생활의 질은 이런 작은 선택들의 모임인 것으로 보인다. 엘리베이터 앞에서 한 순간 벌어지는 탑승 행동이, 다음 사람의 대기 시간을 좌우한다. 공정성이 거창한 이념이 아니라 엘리베이터 앞 일 초의 양보에서 시작된다는 생각이, 이 문제를 다시 생각해보게 한다.
📌 원문 발췌
1층에서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데 지하로 가는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리자 위층으로 가는 탑승객들이 우르르 탑니다. 적어도 확실한건 이 경우에 지하 승객의 승차권리를 빼앗는다는 점에서 윤리적으로 타당하지 않습니다.
원본 출처: 클리앙 모두의공원